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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교육을 만들어 봅시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교육을 만들어 봅시다


1. 우리는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얘기를 듣다보면 그들의 경험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그 다양한 경험들 속에는 운동의 원칙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세상을 뿌리에서부터 변화시키려는 혁명의 숨결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도 느끼게 됩니다. 운동의 역사에 비례에서 우리는 매우 풍부한 경험들을 갖고 있고, 운동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고민과 실험들이 많아지고 있고, 세계화는 반자본주의운동의 자양분들을 곳곳에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들은 출판, 영상, 예술 등의 다양한 형태로 성과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과 모색들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는 것이 정말로 아쉬웠습니다.


2. 교육이 고사되고 있습니다.


모두들 치열하게 버티고, 투쟁하고, 전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속에서 지역이라는 틀 속에서 한계도 많았습니다. 그런 아쉬움 중에 하나가 교육사업 이었습니다.

과거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양한 형태로 학습소조와 교육사업들이 지역과 현장에서 활발하게 벌어졌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키워갔고, 교육사업은 자연스럽게 연대운동의 기운을 만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교육사업들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면서 대부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으로 흡수됐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조합주의적 교육으로, 민주노동당은 의회주의적 교육으로 점차 변질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교육의 내용이 구분되고 축소되는 속에서 교육사업은 더욱 축소돼 버렸습니다.

정파구조를 통한 현장의 자발적인 학습소조운동은 거의 실종돼서 정당(또는 정치조직)들의 정파적 교육이 간헐적으로 이워지고 있을 뿐이고,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교육은, 체계화는 고사하고, 실무담당자(노동안전담당자, 선전담당자, 여성위원회, 법규담당자 등)들의 수련회 프로그램이나 단협상에 확보된 교육시간을 적당히 떼우는 수준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이런 틀을 벋어난 지역차원의 교육사업이라는 것은 몇몇 단체의 일회적인 초청 강연이나 정파조직의 정세교육 정도만이 이뤄질 뿐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규모가 작은 노동조합이나 지역에서는 교육사업이 사실상 방치돼 있기도 합니다.

‘교육을 매개로 한 교류와 연대’, ‘노동조합과 의회를 넘나드는 혁명의 전망’, ‘사회의 여러 현안과 이슈에 대한 토론과 개입’, ‘전국적 또는 전세계적 또는 생태적 관점’ 이런 것들은 몇몇 지식인 활동가들의 주장에만 존재할 뿐이고, 현실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활동가들은 경험으로만 버티고 있고, 중견 활동가들은 정치적 감각만 늘어가고 있고, 실무담당자들은 실무적 지식으로만 무장한 관료가 되고 있고, 얼마 되지 않는 신참 활동가들은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수동적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3. 우리는 어떤 교육을 원하고 있습니까?


3-1. 교육은 꿈을 키우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배우지 못한 이들은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처음 만든 이들은 투쟁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집에 처박혀 있던 장애인들은 살아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막 사회에 나선 이들은 자신의 두 손과 두 발로 살아가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 나이든 이들은 쓸쓸히 잊혀지면서 죽어가는 삶이 싫어서, 능력이 있는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풍부하게 키우기 위해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신물이 난 이들은 새로운 생태적 삶을 위해서, 사회주의자들은 지긋지긋한 자본주의를 뒤엎기 위해서... 교육을 원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배우려 했던 것입니다.

꿈이 사라진 기능주의적 교육은 한쪽 능력만 키우는 기형적 인간을 만들고,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남을 타고 넘으려는 경쟁적 인간을 만들고, 사회와 인류와 생태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인간을 만들고, 낮은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출세하려는 반동적 인간을 만듭니다.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이런 풍토가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 속에 활개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습니까?

