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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을 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 보육노조 조합원 김미경씨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라 사회 전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노동조합운동이 일반화되면서 작은 규모이지만 새로운 노동조합들이 끝임 없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공공부문과 비정규직에서 그런 경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이미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전국보육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이들 보육노동자들은 여성이라는 조건, 비정규직이라는 조건,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조건, 인간적 관계들로 사용자와 묶여 있는 조건, 신생노조라는 조건 등 4중 5중의 어려운 조건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어떠한 대화도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려는 원장의 태도에 맞서 힘들지만 당당하게 투쟁하고 있는 반구어린이집 김미경 조합원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김미경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기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사무직으로 일을 했다. 80년대 후반 현대중공업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그 투쟁의 간접적 영향으로 업무환경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김미경씨는 이후 결혼을 하고 지내다가 애들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6년 전부터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늦은 나이에도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후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면서 학업에 대한 열망도 높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15년 동안 봉사활동으로 계속 애들 보았어요. 애들 보면 즐거움이 있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 속에서 이겨내면서 가야할 길이다’ 생각하고 뒤 늦게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 사랑한다는 생각만으로는 많은 것을 채워주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배우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다보니까 아이들하고의 만남이 너무 소중해져요. 주위에서는 나이 들고 그러니까 원장도 해봐라 그러지만 애들 만나서 이렇게 하는 게 너무 좋아서 교사를 계속해요.”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즐거운 한편 부모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고 얘기를 한다. 그러나 그 관계도 솔직하게 대화하면서 풀어간다.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면 제일 좋은 거는 젊어진다는 겁니다. 애들 보면 선생님이 좋다고 하면서 맨날 밝은 얼굴로 대하다보니까 내 자신이 즐거워져서 좋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면서 어려운 것은 별로 없는데 부모들과 상담하다보면 좀 힘든 점이 있어요. 요즘 어머니들은 애들이 혼자인 경우가 많아서 자식사랑이 유별나거든요. 그래서 어려움이 좀 있기는 한데, 어머님하고 관계도 솔직하게 얘기하다보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는 안 그런데’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상담을 자세하게 해주면 처음에는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더라도 나중에는 이해를 해주시더라고요.”

