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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와 소울메이트

 요즘 관심을 가지고 보는 드라마가 몇 개 있습니다. 연애시대, 소울메이트.

이 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구성의 참신함때문입니다.

기존의 삼각 또는 사각 구도에서 약간은 벗어났다고 생각했거든요.

 

  앞선 드라마는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교체되는 형식을 통해 캐스팅된 배우 만큼이나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고, 뒤에 있는 드라마는 인물이 변함은 없는데, 두 개의 에피소드가 오버랩되는 형식입니다.

  둘 다 연애에 대한 단상을 중심으로 그려나간다는 점이나, 넓게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그런데 제가 발견한 약간의 미묘한 차이는 소울메이트가 20대 초,중반을 주요 시청층으로 말 그대로의 true love, 즉, 소울메이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것이라면, 연애시대는 그보다는 좀 높은 연령층으로 사랑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연애시대는 사랑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조금은 우울하게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녀들의 꿈, 현모양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꿈과 모습입니다. 어제 방송된 연애시대의 마지막부분은 전남편인 동진(감우성)이 그의 첫사랑 유경과 재혼하는 결혼식장. 그곳에 참석한 은호(손예진)의 독백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녀의 독백은 그녀가 어릴 적 자신의 꿈을 적은 일기 속에서 상상했던 멋진 왕자님과의 만남으로 은호가 동진과 만났던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과 맞물립니다. 작가의 의도야 이제는 깨져버린 돌이킬 수 없는 듯한 꿈을 강조하고 싶었나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어릴 적 꿈이 현모양처였다는 말이 많이 거슬렸습니다. 현모양처라... 

 이런 현모양처의 꿈은 연애시대의 어릴 적 은호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소울메이트에서는 유진(사강)도 꿈꾸는 삶이기도 합니다.

  현모양처, 생각해보니, 옛날 제 친구 중에도 현모양처가 꿈이라는 친구가 있긴 했습니다.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현모양처라는 단어를 들었던 저는 나중에 나이가 들면서 이런 희망사항이 참 별로라고 생각했었죠. 자신의 장래 희망이 직업으로 표현되는 것이나 어머니,아내로만 점철되는 현모양처나 참 재미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여전히 유효한데, 사람이 못되서 그런가...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꿈들이 철저히 깨져가기를 바라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드라마를 제대로 챙겨보지를 못해서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긴 하는데,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보다 사랑을 잃어가는 과정이 더 맘에 드는건 왜 인가 모르겠습니다.

곧 끝나가는 연애시대에 주목하면서, 지금은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동진과 결혼하는 유경을 제외하면 연애시대의 대부분의 여성의 모습은 이혼을 경험했고, 출산과 양육을 고민하기도 하고, 사산을 경험한 아픔을 가진 여성입니다. 어쩌면 이 캐릭터들은 은호의 동생인 지호(갠적으론 이 캐릭터가 젤 맘에 듭니다)나  현모양처의 대표적인 이상적이고 완벽한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유경보다 더 현실적인 여성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혼한 부부의 삶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는가의 문제들은 다르다고 생각하구요.)

 

 드라마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전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에 뭇 드라마가 선택했던 사랑대신 일을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이나, 상상이었다느니 식의 결말을 기대하진 않구요. 그저 사랑이 끝나고 또 다시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그 과정이 사산의 아픔이나 실연의 아픔에서 치유되는 과정임을 담담하게 그려나갔으면 합니다.

사랑의 결실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그리하여, 제목처럼 연/애/시/데 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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