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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처음 진보넷을 일러준 알엠이 있었고, 그리하여 진보넷에 둥지를 텄을 때
슈아를 비롯한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이 곳에 여럿 있다는 걸 알았다.
1년반이 지난 지금 나는 날마다 너부리, 보라돌이, 미류, 시와, 붉은사랑, 달군,
지후, 스머프, 배여자, 레이, 경심, 돕, 토리, 네오, 뻐꾸기,
그리고 마이링의 이채와 여러 친구들....
마흔 명이 넘는 블로거들의 방을 훔쳐보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그 중에서 과연 누구를?
그러자, '아침'마다 블로그 순례를 하는 내가 '아침'을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서로 사적인 정보를 나눈 적이 없으니 더 잘 됐다,
는 생각도 든다. 맞아, 거기로 가보자.
거기선 지난 겨울의 기억이 담긴 눈 밟는 소리를 몇 번이고 다시 들을 수 있고,
비폭력과 평화에 대해 곰곰히 생각할 수 있으며 '기린의 말'을 배울 수도 있다.
기린? 기린!
[평화인권연대]에서 발간하는 평화저널 [월간 평화연대]에
2004년 12월호에 실은 글(지면 특강)에서 그는 '기린 언어'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린은 비폭력 대화를 하는 상징으로 쓰인다. 초식동물로 비교적 평화롭기도 하고, 키가 크기 때문에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큰 키 곳곳에 피를 보내기 위해 육상동물 중에 가장 큰 심장을 가지고 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대화하는 상징으로 워크샵 등에서 자주 사용하기도 하므로 지면특강의 이름을 ‘기린언어 배우기’로 하였다.
그리고 비폭력 대화의 목적에 대해서도 밝힌다
비폭ㅤㅍㅕㄱ 대화의 목적
비폭력 대화를 하다보면 ① 적대감 없이 상대를 바라보며 긴밀하고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고, ② 나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모두 만족시키며 ③ 즐겁게 만든다. 늘상 이런 대화의 방식을 사용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특히 위의 3가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용기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위계적인 사회체제가 수천년간 지속이 되어오면서 우리의 말하는 습관이 폭력적으로 정형화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닌 피상적인 이야기들을 하게 되고, 그런 말하는 습관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여덟 살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다.
서울에서 살게 된 뒤로는 일 년 이상 못쓰기도 했고 며칠 덮어두는 일도 있지만
해마다 일기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릴 때는 그것이 숙제였고, 숙제를 하지 않으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으니까,
그게 싫어서, 칭찬을 듣고 싶어서,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 썼다.
그런데 쓰다보니 점점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 되어갈 수록
그것은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일기 검사를 해줄 선생님도,
가끔 일기장을 들춰보며 나를 관찰하던 부모님도 곁에 없을 뿐더러
그것을 열심히 쓴다고 해도 결코 '착한 아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쓴다.
돈 되는 글쓰기를 하루 이틀 미루기는 해도 일기를 미루지는 않는다.
그 누구보다 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내 몸과 마음을 잘 알아야하는 것은 바로 '나'이며
그것은 일기쓰기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심은 내게 '언어적 인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가지, 내가 아무리 오랫동안 쓰고 또 써도 잘 되지 않았던 것,
배우기 힘들었던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비폭력적인 글쓰기'였다.
결론을 정해놓고 판단하기, 정면을 가리키지 않고 빙 돌려 말하기,
비명 지르기, 호통치기, 공격하기, 방어하기...
솔직하지도 자연스럽지도 못한 글쓰기 습관이
어느새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 당황했다.
나는 날마다 그토록 닮고 싶지 않았던,
'경계하고 싶은 대상/조직/사회/관습/제도/이데올로기'로부터 거리를 두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내게 '아침'이라는 존재는 소중하다.
글과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도 보여준다.
그는 기린언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알리는 사람이면서도
'나는 왜 항상 내가 배운 기린언어를 적당한 시점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doing과 being의 차이란게 이런거였나?' 라며 자신을 돌아본다.
가끔 옥상에 나가 바람을 쐬다가 새들이 V자로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서로 배려해주고 아껴주는 훈훈한 모습 '을 발견하기도 한다.
