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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현대자본주의

석양의 현대자본주의

 


1. 과학기술혁명

2. 국제금융 통화 위기

3. 국가정책의 보수화와 위기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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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련과 동부 유럽 지역에서의 쏘련형 사회주의의 실험이 20세기의 마지막 10 년을 남겨 놓고 일단 실패로 돌아가자 그것이 이데올로기에 미친 파장은 정말 심대한 것이었다. 기왕부터 자본주의적 사회체제를 '자연적 질서'로 주 장해 왔 던 부르조아지 및 그들을 대변하는 이데올로그들이 '역사의 종언', '자본주의의 최종적 승리'를 외치고 나선 것은 물론이려니와, 자본주의적 생산에 수반하는 억압 실업 빈곤 타락 범죄 등에 반대하여 대안적 체제를 모색 하거나 추구하던 사람들의 대부분조차 역사의 거대한 역류에 압도되어 좌절 하거나 자발적인 전향의 길을 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부르조아적 급진주의자들의 좌절 과 전향은 끝간 데가 없어서, 우리 사회에서 예를 들자 면, 그들은 이제, 자신들 이 타기해 마지않는 사회적 정치적 병리 현상이 그 위 에 서는 바의 사회경제적 토대는 철저히 외면한 채, '깨끗한 정치', '새로운 정치', '바른 정치', '정치개혁 ', '의식개혁' 등등과 같은 관념적이고도 위선적 인 기치를 내걸면서 정치적 양 명을 추구하는 정치모리배로 전락해 가고 있 다.
말하자면,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스스로들이 그토록 논쟁에 열중했던 사회 구성의 이행 (가능성) 같은 문제는 그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관심의 대상 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상황은 당연히 그들의 주관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발전하고 있 다. 지난 89년 가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그에 이은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 들의 연이은 붕괴를 계기로 터져나온 '자본주의의 최후의 승리'라는 함성의 메 아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자본주의 주요 국가는 제2차 대전 이래 어느 때보 다도 심각 한 공황에 빠져 들었고,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위기와 불안정성이 증대되어 있 다. 92년 가을에 폭발한 유럽의 통화위기나 지난 해 말 금년 초의 페소화 딸라 위기 등 거듭되는 국제금융 통화상의 위기, 실업과 빈곤으로 생 활상의 위 기가 격화되어 폭발한 92년 의 L. A. 흑인 폭동, 서유럽 주 요 국가들에 번지 고 있는 대량 실업과 파업의 물결, 난공불락일 것만 같던 일 본 자본주의의 침체 와 금융위기 등등이 그러한 위기와 불안정성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그 중 일부 는 아직도 명백히 증대일로에 있다. 한국 경제에는 89년부터 공황이 엄습했 고, 급기야 1990년 봄에 이르러서는, 당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던 노동자들의 요구를 억압하기 위한 음험 한 동기가 주로 작용 해서 였긴 하지만, 노태우 정권이 '총체적 위기'임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 기와 불안정성의 이러한 증대는 물론 전혀 외부적 요인에 의 한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적 생산에 고유한 모순이 발전한 결 과이다. 그리 고 현대 국가 독점자본 주의하의 경제발전과 과학기술 발전 의 특수성이 그 구체적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의 자본주의 경 제 발전 에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현상 몇몇을 들어 그 특징과 영향에 대해서 보기로 하자.



