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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자의 남편, 정말 더 싫다.

여성주의자의 남편이라 해서 보통 남성에 비해  더 여성주의적일꺼라 생각치 않는다.

그것은 마치 운동권 남성이 보통 남성에 비해 여성주의적일거라 믿는것과 같은 무식함임으로.. 그럼에도 가끔씩 여성주의자 남편들의 천박함과 무식함에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여성주의자들의 남편은 뭔가 그래도 더 아는 척하는.. 혹은 아닌 척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논쟁을 피해갈 수 있었고 또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최근에 만난 여성주의자들의 남편은 자신의 천박함을 그대로 드러낼 줄 아는 속된말로 용자였다. 물론 내가 그녀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들 스스로가 여성주의자라 자칭하기에 더욱 기막힌 일이다.

 

여성주의자 A는 면담 일정을 잡는데 제사가 겹쳐서 면담을 할 수 없게되었다고 답변이 왔을 때 그 남편이 먼저 떠올랐다. 여성주의자 B의 남편은 편하게 이야기하는데 나이, 선배 따지면서 깍듯이 대할 것을 나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인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대박이 터졌다.

여성사업을 하는데 3.8이 있으니 A의 남편에게 3.8 사전사업으로 잘 알려낼 수 있는 여러사업들을 제안했다. 그런데 A의 남편은 해줄수 없다는 것이다. 대단히 '중요한 사안'일때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정 하고 싶으면 중집에 올리란다. 그리고 자기는 반대표를 던질거라고 했다.

 

나는 왜 그러시느냐라고 하니 자기한테 말하는투가 기분 나빠 그런다는거였다. 뭘 잘알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해달라 그러는게 듣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내가 명령하듯이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관료적으로 대답하고 말한 사람은 자기였으면서. 그리고 내가 그럴 입장이나 위치도 못된다. 나는 이 곳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고 가장 소수파이며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물론 성폭력 사건 터졌을 때는 받고 싶지 않은 관심을 왕왕 받지만..

 

우리 남편 수달도 가부장제의 산물인지라 그닥 맘에 들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위와 같은 망언은 져지르지 않는다. 그걸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기혼 여성주의자의 현실이라니... 기가 막힌다.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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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미안합니다..

사무실입니다. 4시 반경에 평가서를 수정하고 성평등강의안을 쓰다가 문득.. 쓰질 못하겠더라구요.

전희경 선생님이 아침에 욕먹는 페미니스트라면 자랑스러워해야 한다하셨는데...

전 아닌가 봅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있다가 왈칵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여기까지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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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아닌 이야기를 담고 싶다

작년에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관련된 사람들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 하나 없었다.

이제서야 나는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사무처 사람들 사이에 있던 나에 대한 알지못할 긴장감과 적대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그들이 누구의 편이어서라기보다는 성폭력 사건의 대가로 들어오게 된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긴장감과 적대감이었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듣고는 있었지만 진정으로 듣지 않았다. 그것은 단하나, 이렇든 저렇든 당신들의 고통은 피해자의 고통과 동급일 수 없으며, 당신들은 책임자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또하나의 사실, 진정으로 듣는 순간 내가 너무 다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점점 모든것들이 나를 지치게 했다.

이미 종료된 사건인 줄 알았던 것들이 재생되기 시작했고,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수많은 말들이 나왔고, 모든 이야기는 다시 나를 통해 정리되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진정 정리를 바라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JSA의 이영애 역할을 맡은 것 같다고... 너는 정리를 하러 왔다지만, 누구도 너에게 정리나 종료를 진정으로 바라지 않았다고.. 그저 너는 거기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거였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다. 적당히 하라고... 다치지 않을만큼.. 그래야만 니가 살 수 있다고.. 니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면...

왜 나에게 이 일을 맡긴걸까..

왜 나는 여기 있는 걸까...

 

책임을 지어야하는 사람들이 이제부터 책임지겠다고 그만두지 말라고 한다.

