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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여우비님의 [연애시대와 소울메이트] 에 관련된 글.

 

1.

 

언제부턴가 드라마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리만족같은 것도 있고, 누나 동생이랑 수다 떠는 것도 좋고, 내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본다. 처음 [네 멋대로 해라] 때문에 살짝 흥미를 갖게 된 이후로 최근에는 떨리는 가슴, 내 이름은 김삼순, 두번째 프로포즈 정도를 재밌게 본 거 같다.

 

요즘은 연애시대를 보고 있는데 비슷한 고민이 많아서인지 쉽게 몰입이 된다. 연애시대가 재미있는 이유는 매사 무사태평하고 상큼한 사랑이야기 보다는 고통스럽게 상처를 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그럴 듯 해보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만남, 불타는 사랑, 갈등 극복,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는 극적 요소를 제외하면 인생의 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너무 럭셔리한 애들 얘기가 많다.

 

연애시대도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니다. 서른살 이혼남이 분당에 빌라를 소유하고 살고 있다는 설정, 게다가 안정적인 직장에 이미 직급도 꽤 높다. 손예진 역시 경제적인 고민거리는 전혀 없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둘은 모두 가정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종종 현실과 타협을 하는데 그게 좀 아쉬운 점으로 남지만, 사실 그런 타협들이 더 현실적인 면도 있다. 내가 그런 현실적인 타협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나서는 더 그렇다.

 

2.

 

현실적으로 감우성과 손예진이 재결합하는 게 맞는걸까? 아니 좋은걸까 생각을 많이 해본다.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 다시 결합해도 힘들고 떨어져 있어도 힘든 사람들. 대개 그렇듯 나도 감우성의 '애매모호한' 플레이와 우유부단한 행동이 짜증스럽다. 그런데 또 대개 그런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도 다수. 아무튼 감우성이 결국 손예진에게 돌아가는 결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을텐데, 감우성이 재결합을 선택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죽은 아이' 때문이니 가정적인 여자(궁중 요리사로 표현되는 지적이고 점잖은 스타일)와 재결합한다는 설정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사실 둘이 다시 결합하는 결말이 나오면 좀 짜증날 거 같았다.)

과연 그 날, 감우성은 어디에 갔을까? 이것이 마지막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일텐데 누나는 '사건 당일'날 감우성이 출생신고를 하러 갔을거란 추측을 내놓았다.

 

'아~~~뜨시'

 

누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온다. 와, 우리 누나 머리 디게 좋다. 작가적 상상력!! 그래서 내가 생각해본 최악의 결말은 손예진이 그 사실을 알고 감우성을 이해하는거다. 그리고 1년후란 자막이 뜨면서 손예진이 새사람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는데 감우성이 와서 축하해주는 장면이다. 생각해보면 이게 최상의 결말이다.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기도 하지 않을까? 손예진 역시 가정적인 여자니까.(헤어진 사람과 다시 사랑하는데 어머니 같은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충고도 깨름직하다)

 

아무튼 아이가 헤어짐의 매개가 된다는 설정, 또 상처를 극복하는 매개도 된다는 설정. 각자 새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는 설정... 모두 찝찝하다. 낭만은 짧고 생활은 길~~~다는 것인가? 한겨레21에서 연애시대를 분석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요점은 '결혼 없이 연애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아쉽게도 결론은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라는 식이었다. 근데 또 맞는 이야기같다.

 

끝내는 감우성이 아이에 대한 집착이 적었다면, 부부-아이로 구성되는 가정생활에 대한 집착이 덜했다면 아이를 잃고 상처입은 손예진을 감싸줄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남아서 계속 찝찝하다.(아이는 또 가지면 되잖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아닌가?) 그러니까 결혼과 가족으로 이어지는 감우성의 욕망도 별로 긍정 못하겠다.

 

사람들은 왜 연애를 할까? 드라마는 끝내 결혼 말고 별 답을 주지 않은 듯 하지만, 또 그래서 현실적인 타협이 썩 맘에 들지 않지만, 둘이 고뇌하는 과정에서 이미 가능한 답은 다 나온 거 같다. 그래서 내가 뽑은 최고의 대사는 이거다.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일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진정한 사랑은 그런 조건들을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영원한 사랑같은 건 믿지 않지만, 성숙한 사랑은 있을 거 같다.

환상인 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같다.

아무튼 사랑은 좋다. 연애도 좋다. 재밌게 살고 싶다. 계속 꿈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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