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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민주주의 모범을 보여준 울산시립예술단지부 총회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울산시립예술단지부는 14일 하반기 정기총회를 열어 각종 사업보고와 2006년 신임 임원선출을 진행했다.

14명의 조합원 전원이 참석하여 열린 이날 총회는 노동조합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임원과 조합원간에 치열한 토론을 벌이면서 조합원 전체의 뜻을 모아내는 총회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자리였다.

공공연맹 간부들과 자치단체비정규노조 간부 등 외부인사에 대한 소개에 이어 각종 보고안건이 진행됐다.

보고안건에서는 14명의 조합원 중 임원 3명과 각 집행간부 6명이 일일이 나와서 ‘2005년 하반기 사업보고’ ‘회계보고 및 감사보고’ ‘임단협 진행보고’ ‘조례개정 저지 및 개선투쟁 보고’ ‘배움터 활동 보고’ ‘조직 확대사업 보고’ ‘투쟁지원사업 보고’ ‘조합홈페이지 CD저장작업 보고’ 등을 진행했다.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조합원이 임원과 간부인 상황에서 일일이 보고안건이 진행되면서 간부와 조합원이 하나 된 활동보고가 진행됐고, 몇몇 보고에서는 사업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반기 사업들을 점검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보고안건에 이어 진행된 안건토론에서는 솔직한 토론이 격의 없이 장시간 진행됐다.

주요안건인 ‘2006년 신임 임원선출 건’을 다루기 전에 기타안건으로 지부 송년회 일정, 세종문화예술회관지부 투쟁지원 일일호프 참여, 자치단체비정규노조 지지방문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내부 단결과 연대투쟁에 대한 공감을 모아냈다.

임원선출에 들어가면서 한수정 지부장은 “지난 1년간 지부장을 하면서 노동조합이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 총회를 앞두고 예년과 같이 총회에서 억지로 사람을 뽑아서 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선거공고를 하고 후보등록을 받으려 했지만 후보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올해 총회도 작년과 같은 방식으로 되어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오늘 총회에서 임원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하고 나중에 임원선출을 했으면 한다”고 기조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시간을 더 갖고 나중에 다시 임원을 뽑는다 해도 고민이 더 진척되거나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오늘 이 자리에서 토론을 하고 임원을 선출하자”고 발언을 했다.

조합원들의 의견에 대해 박원우 사무국장은 “몇 년 동안 임원을 하면서 노동조합이 정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노동조합이 좀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동안 임원을 해왔던 사람들이 계속 하는 것이 아니라 젊고 새로운 사람들로 전면적으로 임원교체를 하고, 기존 임원들은 집행부로 들어가서 새로운 임원들을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연스럽게 토론이 진행되자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이 이어졌다.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임원으로 뽑는 것은 무리가 많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임원들이 1년 만 더 하면서 내년에 새롭게 사람을 바꾸자.”

“회관측이나 비조합원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 그동안 활동을 계속 해왔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이 하게 되면 어려움들이 많다. 임원들의 어려움을 알겠지만 조합원들이 도와줄테니 조금만 더 해보자.”

“우리가 투쟁을 해 보았기 때문에 임원자리를 맡으면 얼마나 힘든지를 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기 때문에 두려운 것도 있다.”

조합원들의 의견이 이어지자 한수정 지부장은 “나는 지부장으로서 할 일이 많지 않았다. 몇몇 간부들이 실무적인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노동조합이 운영돼왔다. 문제는 그동안 해왔던 사람들 중심으로 계속 조합 일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이 임원에 들어서고 그동안 임원을 했던 사람들이 집행부로 들어가서 실제 일을 하면 된다. 그래야 임원과 조합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박원우 사무국장도 “총회를 앞두고 임원들이 논의하면서 사전에 차기 임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내정하고 임원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치열하게 다섯 시간 동안 다양한 논의를 했지만, 사전 내정작업을 하지 않고 총회에서 조합원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토론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조합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들이 앞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정회 요청이 있었고, 정회가 되자 임원을 제외한 조합원들이 자발적인 논의를 가졌다. 정회 중 조합원들의 논의가 길어지자 임원들이 회의 속개를 요구하면서 다시 회의가 이어졌다.

회의가 속개되면서 한수정 지부장은 “임원들의 고민은 충분히 얘기되었다고 본다. 나의 고민은 아직도 오늘 임원선출을 하지 않고 토론을 충분히 한 후에 나중에 임원을 선출하는 것”이라고 다시 주장을 밝히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조합원들은 “우리들끼리 논의하면서 의견이 모아진 것은 없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임원을 선출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전면적 세대교체는 무리라는 의견이 있었고, 임원들의 고민을 감안해서 부분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임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에 대해 임원들이 다시 기존의 문제의식을 밝히고, 조합원들이 자발적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후보추천 과정으로 이어졌다.

후보선출방식에 대해서는 지부장 후보는 먼저 선출하고, 선출되는 지부장에 맞춰 부지부장과 사무국장을 런닝메이트로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지부장 후보로는 3명의 후보가 추천됐지만 3명의 후보가 모두 고사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추천자와 조합원의 의사에 의해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 한수정 후보가 압도적으로 지부장에 선출됐다.

투표 결과에 대해 한수정 당선자는 “나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밝혔다. 내가 다시 지부장이 되면 노동조합의 지금 상황은 다시 1년 전의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말로 내가 지부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의견을 밝혀 회의가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정회가 요청됐다.

정회 과정에서 몇몇 간부들은 “토론이 충분히 되었다고 본다. 임원들의 고민들을 조합원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은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조합을 이끌어가자”고 한수정 당선자를 설득했다.

이에 한수정 당선자는 “내가 이렇게 다시 지부장이 되면 이후 일할 사람들은 뻔하지 않느냐? 그렇게 되면 올 해 상황과 도대체 뭐가 달라지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회 논의과정에서 투표결과를 수용할 것인가, 총회를 무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던 한수정 당선자는 다시 회의를 속개하고 “정말 고민스럽다. 그렇지만 우리가 많은 얘기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들을 확인했다. 이렇게까지 나를 지부장으로 선출하겠다면 조합원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나와 함께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달라”면서 투표결과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박수와 격려의 발언으로 신임 지부장을 환영했다.

이어진 부지부장과 사무국장 선출은 런닝메이트로 선출한다는 결정에 따라 자유로운 호선 속에 중복을 포함해 4팀의 런닝메이트 후보가 추천됐다.

추천에 이은 후보자 발언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이 난색을 표하기는 했지만, 지부장 후보 선출과정이 힘겹게 진행된 만큼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사무국장 후보로 추천된 강성주 후보가 "열심히 하겠다"며 수락 의사를 밝혀 분위기는 다시 밝아졌다.

그러나 총 4개 팀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쉽게 나오지 않아 3차까지 가는 투표결과 부지부장에 박명희 후보, 사무국장에 강성주 후보가 당선됐다.

치열한 토론 속에 당선된 한수정 지부장, 박명희 부지부장, 강성주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힘들게 결정한 만큼 함께 노동조합을 이끌어가자”고 인사말을 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가 넘어 끝난 총회를 마치고 신임 임원과 조합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뒷풀이 자리로 이동해서 이후 조합활동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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