나도 알았다고 믿어보겠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전화기가 울린다.

온갖 민원들이 다시 시작되고, 나는 또다시 듣고 있지만 또 듣지 않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말한다. 니가 겪었던 일들, 다 토해내라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정리될거라고. 그러니 참으라고.

 

이 많은 민원과 이야기들 속에 문득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난, 정말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자리잡은 이 공간에서 지금까지 겪었던 그 모든 이야기들... 그것들을 다 토해내고 싶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감정적인 나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풀리지 않은 나의 억울함을 말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내가 운동의 저 끝에서 다시 살고자 나를 붙잡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이 곳에 들어왔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보통은 대단한 운동적 결의와 경력, 인맥 등을 배경으로 이 곳에 들어오지만 나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운동과 이별하고 싶지 않아 이 곳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무 정파없이 아무 인맥없이, 아무 경력없이, 무식하게 욕먹어가며 이 자리를 지켰고 배운것은 단한가지, 진정성이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은 나의 진정성...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면 그것은 쉽게 무시되고, 삭제된다.  단 몇프로의 실수라도 용납되지 않았던 지난날들... 그것들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고, 나를 잃어버리게 했다.

 

살고 싶어 들어온 이 곳에서 나는 점점 없어지고, 성폭력사건의 끝은 저 멀리만치 가 있었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 아버지가 그 보수꼴통같은 우리 아버지가 내가 자랑스럽다하셨고, 현장의 조합원들이 많이 배웠다했고, 사업이 어느정도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다.

괴롭히는 인간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만두고 싶었다. 나를 새벽까지 괴롭히는 이 사건의 머나먼 종결때문에... 온갖 억울함들이 뭉쳐 떠도는 이 상황속에서 사건의 올바른 해결과 피해자치유는 문구로만 남아있다.

 

묻고 싶다. 올바른 사건의 해결 케이스가 있는지...

언제까지 여성사업 담당자들이 이 질곡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어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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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뻔한 그래서 뻔뻔한.. 그래서 벗어나고 싶다.

그냥.. 난 이제 더이상 말할 힘이 없어졌다.

울부짖을 힘이 없어진 거 같다. 일종의 포기랄까...

지겹다. 정세와 상관없이 혼자 떠들어대는 나의 삶이... 누군가 그랬다. 여성사업은 몰정세적이라고. 완전 진심으로 공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세적으로 여성사업을 해나갈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돈이 없다.

800만원이라는 돈이 없는데 어떻게 연구사업을 할 수 있을지... 연맹도 돈이 없단다.

이게 다 복수노조 전임자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그거 아니더라도 800은 정말 무리다.

 

성폭력도 지겹다.

 너무 뻔한 이야기에 너무 뻔한 모든 것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진심으로. 나는. 정말. 지겹다.

이 모든 것들이 진심으로 흥미가 없고 그냥 다 그렇다.

어떤 의미인지 찾지를 못하겠다.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늘 버벅이면서도 그래도 새롭지가 않고 그냥 지겹다.

열정이라는 건 애초에 없었다. 다만 초조함을 열정으로 오해했을뿐...

 

살아남는게 예전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는데,지금은 또다르다

미련한거다...

이제 나는 의미도 없이 아무도 모르는 채로 그냥 말라죽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이 괴롭지도 않다. 사람이 무덤덤해진다는게 이런건가하고 살고 있다.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일, 그러면서도 욕은 욕대로 처먹는 일이 바로 여성사업이다.

재미없는 삶.. 잘 살고 있을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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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서보니, 블로그 홈에 개토임의 글이 올라와있었다.

 

개토님이 말한 그 "담당자"가 바로 나다.

 

글의 내용들은 내가 항상 주장해왔던, 늘 생각해왔던 선전에 대한 나의 신념이자 고민이었다.