1. 과학기술혁명
1980년대 이래로 자본주의 주요 국가에서는 과학기술의 성과를 상품생산에 실용적으로 적 용 하 여 사회적 생산을 증대시키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소 재와 바이오테크놀로지, 그리고 극소전자혁명(ME혁명)으로 통칭되는 전자 정보혁 명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세 분야는, 예 를 들어 광섬 유(optical fiber)의 개발과 발전이 전자 정보혁명을 가속 화하고, 마이크로프 로세서와 대 규모 집적회로의 출현과 발전이 신 소재의 연구 생 산이나 바이오 테크놀로지 기 술개발에 피드백 (feed-back)되는 식 으로, 서로 밀접하고 유기 적인 연관을 가 지고 발 전해 가면서, 세계적 으로 사회적 생산 력에 질적인 변 화, 비약적인 변화 를 초래하고 있다. 특 히 고성능의 마이 크로프로세서 및 대규모 집 적회로의 출현 및 급속 한 보급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하고 있는 자 동적인 계측제어 기 술 의 발전은 이제까지 개별 적인 공정에서의 그 것으로 개별화되어 있던 자 동화 를 기술공학과정 전체 의 복합적인 자동화와 완전자 동화 무인생산 의 가능성으 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추상적으로는 인간이 노동 으로부터 해방되어 자기의 인간성을 충분 히 발전시킬 수 있는 자유의 왕 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물 질적 기술 적 조건을 충족시켜 가고 있는 것 이 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러한 과학기술혁명은 물론 그간의 꾸 준한 과학기술의 발전, 특히 군수적 (軍需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의 민수 생산(民需生産)으로의 이전에 기초 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 난 1970년 대에 거푸 밀 어닥쳤던 두 차 례의 공황과 에너지 위기 속 에서 그에 대 한 대응으로서 촉발 받은 바가 크다. 말하 자 면, 현재 진행 중 인 과학기술혁명은 자본주 의의 새로운 위기에 대한 자본의 대응으로서, 자본 은 추가적인 잉여 가치를 끌어냄과 동시에 위 기 적인 상황을 해소 혹 은 완화 하기 위해서 과학과 기술의 성과를 이용하고 있 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에 상당한 성과를 쌓아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금 까지 과학기술혁명은 노동자 계급의 생활자료의 가격을 절하시킴으 로 써 노동 자들의 실질임금을 상승시키는 데에 기여했을 뿐만 아 니라, VTR, 비 디오 카 메라, 비디오 게임, 무선전화, 개인용 컴퓨터 등등 새 로운 여러 내 구소비재 및 비내구소비재 시장을 광범하게 창출 하여 자본 활동의 영 역을 결정적으로 넓혀 왔다. 그리하여, 한편에서 '자본주의의 위기'가 논제 로 오르 자 마자 다른 한편 에서는 과학기술혁 명의 성과를 내 세우면서, '자 본주의의 위기 운운하는 것은 자본주의 의 상황적응력 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라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곤 한다.

그 러나 과학기술혁명에 의한 위기 대응과 성과는 초기의 특수한 여 건 과 관 련되어 있을 뿐 본질적인 영향 은 아니다. 과학기술 혁 명에 의한 사회적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 전이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 를 궁극적 으로 해 소 혹은 완화할 것이 라고 보는 것은 무엇보다 도 자 본주의적 생산 을 그 역사 적인 특수한 형태 로서 보지 않고 '생 산 일반' 과 혼동하고 있 는 데에서 오 는 오 류 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위기의 원인 은 과소생산 즉 낮은 생 산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높 은 생산력에 기초 한 과잉 생산에 있다 는 점을 망 각한 오 류이다.

우선,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 적 생산에 서 자본은 '화폐자 본(G) -- 생 산자본(A + Pm) -- 상품자본(W) -- (다시) 화 폐자본 (G')......'의 순 환을 되풀이 하고, 이 순환의 고리 가 파열될 경우 그 자본은 위기를 맞게 되는 데, 그 위기가 소수의 개별 자본에 우연 적인 것 이 아니라 사회의 주 요 생산부문 에서 광 범하게 발생 할 때 그 것은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 공황으로 된다. 그런 데 맑스가 일 찍이 자본의 '상품자본으로 부터 화 폐자본으로 의 전형'(W -- G), 즉 상 품의 실현을 '목숨을 건 비약' 이라 고 표현했 던 것처럼, 이 순환의 최대의 고비는 바로 상품의 실현 여부 에 달 려 있고, 그 크기를 현실적으로 규정하 는 것은 주민의 대 다수를 이 루는 노동자 계급의 소비능력이 다. 그리고 그 노동 자 계 급의 소비 능력 은 당 연히 그 소득의 크기에 달 려 있다.

