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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사 농성장의 하루 - 그 절박함과 힘겨움의 24시간

 


집단단식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덕사 조합원들과 함께 24시간동안 같이 단식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8일 밤 10시

저녁 9시에 하루 일정을 마치는 대덕사 조합원들은 잠시 담소를 나눈 후 너무 피곤해서 10시가 되면 금새 잠이 든다. 조금 늦게 잠이 드는 조합원이 11시경에 잠을 잔다.

대로가 옆이라 오토바이의 굉음소리와 버스나 트럭이 지나가면서 땅이 흔들리는 느낌, 가끔 요란한 크락숀 소리 등 농성장의 소음은 편안하게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든다. 그나마 귀마개로 소음을 막는다고 하지만 이것도 심리적 효과일 뿐이다. 그래도 1주일째 노상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이제는 익숙해져서 잠이 잘 온다고 한다.



19일 아침 6시 50분

조합원들은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난다. 모두들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든 표정이다. 하지만 힘들게 일어나서 자리를 정돈하고, 가슴에 단식 일차를 적어 넣는 숫자를 ‘8’자로 새로 고쳐 단다.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으니 아침 해가 등 뒤로 떠오른다.



19일 아침 7시 10분

이날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종류의 출근투쟁이 진행됐다. 제일 먼저 자리잡은 대덕사 조합원들의 출근투쟁에 이어, 잠시 후에 ‘98년 현자 노란봉투투쟁위원회’의 피켓시위가 이어졌고, 조금 지나서는 현대자동차 원하청 연대회의에서 출근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정문 안과 밖에서 세 부류의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를 향해서 서로의 요구를 하고 있지만, 시선이 모두 다르다.



19일 오전 9시

대덕사 조합원들은 2개조로 나뉘어 한 개조는 현대자동차 정문 앞 농성장에서 농성을 하고, 한 개조는 대덕사 농성장에서 농성을 한다. 현대자동차 앞 농성조는 정문 앞에서 출투를 하고, 대덕사 농성조는 효문사거리에서 출투를 한다. 이 두 개의 농성조가 출투를 마치고 9시에 대덕사 농성장에서 하루의 일정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다.

전날 울산으로 내려와서 순회투쟁을 하고 대덕사 농성장에서 1박을 한 금강화섬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떠나보내고, 2개 농성조의 하루 일정과 이번 주 주요 일정에 대한 공지가 있었다. 그리고 투쟁에 장기간 불참하고 있는 조합원에 대한 처리문제도 의견을 나눈다.

이날 대덕사 농성조는 오전에 대덕사에서 성내삼거리까지 행진을 하고, 오후에는 반구 사거리 집회 및 선전전, 저녁에서는 주요 지점 선전전과 촛불문화제 참여가 일정으로 잡혔다.



19일 오전 10시

현대자동차 앞 단식농성조는 3개조로 나뉘어 정문 앞 노숙투쟁을 벌인다. 한 개 조가 20분씩 노숙을 하고 교대를 하지만 한여름의 더위는 20분을 견디기에 너무 힘들다.



19일 오전 11시

성내삼거리까지 행진을 하는 대덕사 농성조들이 현대자동차 정문 앞을 통과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게를 만들어 그 위에 대형피켓을 지고 행진을 한다.



19일 오전 12시

점심시간에 맞춰 3개조로 나뉘어 농성하던 조합원 전원이 노숙에 합류한다.



19일 오전 12시 20분

뙤약볕과 아스팔트 열기 속에서 장시간 노숙투쟁을 하던 조직부장이 너무 힘들어한다.



19일 오후 1시

점심시간까지 노숙투쟁을 마치고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30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도 그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 있는 것이 최대의 휴식이다.



19일 오후 2시 30분

민들레한의원에서 건강검진을 위해 방문을 했다. 힘겨운 속에서 다소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다.



19일 오후 2시 40분

잠시 긴장을 늦추고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으니 북구청 직원이 와서 ‘자진철거 계고장’을 전달한다. 무척 난감한 표정의 직원에게 어디서 민원이 들어왔냐고 물었더니 동부서에서 민원이 접수되었다고 대답한다.



19일 오후 5시

다시 주간조 퇴근에 맞춰 노숙투쟁을 벌인다. 이 시간에는 태양이 바로 정면에서 비추게 되어 눈을 뜨기조차 힘들다.



19일 오후 5시 30분

하루종일 녹초가 된 몸으로 장시간 노숙을 하고 있으니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19일 오후 6시

완전히 녹초가 된 조합원들은 그냥 드러누워서 잠시나마 눈을 붙인다.



19일 오후 7시

현대자동차 현장조직에서 지지방문을 왔다. 지지방문 온 현대자동차 현장조직 간부들은 ‘그동안 제대로 신경쓰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투쟁지원금을 전달하고 몇 가지 지원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19일 오후 8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촛불문화제가 진행된다. 이 순간만큼은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간부들이 대거 참여해서 모처럼 힘이 난다.

대덕사 조합원들은 쉬는 시간에는 자리에 쓰러져 있거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힘을 북돋운다. 단식 1주일이 넘은 조합원들의 대화거리는 먹는 얘기, 대덕사 사장과 현대자동차 회장 욕하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그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간절한 얘기다.

세수하러 문화회관까지 걸어가는데 버스 한 정거장인 그 거리가 그렇게 천리길일 수 없고, 육교를 오르내리는 것이 웬만한 산을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24시간의 짧은 시간동안 조합원들과 함께 몸으로 느끼면서 조합원들의 절박함이 조금은 전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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