 

나는 단한번도 포스터 등을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 이렇게 해!라고 말한적 없다. 항상 토론해왔고 디자이너의 생각을 존중해왔으며, 그렇게 생산된 작품은 늘 공동의 무언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나의 생각과 고민들, 그간의 행동들이 다 무시당하고 이번 여성의 날 포스터 사건이 그져 운동사회의 관료적인 사례 중 하나로만 치부되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그것은 민주노총에서 예전에 "우리 비정규직 되면 결혼하자"라고 내보내 문제가 되었던 포스터만큼 문제가 된 느낌이어서 더욱 슬프다.

 

모든 포스터가 사업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번 포스터가 그랬다.

그 뿐이었다. 담당자인 나의 마음에 드는 것과 관계없이 관계된 사람들의 요구가 있었고, 그것은 토론의 여지가 있었다.

 

그 요구의 근거는 디자인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고, 우리의 요구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전 하는 사람을 단지 도구로만 생각해서 우리가 원하는대로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런게 아니란 말이다. 할말은 많지만 그냥 슬퍼서 더이상 쓰질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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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심히 살고 있다. 나의인생을? 아니..그건아니다

나의 동거인, 내 세상의 전부.. 수달이 말한다.

"넌 집에 와서도 일을 하거나 일 얘기를 하고 있어. 우리 얘기는 언제하지? 집에 휴지가 떨어지고, 먹을게 없어져도 넌 몰라. 심지어 넌 내가 몇시까지 잠 못드는지, 왜 잠못자는지도 모르지."

 

내가 지긋지긋해 하는, 떨어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나의 뿌리, 엄마가 말한다.

"엄마가 아파 누워있는데도 넌 전화 통화할 시간도 없지. 엄마가 교통사고 나서 전화했는데도 넌 바쁘다고 전화를 끊었지. 아빠가 쓰러졌을 때도 회의중이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지."

 

난, 억울하다.

 

지치고 아프다고 말하지만, 친구가 말한다.

"넌 어느순간부터 니 얘기만 하고 있어. 넌 내 생일도 잊어버렸고, 너랑 가장 친한 언니의 결혼식에도 나타나지 않았지."

 

"돈 백 받으려고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거기서 잘 버티던가, 맨날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시간도 없다하고 언제쯤 여유가 생기겠니?"

 

나도 모르겠다. 나에게 여유라는게 생길수가 있는건지. 돈은 버는것보다 쓰는게 더 많은 것 같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점점 멀어지고. 나는 점점 지쳐만 간다. 다들 매일같이 바쁘지 않은데 난 정말 매일같이 바쁘다. 나처럼 오히려 나보다 더 매일같이 바쁜 사람을 본 적 있다. 그 사람은 이혼한단다. 또 한사람은 할거란다. 이혼이 나쁜건 아니지만 사유가 나와 같다면 매우 나쁜 거다.

 

노동조합 상근의 장점은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괴롭지 않고, 칼퇴근이라던데 그건 정말로 뻥인듯 싶다.

노동조합 상근자는 바깥 동지들에게 관료, 조합주의자라는 호칭을 듣고, 안에서는 원칙을 지키면 정파적이라고 욕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도 왜 안그만두냐고? 재밌냐고?

재미??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 심신의 고통이... 다만, 좋아지고 있다. 점점 버텨가는 힘이 생기는 나를 보는게...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수달과 맛난 음식을 함께 먹으며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것. 다른 건 없다. 근데 왜 있냐고?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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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의 세상

빨간나라와 파란나라의 괴물들의 세상이 있습니다.

처음의 거의 모든 아이들은 파란 나라에서 태어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선택을 하게 됩니다. 파란나라에서 살 것인가? 빨간 나라에서 살 것인가? 괴물로 변태할 것인가? 사람으로 살 것인가? 사실 그 선택이라는게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에만 달려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가지 상황과 조건들도 큰 변수이지요.