등산을 하면서 나무를 잡고 올라서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거나
산을 오르는 과정 자체가 주는 기쁨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자주 느끼는 거지만 나는 운이 좋다.
왜냐하면 산에 오를 수 있는 두 다리와 두 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산을 오를 용기를 주는 친구들과 시간이 주어졌다.
나의 그런 운을 나누는 그럼 사람이 되어야겠다.
내가 그동안 얻은 것들이 아깝지 않기 위해서
그러니까 나에게 기여한 모든 생명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나도 큰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들을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야겠다.
아직까지는 실망스럽지만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계속 잘해낼 수 있을 꺼야.....
게다가 그는 금연에 성공했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정신 못차리고 줄담배를 피는 나로선
담배를 딱 끊어버린 사람들의 '강력한 자기 믿음'을 그 무엇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아직도 가끔은 담배를 피우고 싶지만
예전처럼 마음둘 곳이 없어 끙끙거리진 않는다.
본래의 욕구가 아닌 것이므로 날 지배하진 않을 것이다.
금연이란 것 역시 나의 욕구가 아닌 수단방법이므로 연연하려 애쓰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내가 그날 택한 방법은 싹싹 빌기.
그 사람들의 인간성에 호소하면서 싹싹 빌기.
그들이 천벌받을만큼 나쁜 짓을 자신도 모른채 하지 않도록 알려주기.
그래서 마음 불편해지게 만들기.
그 마음 불편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감해주기.
그래서 그들이 정말로 명령을 받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사람으로 행동할 용기를 주기.
그런걸 꿈꾸었다.
포크레인 기사가 못할짓이라고 돌아가고,
레미콘 기사가 잠시라도 머뭇거리고,
용역 알바온 사람들이 다시는 안오겠다고 약속하고,
그런 곳에서라도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수와 힘으로 절대적으로 밀리는 그곳에서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건 그들뿐이었다.
지난 4월 7일, 평택 대추리에서 경찰과 용역일꾼들이 에워쌌을 때
그는 그런 방식으로 행동했고 그 행동이 옳았다는 걸 확인한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방패로 미는 척 하면서도 붙잡아주던 용역들이 있다는 것을,
거칠게 대응하던 남자들이 몰린 오른쪽보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설득하던 여자들이 몰린 왼쪽이 덜 밀려났다는 것을,
'그게 내가 믿었던 비폭력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라고 말한다.
이런 글을 읽고 싶었다.
지금 내게 이런 글이 절실했다.
욕하고 덤벼들고 돌 던지고 불을 지르면서 '분노의 에너지'로 20대를 버텼던 내게
이런 글은 얼마나 소중한지...
오래전 많은 학생들과 주민들이 맞고 끌려가던 현장에서도
나와 여학생 둘을 방패로 슬쩍 가려준 전경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모욕적이고 거친 욕설이 쏟아지던 그곳에서
'에이, 더 이상 못해먹겠네, 애들이 무슨 죄야, 욕 좀 그만해!...'
라고 외치던 한 경찰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
그들에게 때리지 말고 욕하지 말라고 설득하거나 대화할 틈이라는 건 없었지만
누구 하나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도 기억한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계와 명령에 의해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는 당신과 몸싸움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할 용기는 아무도 내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부수고 빼앗는 자들에게
우리들의 '분노'와 '무기'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대응은 그들을 닮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요즘,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대응은
'평화'와 '비폭력'을 담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실천일 것이다.
그래서 부탁 한 가지!
아침의 지면특강 '기린언어 배우기'의 세번째 글을 읽고 싶어요.
그 특강이 계속 이어져서 블로그를 통해 '비폭력 대화'와 '비폭력 글쓰기'를 소개하고
함께 경험을 나누며 더 많은 블로거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가는 거, 어때요?
마지막으로 이 글의 첫 대목에서 언급한
눈 밟는 소리를 링크하고 물러갑니다
한걸음 한걸음 산을 오르듯이,
힘겹지만 뚜벅뚜벅 삶을 이어가는 우리들 발소리가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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