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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외출

엄마는 중풍 6년차 1급 장애인이다.  조금씩 기력이 떨어지더니 이제는 거실도 잘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잘 나오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해졌다고 해야 하겠지만 의지의 문제도 무시할 순 없다.

 

"운동을 해야 좋아지지. 이렇게 안 움직이면 좋아지겠어?"

"내가 운동을 하기 싫어서 안하니? 아파서 일어설 수가 없어"

"엄마, 그럴수록 더 운동을 해야지. 나중에는 아예 일어서지도 못해"

"니가 내 심정을 알기나 해. 건강할 때 잘해주지 그랬어?"

"매일 그렇게 과거에 얽매여 살면 뭐가 달라져?"

"됐어. 듣기 싫어. 나가"

"...."

"...."

"그러지 말고 날도 따뜻해졌는데 한 번 나가자."

"알겠어...나중에..."

"...."

"...."

 

엄마랑 대화는 항상 이런 식으로 끝난다.

그런 엄마가 오늘,올해 들어 첫 외출을 감행했다.

종교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엄마는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는 성당 체육대회에 가보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막상 밖에 나가자고 결정을 내려도 실제로 나가기 까지는 엄청난 시간 동안 신경전이 벌어진다. 날이 춥고 꾸물꾸물하다. 엄마는 이내 맘을 바꿨다. 역시나 성질 급한 아빠는 또 화를 낸다. 나는 그런 아빠를 공격하며 엄마 편을 든다.

 

"(아빠)나가기 싫으면 말어. 누가 나가라고 그랬냐? 나는 아쉬울 거 없어"

"(엄마)....."

"(나)아빠는 나가자고 했으면 끝까지 상대 기분을 맞춰줘야지. 그 정도도 못하냐? 그리고 엄마는 상대가 자기 염려해주는 거 알면 좀 맞춰줄줄도 알아야지."

"(엄마)....알았어...나가자고..."

 

그렇게 엄마, 아빠, 나, 동생 넷은 휠체어를 들었다, 밀었다, 끌었다 해가며 운동장에 도착했다. 집이 3층이라 엄마 혼자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어느 정도는 혼자 움직이다 안되면 휠체어를 들어야 한다. 엄마에게는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 그래도 오랜만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은가보다. 노래도 부르고, 풍물 소리에 맞춰 춤도춘다. 휠체어에 앉아서 엄마가 춤을 춘다. 왼손은 얌전히 무릎 위에 얹혀 있고 오른손으로 휠체어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춘다.

 

그렇게 동네 운동장 구경 한 번 하는데 한나절이 흘렀다.

엄마를 가두고 있는 마음의 감옥.

그러나, 그 이상으로 장애인을 옥죄는 현실의 감옥.

1년에 한 번 외출하기가 이렇게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다음에 한 번 더

엄마 마음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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