 

아리도 그 아이 중 하나였습니다. 아리는 파란나라가 너무나 싫어서 빨간나라에서 살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빨간 나라의 아주아주 멋진 괴물이 되어 다른 괴물들과 함께 파란나라의 괴물들을 무찌르고 싶어했습니다. 아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괴물은 딱딱하게 굳은 심장과 거북이등껍질처럼 갈라져있는 갑옷같은 피부, 누구든 꿰뚫어볼 것 같은 날카로운 눈을 지녔지만 사람은 그저 괴물의 먹잇감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빨간 나라에 갔을 때 아리는 갑옷같은 피부와 바위같이 크고  단단한 머리를 가진 괴물들의 모습에 반해 빨리 괴물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더군다나 괴물들은 아리가 괴물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려는 듯했고, 사람보다도 더 따뜻한 가슴을 지닌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리는 결국에 알았습니다. 괴물의 피부가 갑옷같은 건 다른 괴물들과의 싸움으로부터 얻은 상처가 굳고 굳어서 결국 타자와의 스킨십이 불가능하다는 것, 괴물의 발톱이 날카로운 건 파란나라의 괴물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고 동족과 빨간 나라에 들어온 사람들을 잡아먹기 위함이라는 것, 괴물의 심장이 딱딱하게 굳은 건 그 어떤 것에도 무엇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아리는 너무나 놀라 괴물들을 피해 풀숲으로 들어가 숨을 죽이고 다시 괴물들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파란나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다. 파란나라로 돌아가는 건 너무 위험해. 파란나라의 괴물들은 들어가자마자 목에 줄을 걸고 죽일지도 몰라. 방법은 하나야. 빨리 괴물이 되는 것.'

아리는 다시 나와 빨간 나라 괴물들 중 가장 지독한 괴물들이 산다는 성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성은 생각보다 으리으리했고, 정말로 성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아리가 지금까지 본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거대하고 무서운 괴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악취를 풍기며 날카로운 발톱은 물론 언제라도 물어뜯을 것 같은 이빨들.. 침을 뚝뚝 흘리며 돌아다니는 괴물들은 아리를 언제든 한 입에 집어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미 성안으로 들어가기 전의 악명을 익히 들었던 아리는 경계를 힘껏 하고 언제든 방어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성안의 괴물들 중 가장 거대하고 우두머리 격이라 할 수 있는 덩치큰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와 아리를 몰아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아리를 물어뜯기라도 할 기세였고 실제 위협까지 했습니다. 아직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던 아리는 눈물을 흘리며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도망가는 아리를 갑자기 누군가 붙잡았습니다. 그건 악명높은 수컷 괴물이었습니다. 수컷 괴물들, 특히 괴물이 된지 오랜 세월이 지난 괴물들 중에는 간혹 아직 미성숙한 아리와 같은 것들을 잔혹하게 죽여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아리는 숨이 멎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컷 괴물은 무언가 달랐습니다. 가면을 벗으며 사실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괴물들의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다며, 우는 아리를 달래주었습니다. 나이든 아저씨인 수컷 괴물은 아리에게 이것저것을 알려주며 사람이어도 괜찮다고 꼭 괴물일 필요는 없다고 격려까지 해주었습니다. 아리가 고쳐야 할 점들, 성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등을 아주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아리는 갑자기 든든해졌습니다. 괴물이 아닌 사람을 만나 너무나 행복하기까지 했습니다. 

