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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하든

  • 등록일
    2008/04/16 21:37
  • 수정일
    2008/04/16 21:37

돈없이는 힘들다.

 

아주 오래전 얼떨결에 따라간 산행이 북한산 바윗길이였다.

 

어느날, 아는 형(김은천)이 와서 하는 말, "주말에 산에 가자"라길래, "알았어요"(이때는 나도 참 순진하고 참한 청년이였음) 했는데,

 

그 일요일 만나기로한, 삼성동 버스정류장 앞에서 난 두눈을 돌리면서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울 수 밖에 없었다.

 

다들 등산복에 등산화, 아니 최소 운동화에 운동복은 입고 나왔는데, 난 구두에 청바지 차림으로...

 

"너 뭐야"에 이렇쿵 저렇쿵하다가, 하여튼 같이 출발하여 우이동 종점으로 갔다.

( 나에게 산은 계곡에서 술한잔하는 곳이 전부였던지라,)

 

하여튼 우이동 계곡에 도착하여, 그 형의 베낭에서 등산화를  건네받아 신고서 드디어 산행이 시작되었다.

걸어 걸어서 숨이 차오르고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거리며 가슴이 터질 듯한 느낌을 안고서 끝도 없이, 정말 끝도 없이 올라서, 인수봉도 아니고, 백운봉도 아닌, 만경대로 올랐다.

 

힘들게 욕까지 얻어 먹어가면서 오른 만경대 정상의 바위는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나에게는 거의 죽음이였다. 태어나서 첨으로 산에 올랐으니, 말이 필요없었다.

 

그리고 갖고 온 김밥에 소주한잔 간단히 걸치고, 이제 슬슬 내려가나 했던 그날의 산행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였다.

 

생전 첨 온 산, 첨 들어본 봉우리 이름이, 뭔넘의 릿지라고, 만경대 릿지를 탈거니, 다시 신발을 갈아신으라는 말이 들려오고 정말 발만한 암벽화에 우격다짐으로 발을 집어넣어 얼결에 따라간 만경대 바윗길이였다.

 

콩닥거리는 가슴이 그때부터 만경대 릿지가 끝나는 시간까지 멈출 줄을 몰랐다.

 

중간에 오도가도 못하고 무조건 따라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어 버릴 즈음, 난 정말 하늘이 노랬다.

 

그렇게 그렇게 버티기로 오기로 욕지거리로 몽롱하기만한 아니 이미 혼자서 되돌아가는 길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심정으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나타난 바위는 피아노 바위라고 약 50미터 절벽에 매달려고 손을 피아노 치듯이 건너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난 우리 일행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거의 50분 이상 잡아먹고서야 겨울 5미터 거리를 건널 수 있었다.

 

그날의 산행이 끝나고 하산하는 길, 어둠이 슬며시 내려오기 시작하는 그 시간에 도선사로 부터 아스팔트 위를 걸으며 우리의 노래를 불렀다.

 

참 숨막히는 그 시간이 끝나고 내려오는 그 시간에도 나의 심장은 쿵꽝거리고, 온몸의 세포들은 살아있다고 외치는 듯 했다.

온몸의 전율, 손가락 마디 마디에 발끝의 세포까지 아직도 그 놀라움에 흥분되어서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놀라고 찌릿찌릿거린다.

 

그리고 도착한 버스정류장에서 일행이 하는 말은 담주에 갈려면, 이것 저것 등등을 사서 오라는 말을 전하고 뒷풀이를 갔다.

 

그리고 몇번 따라간 산행에 인수봉 밑에서 그들을 기다리며 라면을 끓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매번 산행이 끝나고 내려오면 하는 말, 너도 인수봉 갈려면 이것 저것에 요것 조것까지 사란다.

백수에게 너무 가혹한 행위였지만, 또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사모았다.

 

그리고 몇번 연습 후 드디어 젤 쉬운길을 골라고 인수봉에 오르고, 영화나 티비에서만 보던 하강도 멋지게(크크) 해봤다.

 

그 이후 한동안 암벽(제대로 해보지도 못했지만)과 등산에 빠져서 나름 열심히 다니기도 했다.

 

최근 들어 무릎도 아프고 왠지 극기 훈련하듯 가는 산행이 힘들어 쉬다가 지난 일요일 두바퀴를 사고 나서 다시 느끼는 것은 뭘 하던지 땡전이 계속 들어간다는 것이다.

 

겨우 어렵게 마련한 두바퀴에 이제는 헬멧과 옷, 그리고 기타 등등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없어도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왕 하는거 하나 하나씩 마련해가는 재미도 나름 쏠쏠할 것만 같다. 사실 술값만 좀 아껴도....ㅋㅋ

 

아직 힘차게 달리기에는 여러가지로 벅차지만, 언젠가 바람을 가르며 산등성과 언덕에 올라서 큰숨을 들어 마시고 싶다.

 

근데 나의 두바퀴로는 세포가 뛰는 느낌은 없다. 그냥 다리만 뻐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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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피곤 + @

  • 등록일
    2008/04/16 09:44
  • 수정일
    2008/04/16 09:44

술에 쩌들어 살다가

 

지난 일요일 두바퀴를 구입하고 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마시던 걸 며칠째 입도 안 데고 있다.

 

그리고 출퇴근까지 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어제는 좀 무리를 했는지

 

푹자고 나서 출근을 했음에도

 

피곤한 느낌이 든다.

 

살면서 약간의 변화를 준다는 것,

 

아니 사실은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4개월간 하루 이상 술을 입에서 떼지 않았는데,

 

어제까지 4일째 술을,,,

 

어제는 달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자전거를 타면서 골몰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느끼지만,

 

하나씩 떠오르는 문제들이 스치듯이 머리 속을 헤멘다.

 

약 4년을 쉬고 난후, 새롭게 시작하려는 맘 속에

 

난 어쩌면 술로만 채우려 했는지 모르겠다.

 

외로움, 쓸쓸함, 특별하게 뭔가가 보이지 않는 나의 상태..

 

어쨋건 두바퀴라는 나의 새로운 분신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그 안에 어떤 삶이 있는지 하나씩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아주 천천히 느끼자.

 

 

 

+ @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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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관해

  • 등록일
    2008/04/15 08:57
  • 수정일
    2008/04/15 08:57

사실 블로그인지 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예전에 꼬마게시판에 난장을 까본 경험이 있어서

 

대충 만들고서

 

몇가지 사진을 추가했다.

 

위의 사진은 남쪽의 두륜산에서 핀(2000년도인가) 꽃을 찍어논걸 올리고서 왠지 스킨이랑 맞는 느낌이라

 

너무 기분이 33

 

그리고 밑의 사진

 

서울이 영하 15도를 기록하던 어느 겨울날 태백산에서 벌벌떨면서 올라 찍은 사진이다.

 

당시 나의 모습은 은하철도 999의 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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