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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 방송3사에서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제작, 방영하고 있다. 특히 KBS에서 방영중인 한국전쟁 다큐는 어릴때 보았던 6.25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고 당시 인민군이었던 생존자들의 증언을 곁들이면서 전쟁의 사실성을 더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존의 반공적인 시각과는 달리,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우리야 한국전쟁, 6.25라 부르겠지만 북쪽은 조선전쟁,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르는 60년 전의 이 전쟁에 대하여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고민된다. 마땅히 우리를 처들어왔으니 신이 처들어왔다해도 그것은 '적'이요, 우리가 무찔러야 할 대상임은 확실한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에서 6.25에 대한 기억을 반공주의로의 회귀라는 이유에서 기억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 짓거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은 현실로서 인정하되 그안에서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적어도 도망칠 구멍은 마련하고 자기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6.25 60주년이라 해서 기념식을 열고, 참전국의 용사들을 초대하여 그들에게 감사하고, 한미 동맹 강화 어쩌고 하는 것을 한편으로 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북쪽에서도 조국해방전쟁 60주년이라 해서 기념식을 열고, 해방전쟁에서 산화한 용사들을 추모하고 중국에서도  항미원조라 하여 조중 간의 우호와 혈맹관계 강화 어쩌고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착찹하기 그지없다.

 

대개 패자의 역사는 사라지는 것이어서, 전쟁에서 패한 측의 역사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남베트남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북베트남에 결국 패망하고 말았으니 그 누구도 기억해주는 이가 없다. 현재 사회주의 베트남에서 베트남 전쟁은 어디까지나 조국해방전쟁이었고, 부패한 남베트남과 제국주의 미국과 그 동맹국에 맞서 호치민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이 조국을 해방시키기 위해 피를 흘러 싸운 전쟁이다. 그 패한 전쟁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헐리우드 전쟁영화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휴전으로 전쟁이 중단되어 한국전쟁은 두 개의 시각을 가진 두 개의 다른 전쟁이 되어버렸다. 한국전쟁과 조선전쟁으로 말이다. 누가 먼저 처들어 갔는지는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해서 판정할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남북 간의 대립을 중단하고 어떻게 다시 평화를 되찾고 통일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줄 수 없다.

 

전쟁은 한반도 전체에 통일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김일성의 욕망에서 비롯되었고, 이러한 야망을 스탈린과 모택동의 동의 하에 추진하고 실행하였다. 전쟁은 남침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이미 보편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에 대하여 아직 직접 논문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내전설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당시 남한 정부의 이승만은 간헐적으로 '북진통일'을 주장하였고, 38선 일대에는 산발적인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반도는 1948년부터 이미 내전상태였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전쟁은 누가 먼저 시작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는 견해이다.

 

예전에 도올 김용옥은 일본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면서(물론 보편적인 학설은 아니겠지만) 이른바 '동아시아 30년 전쟁'이라는 학설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동아시아에서 30년 동안 전쟁이 일어났다는 의견인데, 대략 45년 부터 75년까지, 중국의 국공내전, 인도차이나 전쟁, 한반도의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을 한 무더기로 묶어서 30년 전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 역사학을 공부하지 않은 나로서는 더 자세히 말할 능력이 되지 않지만 이념갈등과 식민지배 청산과 관련된 전쟁이라는 점에서 같은 성격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 같다.

 

30년 전쟁이라 하니 스케일이 확 커져버려서 남침이니 북침이니 하는 것은 정말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동아시아가 이념 대립과 식민지배를 청산하는 과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여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였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같은 전쟁 다른 시각의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맹목적인 반공주의는 당연히 우리의 현재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전망해 줄 수 없다. 전쟁은 공산주의자들의 무단침입으로 시작되어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의 도움으로 조국을 지킬 수 있었고, 그들 덕분에 우리는 경제성장에 매진하여 현재와 같은 자랑스러운 조국을 이루어내었다. 이 얼마나 깔끔하고 명확한 시각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시각을 가지고서는 남북 갈등 해결될 리 없고, 통일은 500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우리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임진왜란의 원흉으로 보지만 그를 전범으로 여기거나 일본에게 사과와 배상금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쟁이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났다면 한쪽의 시각은 승자에 의하여 폭력적으로 금기시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국공내전에서 국민당군의 시각이라든가 베트남전에서 남베트남 정부의 시각, 그들만의 사명감, 정당성을 알기 힘들다. 우리는 휴전이 되어 서로가 생각하는 전쟁에 대한 상처로 60년 간 대립과 갈등을 이어왔다. 북한도 전쟁으로 인하여 정부가 개작살날 뻔하고 중공군의 도움으로 간신히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증오심이 만만치 않다.