그 리고 노동자 계급은, 현 대자본주의 가 그 사회경제적 위기를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도입 한 국가자본주 의적인 사 회보장제도로부 터의 보조적 소득 을 별도로 한다면, 오로지 자본에 의 해서 '고용 됨으로써만' 소득 을 얻 는다. 고 용되 지 않으면 소득도 없고, 따 라 서 그 소비능력 은 기본적으 로 사회보장제 도 에 의한 보조적 소득에 국 한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에서는 노동자는 생산수단 의 소유로부터 분리되어 있어서 '고용됨으 로써만' 그 는 자기의 노동 능력을 생산 적으로 발 휘할 수 있고, 소득으로서 의 임금 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 다.

그리하여 과학기술혁명이 자본주 의의 위기적 상황을 해소 혹은 완화할 수 있거나 예방할 수 있기 위 해서 는 그것이 생산력을 높인다는 점이 증명 되 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이 보다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는 것이 증명 되어야 한 다. 보다 많은 고용 을 창출해서 노동자 계 급의 소비 규모를 증 대시킬 수 있 어야만 자 본의 순환에서 목숨을 건 비약 지점인 상품자본의 화폐자본으로 의 전 형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혁명이 고용과 소득 에 미 치는 영향은 일정한 경향성을 가지면서 도 구체적 모습은 부 문에 따라 서 그리 고 각국의 시장 여건에 따라서 달랐 고 또 변하고 있 다. 우선 과학기술 혁명은 그것이 전개되는 있는 대 개의 국가들에서 직접적인 물질적 생산 부문, 제조업 생산부문의 생 산을 증대시 키면서 도 그 고 용 은 감소시키거 나 정체시켰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 감소 혹은 정체는, 부분 적으로는 물론 이른바 '린 생산방식' 혹은 '일 본식 생산방 식' 등 노동강도의 강 화 를 반 영하고 있지만, 기본적 으로는 말할 것도 없 이 생산의 자동화의 결 과 이다. 따라서, 개별 자본 혹은 개별 국가에서는 만일 그들 상 품의 시장경 쟁력 이 뛰어 나서 시장점유율의 확대 속도, 따 라서 생산의 증대 속도가 자동화에 의한 생산의 증대 속도보다 높 은 경우 제 조업 부문에서도 고 요의 확대가 있 을 수 있지만, 자본주 의 세계경제 전체 혹은 그 평균에 서 보면, 과학기술혁명 에 의한 자 동화가 진전되면 진 전될수 록 제조업 부문의 고용은 축소될 것이 다. 물론 제조업 부문 가운데에도 고용의 증 가를 보이는 부분을 간과 해 서 는 안된다. 한 통계를 예로 들면, 미국에 서는 첨단과학 집 약 부 문인 전기 공업과 전자 설비 생산에서 1983 - 1986 년 사이에 노동 자 수가 4.8%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적되어야 하는 것은, 첨단 부문에서의 이러한 증가에도 불 구하고 같은 기간에 제조업 전체의 고용은 2.1%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 이 다.

수년 전까지 자동화가 고도로 진행되면서도 제조업 부문의 고 용 이 증 대 했 던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을 들 수 있을 것 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들의 상품 이 뛰어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가지 고 있었 기 때문이다. 그 러나 이 미 2 3 년 전부터는 일본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역전 되 는 현 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역전이 일본 자본주의가 지금 처 해 있는 순환 적 공황 에 의한 일 시적인 현상 인지 아니면 하 나의 경향으로 자 리잡을 것인지는 앞으로 주 목할 만할 것이 다.

