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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이틀에 한번은 오프를 줘서

오랫동안 못갔던 공부모임에 가게됐다.

 

가면서 한 생각이라고는

'앗 늦었다 어쩌지?'

'겁나춥네 뻐쓰 빨리와라'

'앗 이쪽 전철이 온거였어! 뛰어!'

'전철안도 춥구낭 ㅡㅜ'

'공부좀 할려그랬더니 볼펜을 안가져왔네 ㅜㅜ'

'졸려... 꾸벅꾸벅....'

'여기 어디야.... 종각? 종각? 정말? 내려내려내려!!'

'앗 겁나춥네 발시려 볼펜사야되는데... 에 몰라 빌려써.'

'몇층이더라'

'이 방이 맞던가?'

 

노크 똑똑똑...

안에서 들리는 반가운 사람들 목소리

'네에~~'

문 열고 들어갔더니

그가 있다.

 

워메. 제길제길

이런 상황에 대비해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생각해두지 않았거늘.

원래 그사람도 속해있는 모임이니까 그가 올 가능성이 없었던건 아니고

그걸 미리 생각하지 못한건 날씨가 너무 추워서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왔기 때문이야

그치만 문을 열기 전부터 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반가워서 방긋 웃을 예정이던 터라 

이미 방긋 웃고 있었고 그를 발견하고도 걍 계속 방긋 웃고 있을수밖에

문제는 사람들이 하필 그 옆자리를 내어줘서

내 발은 내 마음의 원망을 받으며 그 자리를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고있는 거였다.

 

그리고 사람들을 둘러보며 '안녕하세요~~ 올만이에요~~' 하면서

그에게 '오랜만이에요' 라고 말하려다가 그간 문자 씹힌게 떠오르면서

'그랬다가 인사 씹히면 어떡하지?'

'그러면 분위기 완전 썰렁해질텐데?'

'에이 그냥 하지 말자'

'인사도 안하면 계속 어색할텐데 어쩌지?'

'어차피 어색하겠구나... 걍 안전하게 가자'

그래서 인사는 안하기로하구

긴장해서 어디 걸려 넘어지거나 뭐 떨어뜨리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토론모임도 그렇고 이런 토론 주제도 그렇고

너무 오랜만이라 급 낯설어보이면서 이거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도 걱정인데

고개를 저사람쪽으로 너무 안돌려도 부자연스럽고 

엄마가 사람이 말할 땐 쳐다봐야된다고 했는데 쳐다보긴 완전 껄끄럽고

고개와 시선에 너무 신경쓰면 가뜩이나 좀 어려운 토론내용이 머리에 한개도 안들어올테니

아예 신경을 쓰지말자 신경을 쓰지말자 신경을 쓰지말자 신경 쓰지말자 쓰지말자.... 하다보니 어랏, 지금 어디하고있었지?

막 이러고 있고...

 

그래도 내가 자칭 적달(적응의 달인)이라

한 삼십분 지나자 이 불편한 사태가 익숙해졌고 토론도 재미있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끼기'의 느낌.

느끼라는 말을 세개 연속 쓰고보니 좀 변태스러운 구석이 있긴 하네.

어쨌든 사고하기와 느끼기에 대한 이야기도 메인 띰 중 하나였다.

그리구 'When singularities rise up as a Common body, the Ungovernable can become revolutionary process.' 라는 문장은 좋아서 원문을 메모도 해왔구

뼈bone랑 살flash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라쪼가 나한테 갑자기 '그래 뼈속에도 골수랑 그런게 흐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지! 이 비유의 의미는...!!' 하고 크게 말할 때 사실 나는 속으로 '그래 비유로서의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뼈속에 있는 stem cell이니, 피랑 뼈가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에 의해 끊임없이 생기고 변화하고있다는 지식은 이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안돼. 의학지식아 셔떠ㅃ~' 이러고 있었는데 어찌 내 생각을 알았단 말인가 나는 아무말도 안했는데. ㅋㅋㅋ 완전 깜짝놀랐다. 귀여운라쪼.

리바이어던 그림에는 왠지 월리가 숨어있을 것 같기도...

그리고 시간은 엄청 빨리 갔다.

 

건물을 다같이 나와서 헤어지면서

손 흔들흔들 안녕히가세요~를 하는데

아 이놈에 인사할 때가 문제구나 싶다.

한명 한명 얼굴을 쳐다보면서 손을 흔드는게 인사인데

그를 쳐다볼 차례가 되었을 때 기껏 쳐다봤더니

손목이 안움직이네 ㅋ

이뭐병

 

 

아놔

 

인사가 문제야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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