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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름이야..개같은 하장군..

뜽금없이 묻는다. 북한이 정말로 원하는 건 뭐야?? 그동안 북한에 대한 글을 심심 삼삼하게 써왔던 나로서도 언제나 느끼는 낯선 감정이 아닐 수 없다.  뭔가 일이 터질 때마다 드는 이상야리꾸리한 감정말이다.

 

주변의 언론같은 뉴스, 신문에서 이야기하는 북에 대한 보도, 칼럼, 사설은 나의 시각과는 꽤나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시각에 은연중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북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그러한 통념에 대한 이성적인 초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고, 그것은 상당한 노력이 드는 것이었다.

 

이제 또 하나의 질문 거리가 나에게 던져졌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이 그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인공위성 발사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자 곧바로 유엔 안보리의 '사죄'를 요구하며 6자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으며 다시 핵활동을 개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예고한 상태이다. 아마 곧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이 엄청나게 가난하고, 인민들은 굶주리며, 항상 미국으로부터 이제는 남한으로부터도 안보 위협을 받고 있는 궁지에 몰린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이미 6자회담의 출발부터가 그런 정신에 입각해서 북한의 살 길을 마련해주자는 것이었다.

 

이른바 그간의 냉전적 시각의 북한관은 이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비군 훈련 때 시청각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조금 유치하기는 하지만 북한은 언제나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남침만을 생각하고 적화통일만을 생각하는 상당히 공세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 게다가 핵을 개발하여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면서 남한을 양보받으려는 심산으로까지 비쳐지기도 하다.

 

어떠한 시각이 옳은 것일까? 우리는 북한을 어떤 유형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전자는 이른바 최근의 포용정책 하에서의 북한관이었고, 이른바 후자는 전통적인 북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드는 생각은 북한은 전자에서처럼 그 어떤 시기보다도 체제위기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지만 결코 자신을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한정하지 않으며 공세적이고 주동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상황을 자기가 이끌어가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이순신이 "싸울 곳은 우리가 정한다."는 맥락과 일맥상통한다.북한은 이러한 태도를 결코 포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자신이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해모드에 들어설 때에도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과감한 화해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모든 상황을 북한이 주도하고 북한이 문제를 이끌어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미, 중, 일, 러 할 것없이 모두가 북한의 입과 행동을 주시하게 된다.

 

북한은 이제 6자회담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이제 6자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핵을 정말로 '가시적으로' 보유하고 핵폐기가 아닌, 핵 군축 회담으로 판을 다시 짜려 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실망하고 이제 미국에 대한 어떠한 미련도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의문은 계속된다. 북한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그렇고 대부분이 아마도 '체제유지'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북한이 체제유지에 매달리는 것이었다면 핵실험까지 오는 상황은 납득하기가 곤란하다. 이러한 시각에 매어있다면 북한은 말도 안되는 허세를 부리며 벼랑 끝 전술을 쓰며 '죽여~ 죽인당께~!'를 외치는 이상한 미친 국가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러한 북한 막장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북한이 체제유지를 원했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북한은 한마디로 미, 중, 러, 일과 동등한 나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오늘 외무성 담화에서 우리가 한 핵실험은 세계에서 2054번째이며 그간의 핵실험은 니들 유엔 상임이사국들이 해온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일례로 95년에는 프랑스가 핵실험을 했지만 국제적으로 비난만 샀을 뿐, 유엔의 제재는 당연히도 없었다. 또한 지난 인공위성 발사로 유엔의 비난성명이 발표 되었을 때, 북한은 니들은 위성발사하면서 왜 우리는 발사 못하냐 라며 거친 항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담화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해가 안 되는 발언들이었다. 툭 까놓고 말해서 '지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엄청난 허세이거나, 정신이 나간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사죄를 요구하는 행동은 우리의 외교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가 곤란한 것이다. 어떻게든 유엔을 통해서 우등생이 되려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은 '씨발 유엔이면 다야?'라고 밑도끝도 없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정리하자면 북한은 체제유지 뿐만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확고히 마련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주변 5국에게 북한은 깡패, 꼴통 국가이지만 북한은 깡패, 꼴통 모습 그대로 이를 다른 나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이나 미국이나 조금 덩치가 큰 깡패이지 실상 깡패, 꼴통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 핵을 가지고 있잖아, 일본, 니네는 맘만 먹으면 단기기간에 핵 만들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어, 러시아, 말할 것도 없이 핵 있으시지. 그럼 우리라고 갖지 말라는 법 없잖아? 우리도 핵 가질 테니까, 우리를 아시아의 작은 강국으로 인정해주시오."

