2011/03/13

2011/03/13 01:25

 

1,

 

감기가 낫지 않는다.

감기는 이미 충농증으로 옮겨 갔다고 하고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단다.

오늘로 한달째다.

나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항상 저녁이면 무너지고 만다. 깊은 숨을 쉬지 못하고 폐에서 마른기침이 올라오고

가끔 목의 한 부분이 바늘로 질린 것 처럼 아파오고 침을 삼켜도 사라지지 않아 계속 기침만을 하다가 눈물을 줄줄흘린다. 밖에 나가 다른일을 하고 오면 증세는 더 심해진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있다. 쉬는게 아닌가 싶어 밖을 나가면 감기는 여지없이 심해진다.

언제 나을지 알 수 없다.

3월은 이곳저곳 이사람 저사람을 만나려고 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고 있다.

수냐님 말씀. 젊은 사람이 아프면 힘들지...란 소리가 마음에 와 닿는다.

 

 

 

2,

 

세상살이에 정답이 없다.

어떤 삶도 쉽게 평가할 수 없다.

살인자의 삶도 말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살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내는 답은 언제나 모호하다.

가끔 생각해 놓고도 어이없고 무서워 질때도 많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많다.

'단오함', '결단력'과 거리가 먼 것 같다.

그건 사실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얼핏 맞는 것도 같고...

 

난 왜 운동을 하는가?

지금 운동을 하고 있긴 한가?

운동이란 무엇인가?

...........

아프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니 더 모호해지기만 한다.

..........

운동의  방향, 형태, 이론...너무 다양하다.

구체적인 상황에서만 답을 내릴 수 있고..그게 항상 일관되는지 알 수 없다.

 

왜 운동에 대해서 생각하는가?

.......

왜 운동에 더욱 가혹한 잣대를 대는가?

.......

운동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님을 안다.

인간다운 삶이란 결국 운동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다만, 운동이라고 규정하는 껍데기에 붙들려 있음을 안다.

 

집회 장소에 있다고 해서 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그것은 진심임을...

 

..........

 

부처는

자신이 할일을 알고

게으르지 않으며

바다와 같이 깊고 넓은 자비심을 갖는 사람이라고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난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게으르고

자비심은 아주 미약하다.

 

다만, 아픈사람을 보면 같이 아파할 줄 알고 다른이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대방의 좋은 미래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것 뿐이다.

............

 

뭘 할지 모를 땐

일상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필요한 일을 열심히 하는 것.

 

 

 

3,

 

난 강가의 작고 까맣고 동글동글한 돌멩이 일 뿐이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가끔 나의 말들이 너무 과도하다고 느낀다.

그렇게 뭔가 심오한 생각들을 하면서 산다는 게 웃기다.

넌 그냥 강가의 작고 까맣고 동글동글한 돌멩이 일 뿐인데 말이야.

그냥 노동하고 한생을 묵묵히 꾸리며 살아가는게 전부일 것 같은 사람인데.

 

갯벌에서 한평생을

땅에서 한평생을

그냥 삶을 묵묵히 살아가며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작은 터를 아끼며

이웃을 사랑하는 삶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거나 요구하지 않고

내 잘났다 하지도 않고

한평생 일구어 가는 사람들이

그 어떤 대단한 이룬자의 삶보다 더 값지게 느껴진다.

 

 

4,

 

누군가의 '언더그라운드히어로' 작명에

진정 빈정거려버렸다.

빈정거려도 빈정거려도 이 비웃음은 가실길이 없다.

상대방이 속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계속 빈정빈정빈정거리고 싶다.

확실이 꼬여 있음이 분명하다.

 

그냥.

 

그래, 넌 '언더그라운드히어로'가 되고 싶구나~

혹은 그래..뭘 몰라도 그 말이 좋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뭔가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구나..라거나

이름에서 힘이 느껴지는데?

라고 했다면 참 좋아했을텐데

 

완전 꼬여서 빈정거렸다.