제조업 부문과는 대조적으로 과학기술혁명은 비물질적 생산 부문, 서비스 부문의 고용을 적어도 아직까지는 증대시켜 왔다. 서비스 부문의 고 용의 증 대는 첫째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라는 새로운 고용시 장의 발생 과 관 련 이 있 었고, 실제로 특히 미국에서는 소 프트웨어의 개발 을 주요 업 무로 하는 신흥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고용의 증 가가 있었다. 그러 나 이 분야와 관련 해서는 최근 그 고용 증가세가 급감하고, 앞 으로는 감소까지 도 전망되고 있 는데, 이는 주로 대기업에 의한 소 프 트웨어 개발 산업의 조직화 대형화와 대다수 중소기업의 도태, 소 프트웨 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 어의 발전에 기인 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고 용 증대는 둘째로 자본주 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이 부 문의 의의 의 증 대에서 기인하고, 그 러한 한 이 측면은 차후 로도 고용 감소의 원인 으로 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생산 기술의 수준이 발전하고 여러 부문간 분업이 심화되면서 경제 연관이 대규모로 되고 복잡해지면서 생산과정의 준비와 보 조 에 관 계되는 업무의 필요성이 강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이 러한 업무 의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또 복잡해짐에 따 라서 그 기 능은 독립된 산업 영역으로 되면서 경험과 정보를 축적한 전문 화된 사업으로 발전하 는 경향조 차 있다.

서비스 부 문에서의 고 용 증가 의 마지막 요인은 물적 제조업 생산 부문에 비한 이 부문의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이 부문에서는 최 근 급격하게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 다. 즉 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기타 사무 부문이 그것으로, 이들 부문에서는 과거 상대적 으로 낮은 노동생산성 때문에 생산과 업무가 증대함에 따 라 서 고 용이 증대되어 왔었던 것인데, 최근에는 컴퓨터나 복 사기, 자 동인쇄 설비 등등 이른바 OA 기기의 급속한 발전과 보급으로 살아 있는 노 동에 대 한 수요를 급속히 축소시켜 가 고 있는 것이 다.

