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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대표자회의

북한의 당대표자회의가 끝났다. 그리고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었다. 뭐 시사에 정통하다면 누군들 모르겠는가. 일단 그토록 말들이 많았던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추대되었으며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되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새롭게 당직에 올라 선군정치에 밀려 거의 관리되지 않았던 조선로동당이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의 군 지도, 내지 군사정책들을 총괄하는 부서, 혹은 군부를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당 내 군사지도기관이다. 이 기관이 상설기관인지 비상설기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김정은이 이 자리에 오르면서 김정일을 대신하여 군부를 지휘할 자리에 올랐음이 명확해졌다. 애초에 나는 예전 글에서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만을 생각했으나, 부위원장이라는 직위에 갑자기 오르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만큼 포스트 김정일에 대한 구상이 바빠졌다고 할 수 있을까..

 

김정은은 청소년 시절 해외유학 이후 김일성군사대학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이미 김정일의 선군정치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일 자신이 다닌 김일성종합대학이 아닌 김일성군사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김정은을 '선군'을 대신할 인물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또한 김정은은 이와 함께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되었다. 이것도 매우 큰 의의가 있다. 당대회라든가 이번에 있었던 당대표회의를 제외하고 당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당 중앙위원이 됨으로서 여기에 참여할 자격을 얻었다. 자신이 담당하게 될 '군사'이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정철과 같은 다른 아들이 당직이 오르리라고 예상했던 것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당대표자회의에서 김정철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일 이후 시대에 그의 아들들이 난립하는 것은 오히려 권력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았던 것일까. 일면 타당하다고도 생각이 된다. 고구려 연개소문의 아들들을 생각해도 그렇지 않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김정은의 3대세습을 사실상 확정하는 분위기이다. 이에 반하는 의견은 후계구도는 이제 시작이라는 일본 외무성의 말이라든가, 민주노동당의 논평 정도가 이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전부이다. 이로써 나의 집단지도체제 예상은 깨진 것인가. ㅎㅎ

 

적어도 '선군'에서의 3대세습은 확실한 것 같다. 앞으로 김정일이 죽으면 그의 국방위원회 자리는 당연히 김정은이 이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북한의 권력기관을 당(조선로동당), 군(군대), 정(정부) 이렇게 세 개로 보았을 때 당과 정에서 권력을 잡을 인물은 아직 김정은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미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만큼의 명성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김정일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김정은에게로 3대 세습을 할 의향이 있었다면 애초에 왜 수령제를 폐지했단 말인가. 그가 가진 국방위원회 자리는 법적으로는 북한을 대표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김정일이 북한의 지도자로 생각되는 이유는 그의 인간적 카리스마에 기대고 있다.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이 된다면 김정일만큼의 카리스마로 북한의 지배층과 인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핏줄 하나만으로도 당내 최고 직위인 당 총비서에 추대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김정일을 이은 김정은 유일지배체제가 확립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리하자면, 김정은은 군부에서는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선군정치를 이끌 것이지만, 당과 정에 대한 지도력은 아버지 김정일에 미치지 못할 것이며 집단지도체제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번 당대표자회의를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이제부터는 조선로동당이 다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조선로동당내에서 당 정치국 내부의 회의와 비서국의 회의를 거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전반적인 당과 국가의 주요의제를 다루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집중제 원칙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김일성 시대에 나름대로 이어져오다가, 90년대부터 뜸해지기 시작, 김정일대에는 전혀 이어져오지 않고, 김정일의 명령만을 수행하는 사조직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아마도 김정일이 당내 새로운 인물들이 영입된 만큼 김정은을 위시로 해서 당의 정상적인 절차와 회의를 다시 실시하면서 그의 후계구도를 구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토의와 토론이 당의 정책에 반영된다면 그것은 북한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이것이 정말 그럴지 아닐 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이 선군정치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대외정책은 아마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들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라든가,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이행이라든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보장이라든가 하는 미국의 양보없이는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 문제를 자국의 개혁, 개방의 문제와는 별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것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내외로 김정은의 3대 세습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많다. 하지만 정말로 북한의 권력이 김정은에게로 온전히 이양되는 것은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김정일이 자신의 아들을 권력의 핵심에 둔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물론 북한의 특수성 운운하기는 하지만 우리와 세계의 보편적인 생각에 크게 어긋나는 것은 사실이다. 이슬람국가인 이란조차도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이 작금의 세계이다. 물론 이란은 종교지도자가 더큰 권한을 갖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정은의 모습을 보고 엄청난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의 말로는 청년대장이라고 하지만 전혀 '대장'같아 보이지 않았다...그저 어느 지주집의 귀하지만 멍청한 막내아들을 보는 것 같았다. 안습이었다. 북한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 같다는 어두운 마음이 일었다. 남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혼자 살이 찐 모습 자체가 어떤 기득권속에서 자라왔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에게는 이것이 희소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정은이 씨발 간지폭발의 샤프하고 지적인 인상의 인민군대장이었다면 모골이 송연했을 것이다. 그런 걱정은 안해되 되시니 보수세력에게는 위안이 될지...ㅎㅎ

 

북한이 어떤 형태의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할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김정은을 위시로한 선군정치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나갈지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외줄타기처럼 위태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지혜로운 북한의 인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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