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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International歌 를 떠올리고 부름.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학생회관에서 같이 뒹굴던 동기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참교육 동아리를 하던 한 녀석은 전교조 교사가 되었고, 학보사에 일하던 한 녀석은 ngo 신문의 기자가 되었고, 회계학과 학생회장을 하던 한 녀석은 샐러리맨이 되었다. 그들과 추억을 마시고, 술을 마셨다. 못마시는 술이지만 '술 마시고 싶을 때 한번쯤은 목숨을 내걸고 마셔보거라.'던 민중가요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치열했던 스무살을 떠올리며 열심히 마셨다.

문득 인터내셔널가의 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 노래패로 활동했던 세영이 엄마의 도움을 받아 떠오르지 않는 인터내셔널가를 끝내 완성했다.  그땐 우리가 힘차게 이 노래를 부를땐 지금처럼 이렇게 취하지 않았었다. 비장했고, 치열했고, 전의에 불타고 있었다. 한참 세월이 흘러 '인터내셔널'을 해리슨포드가 주연한 '에어포스원'이라는 헐리웃 영화에서 만났을때, 한참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자본의 첨단무기 헐리웃에서 이 노래를 만나게 되다니.. ㅜㅜ;

 

우리를 무장케했던 그노래 '인터내셔널'을 이젠 추억을 마시는 자리에 안주거리로 부르게 될지 몰랐다. 사실 우리는 그 술자리에서 인터내셔널 말고도 '혁명의 투혼으로..' ' 국가보안법 철폐가' '민중권력 쟁취가' ' 연대투쟁가' '총액 임금 철폐가' '꽃다지123' '전화카드 한장' ' 짤린손가락' '노동의 새벽' 등 주옥 같은 노래들을 안주거리로 삼았다. 게다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조직의 노래 '한총련 진군가'도 불러댔다.

 

시원했다.

가슴에 억누르고 살아왔던, 사회생활이란 걸 시작하면서 '노래방엔 왜 민중가요가 없는거야.'라고 투덜거리던 그때부터 쌓아왔던 욕구를 확 풀어버린 느낌이었다.

선배들은 민중가요는 집회판에서나 부르는 거지 술판에서 함부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한참 지나고 나서 그건 참 말도 안되는 쓰잘데기 없는 원칙이라는 걸 알았다.

 

비록 안주거리가 되어버린 민중가요지만 언젠가는 투쟁의 현장으로 들고 돌아갈 것이다. 함께 술 마셨던 우리 학생회관 옛 동지들은 모두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각자의 삶에서 매일 매일 전선을 형성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내셔널 깃발아래 전진 또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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