과학 기술혁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 자면, 첫 째 로 제조업 부문에서는 여일하게 고용을 감소 혹은 정체시 켜 왔고 향 후 에도 그것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 할 것이라는 것 이며, 둘째로는 지금 까지 는 제조업 부문에서의 고용의 감소를 서비스 부 문에서의 증가가 상 쇄 하거나 그를 넘어 전체적 고용을 증대시켜 왔 던 것인데, 과학기술혁명 이 서 비스 부문 까지도 급 속히 파악해감에 따라 서 이 부문에서도 고용의 감소 경 향 혹은 적어 도 증가의 축소 경향이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고용은 감소 하 는 경 향으로 발 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 다. 예컨 대, 지 난 90년부터 제2차 대전 이후 최고율인 평균 10% 이상 의 실업률이 유지 되고 있는 서유럽 의 실업과 관련하여, 그것이 순 환적 성격의 것 이라는 관측이 없 는 것은 아니나 다수의 진단 은 그것이 이미 구조적인 것 이 라는 견해에 서고 있다. 그리고, 서유럽에 순환적 공황 이 엄 습하기 훨씬 이전인 1986년 의 취업자 수가 이미 1979년의 그 것 보다 2%나 낮 았다는 사실은 그러한 구 조적 실업설에 대한 유력 한 논거이다. 서유럽의 이러한 구조적 실업은 물 론 서유럽이 과학기술이 개발되 고 적용되는 최첨단 지역이라는 것을 의 미하는 것 은 아니다. 오히려 서 유럽은 오늘날 첨단 과학 산업 자체에서는 특히 미국에 뒤떨 어져 있고, 그 과학기술혁명의 산업에의 적용과 응 용에서는 특히 일본 에 뒤쳐져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과 학기술의 적용=자동화로 생산과 정으로부 터 살아 있는 노동의 배제가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말하자 면, 서유 럽의 구조적 실업은 미국 및 일본 등과의 경쟁에 서의 열 위(劣位) 때문에 산 노동 의 배제를 상쇄할 만한 시장의 확 장에 실 패하고 있 는 데 원인이 있는 것이 다. 지난 92년 부터 독 일, 이태리, 프랑스 등을 번갈아 가면서 휩쓸고 있는 정 치 사회 적 소요를 보면서 누구나 짐작하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지금 유럽 자본주 의에는 사실상 위기 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결국, 과 학기 술혁명은 그것이 실현 하는 높은 생산력 때문에 그것 이 자본주 의적으로 이용될 때 에는 필연적으로 자본주의의 낡은 생산 관계와 충돌하게 되고, 그 러한 충돌은 이미 90년 이 래의 세계 공 황을 통해서, 그 리고 특히 서유 럽의 위기를 통해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다. 그리고 91년 이래 전후 최대의 공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 의 경우도 그러 한 위기가 구조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2. 국제금융 통화 위기
극도로 증대되어 있는 현대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현상 중 의 하나는 거듭되고 있는 국제금융 통화의 위기 혹은 동 요이다. 예 를 들면, 주로 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의 발효 이후 미-멕시코간의 경제 관계 의 변화 때문에 폭발한 작년 말의 페소화 위기로 미 딸 라 와 멕 시 코 페소화 간 의 상대적 가치는 불과 수개월만에 70% 이상이 변 했다. 자유 무역 협정으로 맺 어져 있는 미국과 멕시코, 나아가 캐나다와의 관계를 감안 할 때 상대적 통 화 가치의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상품의 교 역 및 투 자관계 에 얼마 만한 불안정성 불확실성을 조성할 것인가 는 가히 상상을 불허한 다. 페소화 위기, 그로 인한 멕시코 경 제의 위기는 클린턴 정권의 긴급 200억 딸라 지 원으로 한 때 진정 되는 것 같았고, 지난 10월 9 - 11일의 멕시코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에는 200억 딸 라 가운데 7억 딸라를 조기 상환하기로 한 정치적 선물 때문에, 위기 이후 멕시코 정부가 취한 경제정책에 대한 찬사가 난무했으나, 10 월이 채 가기도 전에 페소화 위기 는 재발하여 지 금 멕시코 경제는 사 상 최대의 위기 속에 빠져 있다.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 이전인 92년 가을에 이미 서유럽 EU(유럽연합)에서는 통 화위기가 발생하여 가맹국 중 수 개국의 통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그 폭의 제한이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상하 15%의 변동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통합 을 가속화하여 97년, 늦어 도 99년에는 EU 역내의 단일통화를 실현하겠다는 마스트리히트(Maastricht)조약의 발효를 정면으로 비웃는 사태였다. 아직도 EU는 99년 통화 단일화의 꿈을 버리고 있지 않지만, 현실에 비 추어 보면 몽상으로 끝날 공산이 크 고, 사태는 통화 단 일화와는 반 대의 방향 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봄이 타 당 할 것이다.

오늘날 국제 상품 및 자본 거래의 양대 기축통화인 미 딸라 와 일본의 엔 화 사이에도 지금 통화위기가 사실상 진행 중이다. 금년 봄에는 불 과 한달 여만 에 두 통 화간의 상대가치가 40% 이상 급변했다. 그러한 통화 위기는 양국 경 제 특히 일본 경제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고, 나아가 자본주의 세계 경제 전 체 에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본래 국민적 통화가치의 위기는 자본 주의 세계경제 발전의 불균등성에서 기인한다. 이 발전의 불균등성 때문에 각국의 무역수지에 불균등 성이 발 생하 고 그에 따라 국제통화의 위기가 발생하는 데, 그 구체 적 형태 는 고전적인 금 본위제에서의 그것과 불환통화제에서 의 그것이 구별 된 다. 고전 적인 금본위 제하에서는 국제수지의 적자 가 누적되 면 외환의 시세가 금의 현송점(現送點: ' 외환이 표시하고 있는 금 량 + 금의 운 송 비'를 나타내는 외환 시세)을 넘어 올라 가기 때문에 금(=세계화폐) 을 수출하여 외환을 확 보함으로써 외환의 시 세를 금의 현송점 내에 유 지 하는 과정이 시장 기 능에 의해 서 되풀이된다. 그 리고 이러한 과 정이 누적되면 수지 적자국은 지불수단(=금)의 고 갈로 외환위 기를 맞게 된 다.