 

이것이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지난 6자회담에서 핵을 포기하면서 북한은 이러한 지위를 5국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였다. 하지만 주변 국가는 북한을 일종의 관리 대상으로만 삼지, 전혀 아시아의 한 나라, 한 국가로서 존중하고 있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북한은 다음 수순으로 주변국이 스스로 그러한 지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가시적인'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당연히 테러 지원국 해제, 중유 지원, 전력 지원, 식량 지원 등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조선'이라는 나라로서 그 자주적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다. 그것도 여러 강대국 틈에섞여서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살길을 모색하는 약소국이 아니라 절대로 무시못한 강한 나라라는 지위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포용정책은 북한을 국제사회에 잘 적응하는 고분고분한 나라로 만들려는 것이었지만 결코 북한은 이에 완벽히 수긍한 것은 아니며, 자신들의 목적과 부합할 때에만 포용정책을 수용하고 이용해왔을 뿐이다.

 

우리는 한때, 북한이 너무 중국에 기대는 모습을 보며 나중에 북쪽 땅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라는 우려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 걱정은 북한 스스로도 알고 있는 일이며 북한이 체제유지만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이미 진행되었을 작업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들은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충분히 스스로도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또 경제위기의 해소방안도 이 핵 보유에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경제개방을 해도 핵을 가진 이후에 '편안하게'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개방을 해도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도, 협력을 요구하지 않아도, 자본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특히나 남한에게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이렇다면 그럼 우리의 대응은 어찌해야 하는가?

 

북한은 핵을 보유하려고 작심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자국의 지위에 최대의 관심을 가지고 있지, 결코 우리 남한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햇볕정책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었을 뿐만 아니라 대북 강경으로 돌아선 지금의 모습에서 북한이 미쳤다고 우리를 생각해 줄 것인가?

 

이제 북의 핵보유를 막기 위한 과거 노무현 정권, 혹은 6자회담에서의 등거리 외교는 전혀 먹혀 들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보다 험악해진 분위기는 또 우리나라에 매우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의도를 지지해 줄 것인가? 아니면 지지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제3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이다.

 

북한의 의도를 지지한다는 것은 우리의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이제 중,러, 미,일을 상대로 북한이 핵을 가지려하고, 강대국으로 인정해달래요, 라고 설득하는 식으로 외교를 한다면 그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걷어차버리고 북한의 꼬봉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북한을 표용하려 한다고 해도 남한의 외교정책의 기조(우리는 우등생, 미국의 평화를 사랑해) 역시 50년 역사를 이끌어 온 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럼 지지하지 않을 것인가? 이것 역시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도 현 정부는 이러한 노선을 따를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냉전 기의 남북관계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남한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것은 최근의 PSI참여로 이어졌고, 험악한 남북관계를 불러오게 되었다. 북한의 의도를 지지하지 않는 입장은 우리를 더더욱 미국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불행인지 뭔지 우리 남한에서는 독자적인 핵보유를 주장하는 보수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장한다해도 이것 역시 북한과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고 진보의 기조에도 맞지 않다.)

 

제 3의 길은 무엇이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따라서 현 상황이 우리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어떡해서든 막아야 한다는 것은 보수든 진보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보수세력은 힘으로 이것을 막으려 하며, 당연히 이것은 다시 전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힘이 아닌 대화와 타협, 포용으로 해결하는 것을 우리 진보의 기조로 삼는다면 어느정도 북한의 의도를 이해하는 태도도 있어야 할 것이요, 이 같은 과정을 통해서 북한을 이해시키는 태도도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정말 핵을 갖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본토까지 향하도록 개발하고, 핵 탑재 역시 가능해 진다면 우리는 앞서의 양자택일의 순간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는가? 조금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만 현 정권에게 제3의 길을 찾으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요구이다. 변수가 되는 것은 북한 국내에서의 변화, 또 남한 국내의 변화, 미국의 외교정책의 변화가 있긴 하다.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민주노동당과 남한의 자주세력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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