 

참 싫어하는 행동인데

이렇게 사정없이 꼬여서 빈정대는 것을 보니

나도 누구, 누구, 누구, 누구와 하나 다를 것 없는 인간이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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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는 이롭다

2011/02/21 16:25

 

수다의 이로움은 많은이들이 이야기 했지만

오늘 특히 생각한다.

 

한동안 몸이 아파서 누군가와 10여분 이상을 이야기 하지 못했는데

간만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나서 10여분을 정류장에 기대어 콜록거렸지만.

혼자서 아파할 때, 누군가 등을 토닥여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오지 않을 때

참 외롭다고 느낀다.

여튼, 수다를 떨었다.

 

머릿속에서만 한 생각들을

입을 통해 꺼내놓으면 내것이 아닌 것 같은 단어같아 생소함을 느끼고

단어가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표현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고

그래서 되묻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뱉는 말이

진정 내것인지

다시 한번 살펴본다.

 

그런 기회, 수다밖에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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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2011/02/18 06:20

 

기침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내가 잠든 시간은 많이 잡아도 3시간정도인것 같다.

자기만 하면 식은땀이 베어나와 옷이 축축해지고

마른기침에 잠이 깬다.

눕기는 10시에 누었는데..

 

13일부터 앓아누어 오늘로 6일째다.

특히나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일주일이었는데..

아파만 하다가 지나가버렸다.

요장육부 잘 돌아가고 사지 멀쩡하건만

'목'하나가 아프니 아무것도 못하겠다.

 

겨우 잠들었다가 채 30분도 못자 기침때문에 깨어나면

속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목님을 향해

사랑한다고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고

빌어보기도 했지만

 

6일째

목에선 염증으로 열이 나고 마른기침을 참을 수가 없어 기침을 하다보면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되고

식은땀으로 옷이 축축해지고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인 것을

몸 한 부위만 아파도 삶이 무너지는 것을

정말 뼈져리게 느낀다.

 

이 고통이 지나가면

미뤄놨던 운동부터 시작하겠다.

 

..............

 

다시 '잠들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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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식당

2011/02/09 15:11

 

 

내 딴에는 유명하다고 생각한 '카모메식당'을 보았다.

 

괜찮다고도 하고

감명깊게 봤다고도 하고

내 컴퓨터에도 다운받아져 있고

보려고 2년여를 결심한 영화를

 

오늘 봤다.

 

첫 장면 갈매기만 대여섯번을 보고

이제서야 끝까지 봤다.

 

일본의 쏘울 음식이라는 주먹밥과

작고 평범하며 일상적인 식당과

그냥 다 잘될거라고 말하는 따뜻한 주인이 있는 카모메 식당.

 

굳은 결심도

격정적인 슬픔도

없이

..

누구도 아픔없는 사람은 없다고

무엇도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그래도 묵묵히 다 잘될것이라며

위로해준다.

 

먹고사는게 답답하고 막막할만 한데

한달동안 손님하나 없는 작은 식당 주인은

급한 기색이 없다.

필란드에 가족하나 없이 홀로인데도

없으면 결국 닫아야지..

그래도 잘 될거라며

좋아하는 일을 해서 좋겠다는 부러운 물음에

싫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하루를 꾸려나간다.

 

거기엔 거창한 계획도 굳은 결심도 격정적인 슬픔도 끈끈한 우정이나 관심도

그렇지만 배척도 없다.

그냥 모든건 지나간다....란 말이 떠오를 만큼

흘러 머물고 웃다 사라지고...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편안하다.

 

무엇인가 대단하지 않아도 수용되고 인정되며

그래로 바라보고 그대로 둔다.

따뜻한 온기만이 존재한다.

무섭고 배타적인 사람들도 어느새 툭~하고 댐이 무너지듯

알고보면 그냥 나와같은 혹은 상처받은 사람이다.

처음엔 낯선 곳, 낯선 사람에게 날을 새우지만

그건 상처받았거나 두렵기 때문이다.

따뜻한 눈빛과 정성어린 음식이면 긴장을 풀고 한숨을 놓고... 쉰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다.

따뜻한 음식에 집중하다보면 그냥 그대로 의미있다.

 

...............