이에 비해서 불환통화제 하에서는 외 환위기는 보다 간접적 인 형태로 나타 난 다. 즉, 불환통 화는 확정된 금 량을 갖지 않기 때문에, 국제수지가 적자인 국가 의 통화는 통화가치상 의 제한 없이 그 가치가 저하된다. 즉 외환의 시세가 올라간다. 이 는 기본적으로 외환에 대한 수요 공급관계에 서 결정되 지만, 환 율 의 상승을 통해서 수출을 증대시 키고 수입을 억 제하 려는 통화당 국의 인 위 적 정책에 의해서도 이루어 진다. 이때 그 통화의 국제거래상의 비 중이 크면 클 수록 그러한 변화와 정 책 이 미치는 국제거래 상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 이 짧은 기간에 급격히 이루어질 때 그것은 위기로 나타나지 않 을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85년 9월의 플라 자 합의 후 에 거듭 해 서 벌어지고 있는 미 딸라와 일 엔화간의 긴장관계, 위기일 것이다. 플라자 합의 이전의 그것에 비해 서 딸라에 대한 엔의 상대 가 치 는 그것이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 5월에는 3배 이상이었고, 다소 완화 된 지금 의 가치도 2.5배 이상이다.

그리고 그러 한 가치상승 은 10년이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 라 수 차례 의 발작적인 상 승에 의한 것이었다.

미-일 간의 이러한 통화위기의 기본적 원인은 물론 미국의 엄청난 이른바 쌍둥이 적자, 곧 국제수지 적자 및 재정적자와 그 반대의 극에서의 일본 의 엄청난 국제수지 흑자이다. 예를 들어, 1985 - 1987년 3개년간 의 누 계 를 보 면, 일본의 흑자액은 $2,350억였고, 미국의 적자액은 $4,200 억을 기록 했다. 그 리고 이러한 극단적인 흑자와 적자를 해소하려는 것이 1985 년 9월 플라자 합의의 동기였다. 그러나 이 플라자 합의의 목표는 소 기 의 목 표를 달 성할 수 없었 다. 미국 제조업의 공동화 때문에 그 합 의의 목 적을 달 성할 수 있는 물 질적 기반을 갖지 못했기 때문 이었 다. 그리고 이 플라자 합의는 '엔고-저딸 라'를 통해서 오히려 일 본 자 본주의를 일시 에 금융대국 으로 밀 어 올리는 계 기가 되고, 국제 금융 자본시장의 투 기를 더욱 자 극하는 계 기가 되었을 뿐 이었다. 그리하여 이미 1987년 9월말에는 일본 민간은행의 대외자산이 1조 4,100억 딸라에 달해서 미국의 6,300억 딸라의 2배 이상, 전세계 민간 은 행 의 총대외 자산 3조 9,800억 딸라의 35%를 점하기에 이르 렀다. 이는 이제 일본이 상품 수출이나 대외직접투자를 통해서 그 외환 수 입 을 늘릴 뿐만 아니 라 대외 금융 을 통해서도 그 외환수입을 엄 청나 게 늘려 간다는 것 을 의미 한다.

그 런데 이러한 금융자 산은 일본이 상대적으로 압도적 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다른 국가 독점자본의 금융자산이 적 다는 것을 의미 하 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오늘날 국 제금융위기를 증 폭시키고 있는 것은 실물거 래를 수반하지 않는 투기 적인 자본거래로서, 그 규모는 하루 1조 딸 라를 넘 어 공적 통화당국의 시장개입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 는 것으 로 평가되고 있다.