노동법과 선거법과 산안법과 차별금지법에 갇힌 현실적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단결과 약자에 대한 배려(존중)와 노동해방에 대한 전망을 만들어가는 혁명적 교육이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자신과 자기 조직만을 위해 조합주의적 종파적 교육이 아니라 사회와 인류와 생태를 고민하는 총체적 교육이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지식만을 쌓은 머리의 교육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의 교육이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꿈을 갉아먹는 교육이 아니라 꿈을 키워가는 교육이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3-2. 교육은 소통하고 연대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울산에서 11년 동안 활동을 했던 저는 뛰어난 교육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잘난 척 해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제가 교육했던 사람들은 저의 교육역량을 인정해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교육역량을 갖고 있는 저도 11년 동안 교육을 했던 경험을 꼽아본다면 열 손가락이 다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정 정파조직에 소속돼 있던 저는 타 정파조직에서 교육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과 정당체제 밖에 있었던 저는 노동조합과 정당체계에서 요구하는 교육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대공장 활동을 했던 저는 서울을 중심으로 유명한 활동가들을 불러오는 교육을 주로 기획했습니다. 대공장과 정파운동에 갇혀 있던 저는 중소사업장이나 다른 지역(부문)에 관심이 없었고, 그들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조합주의 정파주의 틀을 벋어난 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저보다 더 뛰어난 교육역량을 갖고 있는 이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이런 질서에 갇혀 있는 한 아무리 소통과 연대를 강조해도 공허한 소리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통과 연대를 위한 교육은 처음부터 목적의식적으로 자기 사업장, 자기 지역, 자기 부문, 자기 정파를 넘어서 기획해야 합니다. 교육사업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사람들만의 교육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 할 수 있는 투명한 과정이 돼야 합니다. 가시적이고 조직적인 성과를 남기려하지 말고, 크든 작든 대중의 성과로 남기려는 열린 자세로 진행돼야 합니다. 당장 요구되는 과제나 선명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잊혀진 것들, 사회의 밑바닥에 묻혀 버린 것들, 마음 깊은 곳에서 사라져 버린 것들을 들춰내는 깊이를 가져야 합니다.


4. 욕심내지 말고 즐기면서 한번 해보자고요.


4-1. 일단 1년을 목표로 시작해봅시다.

교육이라는 것이 1~2년 안에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꿈을 키우고, 소통과 연대를 위한 교육’을 얘기하려면 적어도 10년의 호흡을 갖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거창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하려면 많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여러 오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단 1년 정도 시험 삼아서 진행해보고 재미있다 싶어서 탄력이 붙으면 좀 더 긴 호흡으로 함께 그림을 그려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4-2. 다섯 명 정도가 모여서 시작해봅시다.

몇 명의 초등주체가 논의해서 제안을 하고, 조직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아니지만, 1년 정도 뭔가 일을 해보려면 뜻이 맞는 사람이 모여야 하겠지요.

또 정파나 부문 안배를 해서 시작할 것은 아니지만, 평소 모이는 사람들만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것보다는 이왕이면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좀 더 풍부해지고 재미있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사람을 불러서 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교통비 정도는 줘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아도 10만원은 필요합니다. 한 두 번 하다가 그만둘 것이 아니라면 1~2명이 매번 이런 금전적 부담을 하는 것을 어렵기 때문에 다섯 명이 2만원씩 낸다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섯 명이 하다가 빠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새롭게 관심을 가진 이가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하면서 가능하면 많은 이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더욱 풍부해지고, 부담은 줄어들겠지요.


4-3. 월 1회 정기적으로 진행해봅시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기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부정기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몇 번 하다가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고, 2~3달 간격으로 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아내면서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주 1회나 월 2회로 하는 것은 한 두 달을 넘기지 못한 채 지쳐버립니다. 여러 가지 경험상 월 1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간격일 것입니다.

