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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잉, 씨부랄 것~

요즘들어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간다. 용산 참사에서 사람이 죽고, 화물노조 노조간부가 자살하기도 하고, 상왕이 자살하기도 하고, 태상왕은 노환으로 별세하였다. 죽고 죽고 죽어 나간다.

 

그러한 죽음을 통해서 우리 인민들은 '사람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 한다. 노무현이 죽었을 때, 김대중이 죽었을 때 보여준 여타 정치세력들의 모습은 나에게 이러한 인상을 강하게 남겨주고 있다.

 

노무현이 살아있을 당시, 그렇게 죽을 똥을 싸면서 신랄하게 비판하던 사람들도 그가 죽자, 그가 했던 일들 중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게 되었고, 그의 존재 자체가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평소 생각이기도 했지만 나는 지난 자유주의 정권 아래에서 20대를 보낸 것을 참으로 다행으로, 더 나아가서 행복했던 것이었다 느끼고 있다.

 

작금의 김대중의 별세도 그러하다. 김대중이 대통령이었을 시절, 한나라당에서는 그의  IMF 극복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성급하게 IMF를 극복하려 한다고 비난만 했 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를 민주 독재라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또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에는 보수세력들이 이를 두고 얼마나 비난들을 했던가. 사실상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욕도 해댔고, 김대중은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나왔었다.

 

진보세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때 좌파들은 뭘 했는 줄 아시는가? 내가 생생히 기억하는데, '김대중 정권 퇴진 운동'을 했더란다. 물론 그 근거는 빌어먹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었다. 김대중 정권 때에도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대우 자동차 매각과 관련한 파업이 있었고, 아셈(ASEM)회의에서의 세계화 반대 투쟁 등이 있었다. 하여 김대중의 노벨 평화상 수상도 좌파들의 빈축을 사기 일쑤였다. 6.15 남북공동선언도 남한 자본의 북한 진출을 위한 것이라며 나름대로 치밀한 분석을 하기도 하였다.

 

좌우 어느 정치세력을 보아도 김대중은 때려 죽일 놈이었다. 전라디언이었고, 빨갱이였으며 민주 독재자였고, 신자유주의자였고, 자본가의 편이었으며 친미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죽었을 때, 그 누구 하나 그를 욕하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좌파 사이트인 '민중의 소리'나 '레디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무현이 죽었을 때 가끔씩 터져나왔던 좌파적 냉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그럴까? 사실 노무현보다 김대중이 더 오른쪽에 가까웠을 텐데 말이다.

 

이를 통해 한 인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어느 한 사람을 이렇게 저렇게 비난하고 비판하다가도 그의 죽음을 눈앞에 목도한 이는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인간적인 숙명을 느끼면서 고인의 삶을 다각도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새롭게 그 사람의 가치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김대중이 '남북화해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간 측면에서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 그가 이룩한 일을 계승하고 그가 못다한 일을 이어받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생각을 갖는다면 비록 정치적인 다툼이야 끊이지 않는 것이지만 최소한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난장판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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