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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어머니 소원

간만에 어머니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나들이는 이름만 나들이고, 그냥 옷 몇벌 사볼까하고 길을 나섰죠.

 

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남들은 봄이라고 꽃무늬를 입고 돌아다니는데

전 아직도 겨울 골방에서 검은 옷 입고 웅크리는 곰새끼 같다며 질질질 끌려갔습니다.

 

체격이 큰 까닭에 보통 사람들이 입는 사이즈는 엄두도 못 내보고,

패션의 흐름이 한 눈에 보인다는 DDM. 그렇죠. 동대문.

싸돌아다니는데, 오늘은 지름신이 왕림하지 않으신 관계로

만원짜리 블라우스 하나 사선 집에 왔습니다.

 

 

우리 어머니 소원이 몇 가지 발견됐습니다.

지나가는 어여쁜 학생을 보자마자, "난 우리 딸이 저렇게 얄상하면 좋겠어"

그리고는 햄버거 가게로 데려가셨습니다.

소원 불가입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엔

신촌 길거리를 지나는 커플들을 지긋이 쳐다보시더니 한 마디.

"야, 너보다 어린애들도 손잡고 껴안고 다닌다"

하하하하

버스 안에서 크게 웃어주고는 므흣한 표정으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옷을 고르는 옷 가게 안에서는 이 옷 저 옷 입혀보시더니,

껄끄러운 얼굴로 다음에 오겠다하시고는 가게를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넌 뭘 입어도 그렇게 태가 안 나오냐?"

 

 

하하하하 어머니 어머니.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드는 딸두셔서 어떡하시겠습니까요.

그냥 데리고 살아야지 ㅋㅋㅋ

 

에휴.

저번 저녁약속 안지키고 술마신다는 얘길듣고 하셨던 욕 만큼이나

충격적입니다요.

 

그래도 뭐, 즐거웠다 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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