 

6.25 전쟁을 추모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증오의 재생산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 말이 북에 대한 경계 태세의 소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명나라가 청나라에 멸망의 위기에 직면하여 복수하자, 오랑캐를 몰아내자라는 말만 많고 실상 아무 준비 없이 거덜났던 조선처럼, '북진통일', '김정일의 목을 따자', '주석궁에 탱크가 들어가는 날' 운운하는 보수 세력들의 허황된 주장은 사실상 국방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대북심리방송에서 소녀시대 음악을 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적의 침입을 방지할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적을 적으로 보되, 복수해야 할 원수로 보아서는 안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복수심이 자신을 망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마찬가지로 북에 대한 복수심으로 미쳐 날뛰게 되면 우리의 자산인 민주주의와 자유도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6.25 전쟁은 극심한 이념의 대립이 낳게된 산물이며 이제는 이러한 이념 대립을 지양하고 다시는 이런 전쟁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한쪽의 이념을 악으로 매도하는 것은 세계적인 시각에도 전혀 맞지 않는 냉전 시대의 추억일 뿐이다. 현재 북한 사회주의의 모순과 병폐에 대한 사실이 사회주의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맞물려서는 안 된다. 좋은 사회주의 정책이라면 도입하겠다는 정말 '실용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사실상 6.25 전쟁의 후반부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미 전쟁 초기에 한국은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넘겼으며 북한도 중공군 참전 이후 작전권을 중공군에게 넘긴 바 있다. 이때부터 사실상 국제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아더와 팽덕회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6.25는 국내 이념대립이 국제전으로 확대되어 민족상잔의 고통을 겪은 전쟁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중국이 친미적인 정권으로 통일 한국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듯이 미국도 친중적인 성격으로 한국이 통일되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통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중국과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6.25를 통해서 우리의 문제는 폭력이 아닌 방법으로 반드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남북의 문제도 비록 핵문제는 거의 미국 전담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이런 핵문제 조차도 우리 남북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외교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진보나 보수나 할 것없이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해서 좀처럼 뒤를 돌아볼 생각을 안한다는 생각이 든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은 도망칠 구석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인데 전혀 그런 생각 없이 올인한다는 것이다.

 

마치 요즘 축구에서 16강 이후 이게 허정무의 리더쉽이네, 박주영의 절치부심이네, 박지성 선수의 리더쉽이네 자화자찬이 난무하는 것과 같다. 이게 꼴사나운 것이 이러다가 우루과이 한테 대패하면 어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음에도 전혀 이를 지적하는 기사는 좀처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보진영은 6.25 추모 열기를 또 메가왕과 연결시키며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6.25 추모 안 하려 하는가? 좌파는 언제나 옳기만 하고 전혀 잘못하는 것은 없을 줄 아는가?

보수진영은 천안함을 북한의 짓거리로 단정하는데 나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독일 총리실 직속 전문가가 지적하였듯이 애초에 조사단을 꾸릴 때, 중립적인 국가, 대표적으로 중국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자충수였다. 북한이 저질렀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은 좋은 데 제발 좀 도망칠 구석은 약간이라도 마련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어쩌다 글을 쓰다보니 이런 결론이 나버렸다. 6.25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딱 잘라 말해서 앞으로 이젠 올인하지 말고 도망칠 구석은 마련하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제발 통일할 구석은 마련하고 서로 미워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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