 

 

 

 

 

또 몇 일

대박을 꿈꿨다.

뭔가 멋지고~대단하고~단오한!

멋져서 눈이 부신 생각 구름들이

빛날 땐 언제고 내 마음을 짓누른다.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모습들에

용기는 짜부러든다.

 

너무 무섭고 막연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벅찼는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뜨겁지도 격정적이지도 않은 따뜻한 온기에

힘을 얻었다.

뭔가 심각한 일이 있을때나

무엇을 결정할 때

뭔가 대단한게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런것은 없다.

뭔가를 이루는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가치를 세우고 욕구하고 욕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를 내고

다시 더욱 가치를 높이고 욕구하고 다시 절망하고

결국 절망하게 된다.

지금으로도 만족. 이미 있고 이룬것이 99.999999...% 다. 아무것도 필요없어. 덤으로 살아갈 뿐.

...

한결 행복하다.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고 가드세우고 으르렁 댔던 감각도 풀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벽도 낮아지고

편해졌다.

 

앞으로 뭘할지 즐겁게 생각하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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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요리의 숲(ミヨリの森, Miyori no Mori)

2011/01/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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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요리의 숲(ミヨリの森, Miyori no Mori)

 판타지, 드라마  /  2007년 / 107분 / 감독 : 야마모토 니조 / 원작 : 오다 히데지

 

 

 

밤 10시가 좀 넘은 시간,

백수로 지낸지 근 3주

이제서야 피곤이 풀리는 듯~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좀더 딩굴거려야 하지만 왠만큼 딩굴거리면 '이제 뭣좀 할까?'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고 낮 오후 3시까지 잠을 퍼질러 자고서야 그런 생각이 조금 드는것이다. 참으로 게으르지만

10시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집안청소도 좀 하고 빨래도 하고, 밀린 책정리도 하고

그러다 낮잠을 좀 자고 수다를 떨다 6시쯤 저녁을 먹고 다시 수다를 떨고 여유있게 책을 펴고 책을 읽는

이~~~~~~~~~~~런 생활!

너무 좋다. ㅜ

 

이러다보니 영화도 좀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림이 별로라 보지 않고 있었는데

재미없으면 바로 꺼버리겠어! 이러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거 !?

재미있다.

 

일중독 아빠와 미요리를 낳고 주부가 되어 따분해진 일상을 견디다 못해 엄마는 가출을 하고 미요리는 할머니댁으로 내려온다. 시골 일본 전경이 펼쳐지며 일본 옛집들이 보이는데 보는맛이 쏠쏠하다. 일본 여행을 간다면 이런곳으로 가서 먹고 자고 집안일이나 도와가며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아~쩝!

이 영화에는 온갖 요정들이 나오는데 마을 뒷산 오래된 벗나무가 신목으로 정령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사실 미요리는 10년전 이 신목에게 선택받은 숲의 주인이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마음에 자신의 모든 마음을 꽁꽁 싸매고 타인의 배려와 온기를 불편해하는 미요리는 쌈꾼이다. 그런 미요리에게 진정 세상에 저렇게 순박한 존재들이 있는걸까 싶은 사람들과 정령들이 미요리 곁에서 알짱되고 조건없는 믿음과 사랑을 준다.

어쩜~ 미요리는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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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선택받은 저 꼬마 아이가 미요리다. 선택의 기준은 모호~

 

벚나무 정령은 부처다. 그것도 여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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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같긴 한데 여성이다.

미요리의 할머니는 마녀라고 불리는데 산에서 약초를 캐어 사람들을 치료해준다. 말빨도 쌔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으로 자연을 믿고 사람을 믿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의지한다. 자연=여성=힘이라는 등식이 밑바탕에 있는 것 같았다. 미요리도 여성으로 지금 생각하니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일본의 신앙은 참 복잡한데 부처도 있고 그 부처가 벚나무 정령이기도 하고 이상한 동물 정령들도 많고.. 오묘하게 마녀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 마녀는 텐구라는 까마귀 신같기도 하다.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상징들인데 하울에움직이는 성 에서 하울은 까마귀로 변한다. 이 까마귀는 매우 신성한 신이라고 알고 있다.