 

꼭 괴물이 아니어도, 나이든 아저씨가 계시니 나는 좀 괜찮을지도 몰라. 물어뜯기지 않을지도 몰라라고 안심하며 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순간이었습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아리의 한쪽 팔과 다리가 잘려나갔고, 심장 한 쪽이 베어져나갔습니다. 사람인 줄 알았던 마음씨 좋은 나이든 아저씨는 아리가 들었던 성안의 악명높은 수컷 괴물이었던 겁니다. 심장은 수컷괴물이 한쪽 팔은 수컷 괴물의 파트너인 암컷 괴물이.. 한쪽 다리는 수컷과 암컷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있었습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아리는 마지막까지 수컷괴물이 마음씨좋은 아저씨일지도 모른다는, 아니 혹시 착한 괴물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팔다리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이렇게 피를 흘리며 성에 방치되었다가는 다른 괴물들에게 잡아먹히거나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란 생각에 너무나 절박하게 수컷괴물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바보 같은 아리는 혹시라도 도와주지는 않을까 애처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괴물들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갈뿐이었습니다. 아리의 팔과 다리, 그리고 심장 한 쪽을 뜯어먹은 수컷괴물은 침을 뚝뚝 흘리며 입맛을 다시더니 아리가 언제 죽을지를 기다렸습니다.  죽기직전의 미성숙한 생물체는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는데, 그 때의 맛이 너무나 좋다는 걸 수컷괴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컷괴물은 또다른 암컷 괴물을 데리고 와서 주위를 뱅뱅 돌며 아리를 괴롭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잘려나갔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심장한쪽도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리는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자라기도 전에 다시 잘려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다시자라나는 팔과 다리, 심장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비늘로 덮여 있는 팔과 다리, 더이상 뛰지 않는 새로 돋아난 심장 한쪽... 괴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아리는 혹시라도 다른 괴물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자라나는 괴물들을 아무이유없이 물어다 죽여버리는 경우는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괴물들은 자신과 같은 괴물들이 또다시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져 자신들의 먹잇감인 사람을 기다릴뿐이지요. 그건 빨간 나라의 괴물도, 파란나라의 괴물도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미성숙한 생물체들은 악착같이 도망다니며 때로는 괴물들과 싸우며 사람이 되거나 괴물이 되는 겁니다. 아리는 그토록 되고 싶었던 괴물의 모습이 이제는 너무나 끔찍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아리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수컷 괴물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또다른 팔다리마져 뜯겨버린다면 정말 괴물이 되거나 아니면 죽임을 당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리는 궁금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헤쳐나올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도망갈 수 있을지. 정말 괴물이 되는 방법밖에 없는건지. 혹시 이러다 죽는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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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시간들.

난 사람을 사귈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매우 무서워한다. 그건 아마도 내 어렸을 적 환경과 매우 연관되어 있는 듯한데, 나는 아주아주 불안정한 환경에서 컸다. 항상 아픈 엄마와 6개월에 한번씩 바뀌는 내 주위 환경들, 그리고 사람들. 친해질만 하면 어딘가로 가야하고, 또 다시 남들앞에 발가벗겨진 채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어야하고 누군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고... 그것이 늘 스트레스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이 말이 돌고 돌아 비수로 어린마음에 꽃혔던 기억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 나는 긴장해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뭐 어쩌라고 쓰벌.. 이랬던 거 같다. 그렇게 늘 극단을 오갔다. 어차피 6개월이면 안 볼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친구가 없다.

남들 다 한명씩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없다. 나에게 가장 오래된 친구는 대학교 친구.. 동네 친구? 난 이런게 있는 줄 남편을 통해서 알았다.

 

대학에 가서는 운동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지금에 와서 보니 '사람'이었던 거 같다. 진심으로 누군가와 마주하는게 나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운동했고, 다른 사람들과 싸웠다.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참아냈다.심지어 성폭력도...

 

길거리에서 마주한 사람도, 우연히 회의자리에서 만난 사람도, 그렇게 오가며 술 한잔 걸친 사람도 나에게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반가웠다. 그래서 그 한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나를 다 보여줘도 좋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나는 자신이 없다.  나를 다 보여줬는데 사람들이 내게 정색을 하거나 등을 돌리면 그걸 버텨낼 자신이 없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를 본체만체 했을 때, 예전에 그리도 친했던 누군가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스쳐지나가버릴 때 아무 이유없이...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6개월짜리 사람이 싫어서 단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정작 나 자신을 위해서는 그 어떤 대비도 안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당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다.

