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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시간들.

난 사람을 사귈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매우 무서워한다. 그건 아마도 내 어렸을 적 환경과 매우 연관되어 있는 듯한데, 나는 아주아주 불안정한 환경에서 컸다. 항상 아픈 엄마와 6개월에 한번씩 바뀌는 내 주위 환경들, 그리고 사람들. 친해질만 하면 어딘가로 가야하고, 또 다시 남들앞에 발가벗겨진 채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어야하고 누군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고... 그것이 늘 스트레스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이 말이 돌고 돌아 비수로 어린마음에 꽃혔던 기억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 나는 긴장해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뭐 어쩌라고 쓰벌.. 이랬던 거 같다. 그렇게 늘 극단을 오갔다. 어차피 6개월이면 안 볼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친구가 없다.

남들 다 한명씩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없다. 나에게 가장 오래된 친구는 대학교 친구.. 동네 친구? 난 이런게 있는 줄 남편을 통해서 알았다.

 

대학에 가서는 운동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지금에 와서 보니 '사람'이었던 거 같다. 진심으로 누군가와 마주하는게 나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운동했고, 다른 사람들과 싸웠다.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참아냈다.심지어 성폭력도...

 

길거리에서 마주한 사람도, 우연히 회의자리에서 만난 사람도, 그렇게 오가며 술 한잔 걸친 사람도 나에게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반가웠다. 그래서 그 한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나를 다 보여줘도 좋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나는 자신이 없다.  나를 다 보여줬는데 사람들이 내게 정색을 하거나 등을 돌리면 그걸 버텨낼 자신이 없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를 본체만체 했을 때, 예전에 그리도 친했던 누군가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스쳐지나가버릴 때 아무 이유없이...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6개월짜리 사람이 싫어서 단 한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정작 나 자신을 위해서는 그 어떤 대비도 안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당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다.

 

우습게도 나는 우리 수달이 조금만 정색을 하거나 나를 아는체 안하면, 혹은 우리가 싸우면 늘 끝을 생각했었다. 정말 그러면 끝나는 줄 알았다. 나도 거의 끝을 볼 사람처럼 싸웠다. 왜냐하면 나는 관계를 지속해본적이 없으니까... 그럴정도로 관계문제는 나에게 늘 숙제다.

 

며칠전 내가 정말 좋아하던 동지를 길거리에서 만났다. 학생운동할 때 봤던 동지인데, 나는 그를 보았지만 그는 나를 못본듯 했다. 아는척하려다가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봤을 때 별로 안좋게 만나고 헤어져서 만나봤자 반가운 척도 안할거야. 지금 반가운척해봤자 또 볼 것도 아닌데 뭐 소용있겠어?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동안 그는 스쳐지나갔다.

 

참으로 무심했다. 그와 내가 기울인 술잔, 시간, 거리가 이렇게 무심하게도 스쳐지나가는구나. 싶었다.

 

내가 운동을 했던 단 한가지 이유,그 단 한 사람은 아직도 만나지 못했다.

 

기준이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아직도 그 단 한 사람은 만나지 못한채 이리저리 치이며 나는 여전히 발가벗겨진 채 살아가는 느낌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너는 아직 어려서 그런다, 예민해서 그런다로 설명하려는 못난 인간들이 있다. 

 

나도 싫은 사람, 단 한사람에 해당하지 않는 여러 인간들에 대해서는 냉정할 정도로 차갑다. 그 자들이 한 말, 행동 등.. 그런 거 다 무심하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즉, 징징대는게 아니란 말이다.  운동을 하는 단 한가지 이유가 무심하게 흘러가는 이 상황이 이제는 그져 인내하고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많이, 멀리 가버렸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기가 싫다.

이제는 그대의 마음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그대의 마음이.

그렇다면, 나는 버텨낼 이유가 없다.

어쩌면, 그대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의미없는 말들을 지껄여낼 기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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