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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 현대중공업 분과동지회 의장 인터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16대 임원선거는 근래 들어 보기 드문 선거운동이었다. 현장조직력이 상당히 무너진 사업장에서 힘겹게 벌어진 이번 선거운동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운동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 분과동지회연합 상임의장이자 선대본부장으로 중심에 있었던 김형균 의장을 만나 선거운동의 의미와 이후 활동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이번 선거운동에 대해서 주위에서만이 아니라 선거운동을 했던 주체들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들을 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준비하고 이끌어왔던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번 선거운동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가?

한마디로 홀가분하게 치뤘다. 매번 선거 때마다 투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후보 선출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조직이나 분과별 안배를 하고 이후 상집구성에 대한 고민들을 하는 등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선거투쟁이었다. 선거투쟁의 전형을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회사의 조직가동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선거에 들어가 보니 역시 예상대로였다. 또 선관위원들이 상대후보진영의 조직원이었고, 이런 선관위 속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노동조합의 규약과 규정을 어길 수 없어서 부딪혀 봤는데, 예상대로 반응이 나타나서 그에 맞대응했다.

현대중공업에서 민주적 선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선거에 임했다. 앞으로 노동조합은 규약 개정을 해서 선거규제를 강화할 것이고, 회사도 선거운동원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선거운동원에 대해 잔업과 특근이 통제되고 있고, 노골적인 협박들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운동원들의 표정들은 매우 밝았고 힘차게 선거운동이 진행됐다. 현장에서의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조선부문에서는 우리에 대한 지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표정이 명확히 달랐다. 지지자들은 우리 운동원들을 만나면 “열심히 해라” “꼭 이겨야 한다”면서 강한 지지의사를 표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커졌고, 반대로 관리자들은 의기소침하는 것이 느껴졌다.

선거운동을 끝내고 월요일 출근해서 조합원들에게 “선거결과에서는 졌지만, 우리를 지지해준 43%의 조합원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했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조합원들의 힘을 믿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얘기했더니, 좀처럼 박수를 치지 않는 조합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이것은 현대중공업에서 엄청난 변화다.

예전 선거와 비교했을 때 선거운동원들의 조직력이나 분위기는 어떻게 달랐나?

이전에는 현재보다 인원이 많았다. 그동안 조직원들도 많이 줄었고, 조직이 해체되는 등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인원은 줄었지만 활동에서는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선거운동기간 분위기는 좋았다고 하지만, 냉철하게 보면 선거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지난 2년 동안 현장활동은 극도로 정체되어 있다가 선거를 통해서 한 번 모여보자는 식의 선거를 위한 활동이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동안 현장활동은 분과별 동지회체계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과거의 중앙조직체계처럼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조합원들과 꾸준히 모임을 진행하면서 작지만 나름대로의 현장활동을 벌여왔다. 물론 과거 활동과 비교하면 미비하지만 현장활동을 조금 조금씩 진행해 왔다.

조직원들은 민주적 선거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아주 적극적인 결의가 모아졌던 것이다. 이전에는 임원 자리를 중심으로 한 욕심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당락에 연연하지 않고 민주노조의 새로운 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강했다. 오히려 선거투쟁을 통해 미약했던 활동력을 단시간 내에 회복하려던 노력이었다.

그동안 활동이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이번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결집해서 하나가 된 활동을 벌인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우리가 노동조합 임원선거를 계기로 결집했지만, 그 본질적 의미를 보면 노동조합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자발적 결집력이 더 높아졌다고 본다.

지난 10여 년 동안 현대중공업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솔직히 이전 현장조직 활동들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었다. 그러다보니 노동조합이 무너진 상황에서 노동조합 체계 밖의 독자적인 현장활동을 벌여내지 못했던 것이 지난 3~4년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에 연연하지 않았고, 회사의 개입이나 선관위의 탄압에 맞서 과감하게 노동조합의 규약과 규정을 깨뜨리면서 독자적인 투쟁을 벌인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이 노동조합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본다.

이 점이 앞으로 우리가 현장활동을 벌여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간직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운동 과정을 보면 초반에는 합법적인 활동을 벌이다가 중반 이후 전술의 변화를 보이면서 과감하게 회사의 개입이나 선관위의 탄압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런데 선전내용에서는 과감한 전술적 변화에 따른 공격적인 내용의 변화가 부족했다고 본다. 이런 전술적 변화와 선전기조의 불일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선전팀은 준비과정에서부터 결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선거운동의 전반적 기조와 흐름에 대한 감이 좀 늦었다.

그러나 선전기조를 잡으면서 상대를 비판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노동조합 초기의 순수한 마음을 강조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회사와 하나가 돼서 변질된 노동조합을 87년 초기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우리 얘기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공약발표가 의미가 없다고 보았기에, 운동원들이 공약발표를 해야 한다고 문제제기했지만 선전팀은 초기 기조를 계속 유지한 것이다.

회사에 치우쳐 있는 사람에게는 선전물에서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먹히지 않는다. 중전기 같은 경우는 도요타식 모델이 완전히 정착돼서 의식까지 장악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바늘 하나 안들어가는 상황이다.

이제 조만간 대의원선거가 진행될 것이다. 이번 임원선거의 흐름을 어떻게 대의원선거까지 이어갈 생각인가?

대의원선거는 조선부문을 중심으로 집중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한다. 이번 임원선거를 통해 활동가들이 자신감을 굳혔기 때문에, 대의원선거에서는 우리의 얘기를 좀 더 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그렇게 말하기 전에 조합원들이 먼저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선거를 계기로 결집된 동력이 선거가 끝나고 일상적인 현장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후 현장활동은 어떻게 벌여나갈 생각인가?

우리를 지지했던 43%의 사람들은 회사가 어떤 공갈을 쳐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회사가 놀랐던 것이다. 그 힘을 믿고 자신감 있게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면서 제2노조를 운영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그런 힘이 있어야 회사가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실무능력과 간부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활동의 바탕을 하청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정규직 중심의 노조체계에서는 회사와 부딪히면서 대응한다고 해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활동은 끝났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의제를 확산하고, 어용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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