 

여튼, 귀여운 정령들이 많이 나오는데 개미핧기처럼 생긴 모구리라는 정령은 나쁜 꿈을 먹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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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가 다투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괴로워하는 미요리의 꿈을 모구리가 먹고 눈물을 흘린다.

참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정령이라 아닐 수 없다. 순하게 생긴 외모처럼 다른 정령들이 미요리를 의심할때도 끝까지 미요리의 편이 되어 저 입으로 바람을 뿜는다. 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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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정령 후쿠린도 등장하는데 엇! 샌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온 마녀와 닮은 듯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다른 정령들도 많지만 특별하진 않았고 기본적으로 일본 토속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했다.

 

산골 친구들은 순박하고 정령들도 착하고

겉만 거칠었지 속은 보들보들 표고버섯 말린 후 청국장에 넣어 먹을 때의 그 부드러움 마냥 보돌보돌한 미요리는

확~ 마음을 연다.

그러던 찰나! 이 아름다운 마을과 학교가 댐사업으로 수몰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왱!

댐건설?

 

미요리의 숲은 이런 만화였군요..;; 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찰나였다.

중간에는 벚나무 정령의 도움으로 미요리가 물이 되어 물의 일대기를 따라가보는 장면도 나온다.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삶의 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주민들이 어떠한지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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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요리는 댐건설을 위해서 검독수리를 잡으려던 사람들을 몰아내고 천연기념물 검독수리의 등장으로 댐건설을 막을 수 있었다.

 

훈훈한 결말!

미요리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숲을 지켜낼 수 있었다면서 친구들을 믿고 살겠다고 다짐하며 애니는 끝을 맺는다.

 

..........

공동체의 복원,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 회복

..............

 

몇일 전 "각시, 마고"라는 연극을 봤다.

덕분에 거져본 연극이었는데

남자들에게 상처받은 여성들이 태고적 자연과 인간을 만든 마고할미를 찾아가 자신의 원한을 풀고 결국 미움과 복수는 새로운 상처만을 남기기에 우리 모두 마고할미가 되어 세상을 보자는 내용이었다. 세계의 여성이 단결하여 착하고 힘쎈 마고할미가 되자는 이야기였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신비로운 존재 마고 할미도 좋았고, 바람피고 때리고 인신매매에 여자는 인간취급도 하지 않는 전쟁하고 때려부수는 남자들.. 그게 모두 남자들만 한 짓이겠냐만은 하나하나 예시가 사실을 바탕으로 두고 있기에 속시원하기도 하고,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기도 하니까.. 눈물이 나고

팔레스타인의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성의 통곡에 가슴이 무너져내리고

자신을 위해서는 용서가 가장 좋은 일임에도 용서하고 참기 너무 힘들어서 지친 내 맘을 어루만져주기도 했다.

몸도 커지고 힘도 쎄져서 혼내주고 싶다는 여성들의 바람은.. 내가 외면하고 있는 욕망을 그대로 비춰주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재밌기도 했었다.

 

거기에서도

신은 여성이었다.

 

여성이 세상을 만든 사람이다라는 상징은 내 가슴을 왠지 모르게 펴주는 힘이 있다.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 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우리사회에서 만연해 있는 남성중심주의에서 억눌려 있음을 그때서야 다시 확인한다.

부차적인 존재여야만 한다는 아직도 현모양처가 가이드라인인 이땅에서

여성인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리가레가 말했던 상징이란게 이런걸까나..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해방감이 느껴진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

누가 뭐래도 꿋꿋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이게 전부일 순 없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명=자연=여성을 도식화시키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생명과 생성이 여성의 근본 속성이라고 하는게 맞는걸까?

 

 

 

 

 

 

....

워낙 성장애니를 좋아해서 내 입맛에 딱 맞았지만

일본 시골 전경도 이쁘고 귀여운 정령들도 많이 나오고

볼만 했다.