이 거대화한 금융자본을 오늘의 주 제에 비추어 고찰하자면,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위기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 우선 금융자본의 거대한 증대는 화 폐자본을 수익성 있게 투 자할 수 있는 부분이 협소해져 있다는 사실, 화 폐자 본의 과잉축적을 의미한다. 그것 이 투기적으로 운동함으로써 조 성하 는 경제 의 불 안정성, 불확실성 을 차치하더라도, 대부자본으로서 기능하 는 화폐자 본의 축적은 사회 의 소비능력을 직접적으로 축소하면 서 자 본 주의 경제의 위기를 조성하고 심화한다. 한 예를 들 어서 설 명해 보 면, 예컨대 신용카드의 보 급, 즉 소비자 신용의 보급 확대는 소 비 를 조장한 다, 즉 소 비 를 확대한다는 그릇된 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 면, 신용카드의 사 용, 소비자 신용 의 획 득이 그 자체로 서 소득 의 증대가 아닌 한 개인의 소비의 한계 는 어 디까지나 본래의 소 득 의 크기이다. 그런 데 소비자 신용 은 소득의 확대 이기는 커녕 소득의 일정 부분을 이자로서 공제함으로 써 그만큼 소비 의 한계를 줄인 다. 그 리고 대부가능한 화폐자 본, 즉 금융자본의 축적이 진행될수록 이러한 소비자 금융은 전사회적 규모로 확대되 고 그만큼 소 비로 부터 공제되는 부분 은 커지게 된다. 이는 단지 이 론일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의 축적 으로 소비자 신용이 일 찍부터 발전한 선 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이 미 1974-75년 공황시 부터 위기 를 심 화 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 다.

일찍이 맑스는 자본론 3권에 서, " 우리가 지금까지 화폐자본 및 화 폐재산 일 반의 축 적의 특 유한 형태를 고 찰해 온 한에서는, 이 형태는 결국은 노동 에 대한 소 유의 청구권의 축적 이었 다. 국채(國債)라고 하는 자본의 축적이 의미 하는 것은 ...... 조세액 중 에서 어떤 부분을 선취(先 取)할 권리가 주어 진, 국가 에 대한 채권자 계급 의 증대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라 고 말했다. 금융자산 이 극도로 발전한 오늘날의 미국의 상 황이 이를 전 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향후 7년간에 걸쳐서 의료보조비 등 주 로 사 회 보 장비를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약 2,700억 딸라를 줄 이자 는 의회 지배 공 화당 과 그 기간에 약 860억 딸라만을 줄이자는 클 린턴 행정부 간의 줄다리기로 연방정부의 업무가 일주일 가까이나 마비 된 미국 의 재정지 출에서 국채에 대한 이자지출이 연간 4,400억 딸 라를 넘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놀라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도 결국 미국민에 의해서 소비 되 어야 할 4,400억 딸 라가 소비되 지 않은 채 금융자본의 이 자로 지 불되고, 그만큼 '노 동에 대한 소 유의 청 구권'은 더 축적되는 것이 다. 그리고 그만큼 더 '상품자본의 화폐자본 으로의 전형'은 제약을 당 하면서 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3. 국가 정책의 보수화와 위기의 심화
마지막으로,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80년대 이래로 주요 자본주의 국가의 국가정책도 자본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데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요즘 미국의 공화당 지배 의회가 한창 추진하는 사회보장의 축소도 그 한 예인데, 그들의 주장인 즉 말하자면 실업 수당은 노동자로 하 여금 취업 의욕을 갖지 않게 만들므로 그것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식이 다. 그들 의 안목 으로는 실업은 사회구조나 경제 상황 때문이 아 니 라 노동 자의 게으 름 때문인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이러한 보수화는 요즈음은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에 따른 오만함의 표현이지만, 애초에는 자본주의의 위기의 심화에 따른 일종의 정신착란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보수화 회 귀의 전형 이었던 영국의 대처주의 나 미국 레 이건 정부의 레이 거노 믹스가 그 것인데, 그것 들은 모 두 장기간의 호황 끝에 연거푸 엄습한 70년대의 두 차례의 공황 에 대한 자 본 가 계급의 반 동적 대응이었 다.

애초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반케 인즈주의적 '신보수주의' 혹은 '신고 전파 경 제 이론 정책'으로 표 현되었다. 그 주장의 핵심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자 본 주의 경제 는 자연적인 질서여서 그 자체 자기 조절 능 력을 구비하 고 있는 데, 케인즈주의적인 국가의 경제 개입으로 자본주 의 경제의 자기 조절 능력이 훼 손 되어 스태그플레이 션을 수반한 공 황과 같은 위기를 초래했 으므로, 경제 를 국 가의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해방하여 야 하고, 그 러면 자 본주의 경제는 알아 서 잘 돌아간다는 것이 다.