어린이집 교사라고 그러면 아이들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편한 직종으로 인식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야 하는 것은 생각 이상의 고역일 뿐 아니라 어린이집 교사는 어린이집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거의 다 처리하면서 일을 할 뿐 아니라, 불규칙한 노동시간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상시 야간업무를 보고 있는 교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는 국공립어린이집이라서 우선순위가 기초수급생활자 등 저소득층이나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이 오기 때문에 자는 애들도 있어요. 그래서 주간 12시간, 야간 12시간 이렇게 운영하거든요. 애들 등·하교 때 차량 도는 선생님은 하루 3시간씩 차량을 돌기도 하고요, 당직하는 날에는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저녁 7시 반에 퇴근했기 때문에 조금 무리가 갔죠. 야간을 전담하는 선생님이 따로 있는데, 두 분 선생님이 매일 야간 일을 해요.
애들이 다 오면 9시 50분 정도 되는데 10시부터 계속 수업을 해서 12시부터 점심을 먹는데 그 시간에도 아이들과 같이 있어요. 1시부터 다시 3시까지 수업을 해요. 3시 20분에 차량이 나가면 그 다음에는 종일반 아이들을 보다가 6시 되면 퇴근을 해요. 그러다보니까 쉬는 시간이라는 게 없어요.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없어요. 애들 우는 거, 웃는 거, 떠드는 소리 속에 계속 6시까지 있어야 하니까 애들 사랑하지 않으면 이 직업은 하기 어려워요.
그런 것만 하면 괜찮은데, 어머니 상담도 하고, 각종 서류업무, 운동장 잡초 제거, 땅 고르는 작업, 하물며 삽 들고 모래사장 타이어 박기까지 모든 것을 다해야 돼요. 어린이집이 밖에 보는 시각보다는 많이 힘들어요.”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경우 이런 노동조건이라면 어려움이 많지 않느냐 했더니, 처절한 얘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선생님 중에 두 분이 갓난애가 있었거든요. 갓난애 때문에 어려워서 원장에게 ‘이 애를 데리고 왔다가 시간이 되면 데리고 가면 안되겠냐’고 하니까 일체 애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원에 맡겨야 하는데, 다른 원에서도 그렇게 일찍 안 받아주잖아요. 그래서 원장 집에까지 찾아가서 문 두드려서 ‘아이들 부탁한다’ 그러고 추가로 돈 주면서 맡겨야 했어요. 그래서 그때 선생님들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어떻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더니 원장의 권위적인 억압과 탄압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현 원장이 교사활동을 같이 하다가 원장이 됐는데, ‘내가 원장이니까 시키면 뭐든지 해라’는 식의 권위의식이 아주 강해요. 원장선생님이 아는 분이 야간 선생님으로 왔는데 이 분을 야간학교에서 공부를 시켜주시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야간선생님이 야간에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보고 야간에 일을 하라는 거예요. 그 만큼 사람들을 대할 때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힘들게 해요. 그래서 몇 분 선생님들이 힘들어서 떠났어요.
저도 그만 둘까 생각했어요. 내가 그만두면 나는 그런 거 안보니까 상관없지만, 그 안에는 하나도 시정되지 않고 그대로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내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있으면서 시정하자 그랬어요.
이런 저런 건의를 올리면 그 다음에 바로 강압적인 일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우리 힘으로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것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과의 관계도 힘들어지겠다 싶어서 노조 가입을 하게 되었어요.
노조를 만들고 나서는 조금 시정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완전히 시정되지는 않았어요. 지금 협상중인데, 지금 원장이 징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그래요. 그 전에도 아이들 조금만 잘못되면 ‘시말서를 써라’ ‘경위서를 써라’ 이런 식으로 하니까 선생님들이 애들을 보면서 편안하게 웃으면서 보는 게 아니라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그 시말서 경위서를 갖고 징계위원회에 올려서 하나씩 하나씩 없애겠다는 그런 생각인거예요. 일부러 어머님들 모임을 만들어서 원장이 노골적으로 ‘들어가서 선생님들이 뭘 잘못하는지 보고 얘기해 달라’고 그랬데요.”

노동조합 활동 하고 난 후 뭐가 달라졌냐고 물었더니 일단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강영숙 선생님은 임신 상태에서 해고되었는데 지노위에서 복직판정을 받아서 복직했고요, 그 다음에 노조가입하면서 정진미 선생님을 해고시켰는데, 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하니까 원장이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어요. 선생님들이 언제 그만둘지 모르고 어떤 사소한 일로 질책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노조가입을 하면서 신분이 보장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서 노조 가입하지 않은 선생님들에게 ‘내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못 찾고, 상사에게 언제나 눌려있는 이런 것은 옳지 않다. 내가 당당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노조 가입하고, 노조가입하면 제일 좋은 것은 마음 편안하게 직장생활 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해요. 그에 반해 주위에서 나를 보고 ‘으쌰 으쌰 하는 선생님이냐?’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힘들어요.”

원장의 태도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반구어린이집 조합원들은 원장 재량으로 들쑥날쑥 하는 근무시간을 바로 잡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고, 편법적으로 처리된 취업규칙에 대한 대응, 운영위원회의 공개적 운영과 자주적 교사대표 선출을 위한 투쟁들을 현장활동으로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어린이집이 가장 열안한 것 같아요. 교사들이 너무 힘들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의 근로조건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여성부 지침마저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아요. 우리의 어려운 사정을 얘기해기하기에는 공무원도 문턱이 너무 높았어요.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서 당연한 권리를 누리면서 직장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한 시간 가량 얘기를 나누고 나서 김미경씨는 속 시원하게 얘기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리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 이런 얘기를 속 시원하게 할 수 없는 이 현실이 역으로 담담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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