하지만 월 1회씩 1년에 12번을 빠지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지역이나 사업장에 중대한 사안이 벌어져서 정신없을 때도 있고, 중요한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에게 신변상의 문제가 발생해서 일이 삐걱거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이번은 건너뛰자’라고 해버리면 그 사업은 안착되기 어렵고, 대중적으로도 신뢰를 가질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월 1회 원칙’을 사수한다는 생각을 갖고, 돌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서로간의 신뢰와 대중에 대한 책임감과 자기 헌신성으로 극복해 가야 합니다. 그렇게 정기성이 확보되면서 안착되면 대중적 탄력으로 일은 진행됩니다.


4-4. 두 달 전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합시다.

주제와 강사를 선정하고, 섭외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끌어내고, 실무준비 등을 하기 위해서는 두 달 전부터 충실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대규모 동원이나 커다란 성과물을 내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강사와 충분히 공유하고, 대중과 충분히 공유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사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방식을 정확히 전달해서, 강사가 알찬 교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사전 준비과정과 진행과정도 강사와 함께 공유하면서 강사의 고민이 풍부해지도록 하는 것은 알찬 교육을 위해 중요합니다. 또 몇몇 소수들만의 자족적인 교육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고, 강사는 누구이고, 어떤 주제로 교육이 진행될 것이고,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 하는 것 등에 대해서 서로가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교육이 진행돼야 합니다. 그랬을 때 강사와 참가자들간의 소통은 더욱 깊어지고 풍부해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카페, 메일링리스트, 각 단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모든 과정을 서로가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4-5. 자발성과 책임감은 생명입니다.

‘월 1회 교육, 두 달 전부터의 준비, 충분한 공유’를 위해서는 다섯 명이라고 가정한 사람들이 매 교육을 준비하는데 모두 달라붙을 수는 없습니다. 한 번의 교육을 위해서는 최소한 1~2명이 실무책임자가 돼서 강사섭외, 홍보와 소통, 조직, 여타 실무준비 등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제와 강사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이런 주제로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한 사람이 실무책임자로 나서야 하고, 나머지는 그에 따른 보조적 역할들을 자발적으로 맡아서 진행해야 합니다. 실무책임자는 전체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소통을 최대한 원활하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하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창발적 방법으로 도와야 합니다. 하나의 교육을 준비하는 중간에 또 다른 교육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의 분담도 서로가 논의하면서 해야 합니다.

거창한 것 같지만, 욕심내지 않고 재미있게 해본다고 생각해서 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내가 주체가 돼서 일을 한 번 만들어가는 과정을 해보는 것이고, 서로가 자발적으로 그를 지원하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동원과 성과에 목매달지 말고 그냥 즐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5. 예상 시나리오


1주차

주제와 강사 선정, 실무책임자 선정

2주차

강사 섭외, 취지와 준비과정에 대한 강사와의 공유

3주차

강사 의견과 준비 주체들의 의견 교류, 날자와 장소 확정

4주차

홍보, 소통, 조직 방식에 대한 공유와 역할 분담

5주차

1차 홍보와 소통 (왜 이 주제인가? 강사는 누구인가?)

다음 주제와 강사 선정, 실무책임자 선정 (이후 과정은 이전 과정과 동일)

6주차

2차 홍보와 소통 (어떻게 준비되고 진행될 것인가?)

7주차

3차 홍보와 소통 (강의안 사전 공개)

8주차

4차 홍보와 소통 (우리는 무엇을 토론하고 싶어 하는가?)

교육 진행과 평가


6. 필요하다고 느끼고 재미있겠다 싶으면 한번 해보자.


저 개인적으로는 울산에 있었을 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일들을 몇 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노력한 만큼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고 참여했습니다.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드시는 동지들이 있다면 한 번 해보자고요.

저는 지금 제주도에 있기 때문에 제주가 아닌 지역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제안을 하는 것이고, 이런 활동이 이뤄진다면 소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입니다.

필요를 느끼시는 동지들이 이 일의 주체잖아요!


관심 있는 동지는 연락 주세요.

성민이 011-9552-0954   smkim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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