 

우습게도 나는 우리 수달이 조금만 정색을 하거나 나를 아는체 안하면, 혹은 우리가 싸우면 늘 끝을 생각했었다. 정말 그러면 끝나는 줄 알았다. 나도 거의 끝을 볼 사람처럼 싸웠다. 왜냐하면 나는 관계를 지속해본적이 없으니까... 그럴정도로 관계문제는 나에게 늘 숙제다.

 

며칠전 내가 정말 좋아하던 동지를 길거리에서 만났다. 학생운동할 때 봤던 동지인데, 나는 그를 보았지만 그는 나를 못본듯 했다. 아는척하려다가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봤을 때 별로 안좋게 만나고 헤어져서 만나봤자 반가운 척도 안할거야. 지금 반가운척해봤자 또 볼 것도 아닌데 뭐 소용있겠어?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동안 그는 스쳐지나갔다.

 

참으로 무심했다. 그와 내가 기울인 술잔, 시간, 거리가 이렇게 무심하게도 스쳐지나가는구나. 싶었다.

 

내가 운동을 했던 단 한가지 이유,그 단 한 사람은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기준이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아직도 그 단 한 사람은 만나지 못한채 이리저리 치이며 나는 여전히 발가벗겨진 채 살아가는 느낌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너는 아직 어려서 그런다, 예민해서 그런다로 설명하려는 못난 인간들이 있다. 

 

나도 싫은 사람, 단 한사람에 해당하지 않는 여러 인간들에 대해서는 냉정할 정도로 차갑다. 그 자들이 한 말, 행동 등.. 그런 거 다 무심하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즉, 징징대는게 아니란 말이다.  운동을 하는 단 한가지 이유가 무심하게 흘러가는 이 상황이 이제는 그져 인내하고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많이, 멀리 가버렸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기가 싫다.

이제는 그대의 마음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그대의 마음이.

그렇다면, 나는 버텨낼 이유가 없다.

어쩌면, 그대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의미없는 말들을 지껄여낼 기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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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뭐하나 말끔하게 풀리는 일 하나 없이 이게 뭔가 싶다.

안팎으로 사람 목 조여오는데 정말... 언제쯤 혼란과 혼돈으로부터 벗어날까 싶다.

어떻게 살아도 누구의 마음에 들게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 삶은 내 맘에 들게는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더 어렵다.

 

아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혼자 내버려두었으면 한다.

유리같은 위로, 칼같은 말, 다 싫다.

 

친한척 하는 것도 싫다. 그냥 내버려두길.

어차피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냥...

지금으로서는 그리운 이도, 보고싶은 이도, 끔찍하게 싫은 사람도, 넌덜머리나는 인간도

다 싫다.

 

아.. 난 정말 사람들이 싫다.

혼자 내버려두면 그냥 알아서 살텐데 왜 자꾸 말을 하고 짜증내고 괴롭히고 친한척하고 신경쓰는척하고 고민하는 척하고 나때문에 울고 웃고 그런거 다 싫다. 내버려두시라. 알아서 산화하고 있는 중이니.

 

그냥 건드리지마시라. 싫은티도 짜증나는 티도 내지 마시라. 그냥 없는 인간 취급하시길.

투명인간이고 싶다.

술도 혼자 마시고 싶고, 밥도 혼자 먹고 싶고 잠도 혼자 자고 싶고 영화도 혼자 보고 싶다.

혼자이길 원한다.

 

이젠 정말 니들이 싫다.

그러니 내앞에서 웃지도 울지도 아파하지도 짜증내지도 아무것도 하지 말기를.

말도 걸지 말고.

내 존재 자체를 나 스스로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냥 없는 사람처럼.

부탁이니 제발.

 

기계처럼 살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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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보는 눈을 갖게 해주세요...

그게 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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