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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를 거부당하는 쪽방거주자

< 성 명 > 정부와 영등포 구청은 쪽방 거주민들을 인간으로 대접하라!!

현 정부는 모든 국민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2000년 10월 1일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서 오히려 최저선 미만의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사태가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누구나 최저생계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전하며 현 정부의 정당성만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지만, 빈곤한 사람들은 더욱 더 빈곤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 정부의 기만적인 작태는 쪽방 거주민들에 대한 이들의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쪽방 거주민들의 대다수는 장애인·노인·일용직 노동자들로, 근근이 자신의 노동력으로 삶을 위태롭게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노숙의 바로 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쪽방 거주민들이 발생하게 된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즉, 단순히 쪽방 거주민들이 게으르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쪽방에서 거주하게 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발달 과정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무한경쟁 이데올로기, 정리해고, 가족 해체, 서로에 대한 불신, 불평등한 교육 기회 등의 문제로 인해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자본주의에 필요하지 않은 노동력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배제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즉, 장애인·노인·일용직 노동자는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자본과 국가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만 한 존재이기에 체계적으로 배제당하고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건설 자본의 이익과 개발 일변도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기본적인 주거 조건을 박탈당했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이러한 쪽방 거주민들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기제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 있는 쪽방 중에서 가장 열악하다고 할 수 있는 영등포 쪽방에서 11월 1일 화재가 발생했다. 쪽방이 판자로 만들어져 있고 어떠한 화재 방지 대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는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태'라고 할 정도로, 쪽방 거주민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조건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 발생시킨 것이다.

쪽방 거주민들도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국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영위한 권리와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와 영등포 구청은 영등포 쪽방을 인정하고 쪽방 문제에 안일했던 자신들의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 쪽방에 거주하게 된 것은 개인적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고, 국가는 이를 인정하고 삶을 보장하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부와 영등포 구청은 쪽방 거주민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근본적인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 정부와 영등포 구청은 쪽방 지역 거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쪽방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1. 쪽방 거주민들에 대한 의료지원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2000년 11월 19일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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