특히 개발이데올로기에 약한데

친환경적개발이라는 것도 좀 웃기고

오래된 것, 미신적인 것, 이런것들이 새로운 것, 편한 기계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문제가 있는 거다.

 

요즘 얼리어뎁터라고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에 아이패드네 막 나온다.

근데 그런 기계를 잘 쓰는 게 좋은 건가?

그런 속도에 익숙해지고 먼저해보는게 좋은건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편하면 좋고~

그래도 그런것을 하는 것에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게 당연한게 아니라는 것..

그런 인식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뭐 빠르고 잘하면 칭찬 받으니까~

그래도 소비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충분히 그 능력껏 쓰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거위털거위털 하는데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거위털거위털 했다고

옛날엔 패딩만 되도 따뜻하다고 그랬다 뭐~

오리털이면 완전 부잣집이구~

 

몇년새 이상해졌어. ㅡ ,.ㅜ

 

 

암튼... 물의 순환을 그릴 때 인간 몸속으로도 들어갔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나'라고 불릴만한 존재가 있는가?

외부와 내부가 따로 있는가...

그런 질문들은 매우 중요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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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2010/12/06 15:29

 

 

민주노총을 들어간다는 말에

뭐 할줄 모르는 깡패들의 집단이라며

빨간줄 긋는거 못본다고 생각도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해머로 머리를 맞은듯 멍하고

 

다년간 동거의 경험으로

보다 과장되게 말한 것임을 알기에

화조차 내지 못하고 얼렁뚱땅 대답을 피하고 도망나왔다.

 

누군가는 확신을 갖고 인생을 살아갈지 모르지만

늘 이길이 맞는 길인가 매번 고민하는 사람이기에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호통에 기가 팍 죽고

가슴이 진탕되는건 어쩔 수가 없다.

 

어렵게 어렵게 산다고 누가 알아주는거 아니고

나또한 힘든게 싫은데

그래도 이길이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내어논 용기가 바스락하고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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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2010/12/01 14:58

 

별일 아닌 것 같은 일로

사람이 미워지고

 

미운마음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매일매일 조금씩 더 미워진다.

 

미워하는 마음은 미움을 계속 붙인다.

미울 구석을 찾아낸다.

미워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나의 고통까지도 그 사람 탓으로 만들어버린다.

 

미워하기를 누군가 시킨것도 아닌데

내맘대로 미워하면서

어깨는 굳어가고 뻐근하고 눈도 침침해지고

머리는 아파오고

이만저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고통스러워서 더 미워진다.

 

한번 미워지기 시작하니

존재하는 것 자체도 밉고 불편하다.

 

 

 

 

 

 

 

나라고 불릴 만한 것이 없는데

너라고 불릴 만한 것도 없는데

왜 상대를 두고 미워하나

아마도 지금 현실이 싫고 짜증나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니탓이야!

라고 하는게 편하니까

 

 

 

 

사실 '미움'이란 감정은 너무 힘들다.

가장 피폐하게 만들고

슬프게 만든다.

 

미워하고 싶은건

세상이겠지.

 

 

 

일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 없고

이미 마음이 떠났으니 하루하루가 고행이 따로 없다.

불만족스런 마음이

부글부글거리다

괜히 그 사람에게 튄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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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은 진짜 터지는구나

2010/11/25 13:55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뉴스 봤어?

왠 뉴스?

북한이 연평도에 50발 폭탄 떨어뜨렸데

....

 

가슴이 답답하고 심란해서 문자를 돌렸더니

음모론이 제기되고

그럴지도 몰라

그래도 심란한 마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절대적 폭력앞에 무기력해지는 심신.

 

폭탄이 떨어지는 하늘

불타오르는 섬과 마을

컴컴하고 흔들리는 피신처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는데

그것이 바둑판위의 돌처럼 움직이는 순간

인간은 순식간에 우주의 점하나로 인식되어진다

 

검게 타오르는 연기속에

진돗개가 발령되고

k 뭐시기 포가 준비됐다나

응징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한쪽에선 애국심이 더 생긴다나

....

