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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 지내다 보면 그 안에서 연애하는 경우가 당연히 생긴다.
학교 다닐 때 과에서 사귄 커플들이 줄잡아 열다섯쌍이 넘는다. (물론 복수 매칭도 가능...) 나는 그들이 사귀다 헤어진 다음에 서로 모른체 하고 불편해하고 상대방이 나타나는 자리를 피하는게 안타까웠다. 그들이 한두해 사귀다 헤어질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는건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아무도 말은 안하지만 피차 알고있는 사실이다. 다 알면서도 사귀는건, 사귈 때의 행복과 만족이 헤어진 후의 그 모든 껄끄러움을 보상하고도 남기 때문인가? (=> 요렇게 생각하는거, 디게 '나'스럽다.) 아니다 그런 생각같은거 하면 왠지 상대방한테 죄짓는거 같아서 떠올라도 무시해버리는거지.
헤어진 커플의 껄끄러움을 극복하는 거. 흠...
사랑을 한다는게,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난 그렇게 맺은 관계는 예술작품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조각을 하다가, 작품이 마음에 안들거나 더 이상 고쳐보기는 힘든 약점이 생겼다고 치자.
예를들어, 코가 떨어져나갔다 치자.
전시회에 내놓을 수 없다고,
코가 없는 조각을 꼭
때려 부술 필요는 없는거다.
나는, 나의 실수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 조각을
내 방 안에다 들여놓고 아껴주고 싶었다.
세상의 미의 기준에서는 벗어나도,
나에게 그것은 코가 떨어지기 전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다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보물이니까.
누가알아?
나중에 가서 팔 없는 비너스상처럼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칭송받을지도 모르지.
=> 요렇게 생각했는데....
이놈의 조각품이 코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떨어지면 좀 곤란하잖아......
ㅠ.ㅠ
애초에 조각하기 전의 날것 상태로의 돌덩이.
그것도 나름대로 아름다웠는데....
거기다 손을 댔는데
너무 추해지면
서툰 내 손에 대한 죄책감을 어떻게 하지...
손 댄 것을 후회하고싶지 않은데.
음....
머리가 떨어진 조각품,
지금은 멍때리고 바라만 보고 있지만,
조만간 뭔가 떠오르면
난 다시 정과 끌을 들고 깎기 시작할거다.
더 작아지긴 하겠지만,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떨어져 나온 파편에 상처입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보다 나아진 어떤 관계를 만들기 위해.
근데 나 너무 질긴거 같아.
낫 쏘 쿨, 심지어 약간 루저스러운 이 끈질김, 어떡할거 ㅋㅋ 구려.
하지만 이정도는 돼야 촛불 좀 든다고 하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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