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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1.

요즘 상당히 뜨고 있는 소설이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에 축구의 공식을 대입했다. 인생은 축구다. 뭐 이런 말도 충분히 가능할테니 그냥 저냥 비유가 들어맞기는 하지만...인생은 마라톤이다. 인생은 야구다. 인생은 수영이다. 이래도 그냥 저냥 말이 될 것이고. 인생은 책이다. 인생은 똥이다. 인생은 방구다. 이러면?? (음 왜 자꾸 이런 단어만 생각나지...)암튼 결국 이런 소설의 완성도는 작가의 말발에 달린 것. 잘못 쓰면(혹은 잘 못쓰면) 주간지에 실린 삼류소설 취급 받는다. 결론은?

일찍이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도 충분히 구미가 당길 것이다. [삼미..]를 지하철에서 읽으면?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참으며 혼자 키득키득거리다 미친놈 취급 당하기 딱 좋다.

이 소설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밌다. [삼미..]처럼 삶에 지친 어깨를 감싸주지는 않지만, 연애라는 주제로 고민 많은 이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준다. 그냥 쉽게 쉽게 잘 넘어간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좋을테고. 기본 통계자료만 들춰봐도 재밌을거다. 축구역사 100년을 넘는다. 그 뒤에 감춰진 이런 저런 이야기들만 모아 읽어도 재밌을 것. 그러니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것이 또 단점이기도 하다. 축구 재미없는 사람, 축구 잘 모르는 사람, 가끔 억지비유라고 빈정거리고 싶을 지도 모른다.

 

2.

결혼(연애)에 관한 남성적 판타지

소설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축이다. 주인공은 아주 평범한 남자. 독점욕의 노예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남자들, 대체로 이렇다. 예전에도 연애와 축구를 빗댄 말들은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축구의 로망은 멋진 골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골에 빗댄 말들이 많았다. 살짝 섹스와 연결시킨 은유적 표현들. 그 중 가장 흔한 말들.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 뒷통수를 때리던 그 다음 반응. '골 들어간다고 골키퍼 바꾸냐?'암튼 시종일관 남자는 생각하고, 전략을 짜고, 독점을 꿈꾸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그리고 끌려간다.

 

아내의 이중결혼

그녀는 프리섹스와 자유연애 선호가. 그런데 남자의 끈질긴 요구에 못이겨 결혼을 하고. 또 다른 남자와 이중결혼을 한다. 남편의 반응? 당연히 죽을라고 그런다. 그런데 이 남자. 이혼서류까지 써놓고도 결국 헤어지지 못한다. 충분히 공감가는 찌질이. 여자는? 결혼의 맛(이게 뭐지? 암튼 함께사는 생활이 주는 안정감. 편안함 같은 것들)을 알게 된 뒤로는 동거도 싫다하고 굳이 두 남자와 결혼을 한다. 

 

현실

당연히 힘겹다. 법적으로 남편은 한 명인데 몰래한 결혼까지 두 집 살림을 하기가 쉬운 일인가? 그러다 뽀록이라도 나면 죽도로 맞는다. 게다가 한국이라는 나라는 저렇게 살다가는 탈모증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 주는 나라다. 그래서 현명한 그녀는 외국으로 가서 살자고 그런다. 그것도 넷이서 한 집에. 남편 둘에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까지.

 

3.

이 소설에서 드러나는 두 집 살림의 경우(남편 둘, 아내는 한 명) 예상되는 문제가 어디 한 두 가지인가. 설사 셋이서 이 상황을 동의했다해도 아내의 사랑이 단 1%라도 한 쪽으로 기우는 순간이 온다면? 게다가 애도 낳았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심지어는 셋이서 같이 살자고 한다. 주인공은 혼자서 상처받으며 계속 달린다. 아내의 요구대로 따라간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미래 사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구체적인 지침서를 자주 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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