 

"분단국가에 사는 설움이지 뭐"

 

 

분단은 포탄을 타고 불쑥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근대에 들어 전쟁은 정치적으로 일어났고

그 희생은 늘 전쟁을 강요 당해 온 사람들이 짊어져야 했다.

내 목숨이 다른 이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이

살깥으로 느껴지는 날.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흔들리는 눈동자는 길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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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거지"

2010/11/18 10:32

 

요즘은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거지"란 말에 수긍이 많이 간다.

 

한가지씩은 특기가 있어서 사람을 놀라게 하곤 한다.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하다.

 

누가 더 잘났다고 할 수 없을 만큼

각자의 무게로 각자의 인생을 참 열심히 살고 있다.

 

부족한 부분, 이기적인 부분이 있을지라도

그런거 없는 사람이 존재하기나 할까

 

 

신기해서 매번 놀라게 된다.

 

 

그래서 가끔

나 잘난 맛에 푹 빠져 있을 때

웃음이 난다.

나 잘난 이야기하고 있으면 정말 잘난 것 같고

그런마음 없으면 이 팍팍하고 의미를 찾기도 힘든 세상에 어떻게 살아갈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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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면 뭘 먹고 사나 걱정이 앞선다.

부모님을 봉양해야 하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내 생활비 정도는 보태는게 있는데

일을 그만두면 당장 그 돈이 걱정이다.

 

여행이라도 훅 떠나고 싶어도

돈이 또 아쉽고 걱정되고

이럴때 아니면 언제 가나 싶다가도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화장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

먹고 살 걱정 안하는 사람이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다들 그게 버겁고 답답하고 암담하고 

문뜩 숨이 막히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그러겠지 싶은게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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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서 있는 말과 행동에 울컥~ 화가 올라온다.

이러저러해서 기분이 좋지 않구나...하면 이해가 되는데

또 언제까지 이해해야 되는건데? 좀 바꾸면 안되나? 라는 생각이 불쑥~

넌 니 자신이 가진 단점이나 습관을 바꾼적이 몇번이나 되냐......란 생각이 들고 나서야 담담해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깊이 있고 편안하고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즉각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나아지는게 없는거 같다.

화는 그 사람 때문에 나는게 아니라 내가 혼자 내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경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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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먹고 엄마가 단감을 깍아줬다.

엄마는 남은 세조각 중 가장 맛없어 보이는것을 짚고 다른것은 내가 먹으란다.

엄마 무릎을 딱 때리며

맛난 걸 골라먹어야지~그중에 맛없느걸 고르니!

그러니 집에서 대접받아야 나가서도 대접받는다나..

지금 생각하니

"그러는 엄마는?"이라고 이야기 해줄껄 그랬다.

 

빚진게 많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죽어도 갚지 못할 만큼 많다.

앞으로도 계속 빚은 늘어만 갈 것 같다.

다 갚지도 못할 껄 알면서 덮썩 받기만 해

문뜩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세상에서 가장 손해보는게 부모라는 존재들 같다.

맛난거 몰라 좋은거 몰라 편한거 몰라 그럴까

자식들은 버럭버럭 얼토당토 않은일로 짜증이나 부리는데

뭣좀 배웠다고 따닥따닥 거리는데

가끔은 무시도 하는데

그래도 그게 뭐가 이쁘다고 걱정부터 앞서나

정말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그러다 문뜩

손해일까? 란 생각도 들고

아냐아냐 손해야~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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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2010/11/08 17:09

 

요즘은 진짜 죽을 맛이다.

딱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무엇하나 손을 못대고 있다.

 

그냥 멍~

웃고 떠들고 드라마보고 자고 먹고

이런것만 하고 싶다.

 

좀 열심히 살긴 하였으나

이런 기분은 도대체 어째야 되는지

 

종종 그러는 것 같다

주기가 오는지

그리고 겨울엔 특히 그럴때가 많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춥고

움직임이 적어지면

나도

애벌레마냥

겨울잠 자는 동물마냥

마냥~딩굴거리고만 싶다.

 

 

그리고 무엇도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아진다.

방전된 것 마냥

 

 

 

이렇게 방전될 땐

아무일도 안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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