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개설 후 단 한 번도 흥한 적이 없었던 이 공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늦기 전에 조금씩 일기 가까운 글들을 써볼까 한다. 지난 몇 년간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은 한 번에 마음 잡고 포스트를 써내려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인데, 앞으로도 블로그를 위해 그 정도의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포기하도록 하고, 다만 일상의 중간중간에 잠시 짬을 내 짧게 메모나 일기처럼 글을 남기는 건 가능할 것 같다. 

 

샤방샤방(!)한 뉴욕 생활기를 기대하는 몇몇 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사실 그런 걸 즐길 시간도 없고, 즐긴다 하더라도 성격상 그런 걸 블로그에 공유할 생각은 없으니 아마도 일기의 대부분은 독서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일상의 태반은 읽기로 채워져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독서노트라고 해야 어차피 annotation은 따로 정리하고 있으니, 여기 적는 내용은 거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그야말로 그냥 잡상/단상 수준일 게다. 따라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있을 거고, 인상 비평 수준의 내용이 대부분일 것이니 포스트와 관련된 논쟁이나 혹은 사후 논의들도 되도록이면 삼가려고 한다. 그런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기도 하고.. 그저 나중에 돌이켜보면 내가 왔던 길들을 희미하게 복기할 수 있는 빵부스러기들을 남기는 정도를 목표로 해두자. 굳이 비밀글이 아닌 공개로 하는 이유는, 그 와중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누군가 그 빵부스러기를 따라 다른 길 혹은 더 나은 길을 발견하면 멋지지 않을까 하는 다소 부질없는 희망 때문이고.

 

목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적은 노트들을 모아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 정도의 글을 올리는 건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바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면 중단될 수도 있을테고, 아무리 독서노트 위주일 것이라고는 하나 개인의 일상이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성격 혹은 입장 때문에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몇 가지 개인적-비개인적 이유 때문에 당분간은 이렇게 짧은 단상 수준이라도 생각을 좀 정리하고 드러낼 필요성이 있을 듯 싶다. 결국 블로그에 일기 좀 쓰겠다는 거면서 무슨 사설이 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성격이 그러니 이도 어쩔 수 없는 일. 여하튼 각설하고 개강과 더불어 블로그 재활 프로젝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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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10:03 2012/09/04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