처음에 그들은 정말 그러한 교리에 따라서 행동하려 했다. 그 리하 여 국가 부문을 줄이고 재정 긴축을 실행에 옮기고 했다. 당 연히 잘 될 리 만무했 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들의 교리는 제쳐둔 채 선택적으로 행동을 바꾸기로 했다.

교리에 따르기로 한 부분은 주로 국유기업의 민영화, 사회보장 관련 재정지 출의 축소이고, 행동을 바꾸기로 한 부분은 군수지출 군수구매의 대폭적 인 확대였다. 그리하여, 그들의 정책은 '군사케인즈주의'라는 별명을 얻 었다. 미국 의 경우 공화당이 오늘날 '균형예산'의 옹호자로서 나서고 있지만 재정 적자 4 조 9천억 딸라라는 오늘날의 악화된 재정적자의 뿌리 는 사 실 은 공 화당 레이 건 정권하에서 1983회계 년도부터 기하급 수적 으로 확대된 재 정적자, 군사비 지출의 급격한 확대 에 의한 재정적 자의 확 대 누적이 었다. 이즈음에 레이건 정권은 중동에 대한 개입 정책과 쏘련에 대 한 적대정책을 강화했고, 영국의 대처는 포클랜드 전쟁을 감 행하였다. 발달한 생산력 때문에 발생하는 과잉생 산을 해소하긴 해야 하나, 노동 자 계급을 위한 사회보장의 확대를 통해서 그것을 해소하면 노동자들이 게을러 져서 생산에 위기가 오니까 전쟁과 군수지출을 통해서 그 과잉생산을 해소 해야 했던 것이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사회정책은 오늘날에도 신보수주의자들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 그들 정책의 핵심은 기업의 법인세의 감면과 사회보장 지출의 축소에 모아지 고 있다. 말하자면, 소득과 부의 상향 재분배 정책인 셈 이 다. 그리하여 그 들 의 정 책에 의해서 자본가 들은 무척 고무되어 있다. 그러 나 광 범한 과잉 생산 으로 생산적인 투자의 기회는 많지 않다. 여 기에서 강화 되 고 있 는 것 이 투기적 금융 활동으로 서, 앞에서 얘기했던 과 정 과 경 향이 강 화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는 노동자 계급의 좌절 과 타 락, 그리고 저 항이 강 화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동요가 심화되고 있다.

되돌아보면, 자본주의는 러시아 10월 혁명 후, 특 히 지난 30년대 대공 황을 계기로 많은 이질적인 요소 들, 계획경제적 요 소들과 사회보장제 도 를 강화해 왔 다. 그러나 이제 경쟁 상대는 사라 졌다. 그리하여 이제는 자 신의 순수한 모 습을 회 복할 때이 고, 보 수주의 정책들은 바로 그러한 선 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자본주 의적 생산의 내부에 존재하는 모 든 요소 들, 모든 가능성 을 맘껏 발전시 키면 서!

사적 유물론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회의 물질적 생산력은 그 발전의 어떤 단계에서 그것들이 그때까지 그 내부에서 운동해 온 기존의 생산관계 혹은, 그것의 법적 표현 에 불과하지만, 소유관계와 모순하게 된다."

" 부르조아 사회의 태내에서 발전 하고 있는 생산력은 동시에 이 적대의 해결을 위한 물질적 조건도 창출한다."

"하나의 사회구성은 그것 이 충분 히 포용할 수 있 는 생산 력이 모두다 발전 해 버리 기까지는 결코 몰락 하지 않고, 보다 고도의 새 로운 생산 관계는 그 물 질적 전제 조건이 낡은 사회 자체의 태내에서 완전히 부화할 때까지는 결코 낡은 것을 대체하지 않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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