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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2

얼마 전에 책을 공유한다고 글을 올리고 나서 몇몇 분에게 책을 나눠주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누군가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행복과 즐거움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책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책들 중에서 가장 소중한 책들을 골라서 다른 이에게 전해주려고 하다 보니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그냥 갖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은 책들인데...

한 번 더 읽어보고 전해줄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공유하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었고,

책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망설임 없이 그 책들을 나눠줬습니다.

그러면서 내 꿈을 얘기했지요.

언젠가 내 손을 떠난 책들이 여러 사람들을 돌고 돌아서 다시 나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많아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꿈을 꿀 수 있다는 자체가 더 소중했습니다.

그때 다시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다면 정말 즐겁고 행복하겠지요.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여기 사람이 있다 (삶이 보이는 창, 2009년판) : 2009년 용산 철거민들의 투쟁과 살인진압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 투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의 얘기를 전하기 위해 여러 명의 르뽀작가들이 모여서 철거민들의 얘기를 듣고 정리한 책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사람이 있었고,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사회적 하나님 (청림출판, 2009년판) : 영국 성공회 사제인 케네스 리치가 얘기하는 유물론적 신학이라는 관점은 독특하고 새로운 세계관이었습니다. 자신의 내적 영성을 추구하는 신앙이 아니라 세상과 호흡하면서 자기 자신과 세상을 함께 바꿔나가는 신앙이 사회주의자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대중적 개설서가 아닌 신학자들을 위한 강연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개념이나 신학자들의 이름들이 낮설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로베스피에르 - 덕치와 공포정치 (프레시안 북, 2009년판) : 프랑스 혁명을 극단으로 몰고 가서 공포정치로 악명이 높았던 로베스피에르의 연설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혁명의 정신을 끝까지 이어가려고 했던 그의 의지를 생생한 육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로베스피에르는 악마이기 이전에 혁명 그 자체였습니다. 로베스피에르의 연설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의 연설이 직설적이고 명료하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열린 책들, 2008년판) : 어릴 적에 한 번쯤은 동화책이나 TV용 만화영화로 봤을 유명한 책입니다. 이런 책을 어른이 돼서 제대로 된 완역판으로 본다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억지로 이야기를 꿰맞춘 SF소설들과 달리 자유롭게 상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놀이를 함께 하고 나면 매우 유쾌해집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후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한 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박준성의 노동자 역사 이야기 (이후, 2009년판) : 노동자 역사교육가로 잘 알려진 박준성 선생의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 : 천 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하는 것이 낫다)는 만공 스님의 얘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박준성의 글들은 발로 돌아다니면서 뜨거워진 가슴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래서 머리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역사와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항암 투병일기를 쓰면서도 사회의 건강을 뒤로 하고 자신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스스로를 쓰다듬는 모습이 또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런던코뮌 (이매진, 2009년판) : 대처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맹위를 떨치던 1980년대 중반 런던시장이었던 리빙스턴을 중심으로 한 노동당 신좌파의 지방사회주의 실험에 대해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을 쓴 서영표 교수는 영국 유학을 통해 노동당 신좌파운동을 직접 경험했기에 그의 이론들은 생생합니다. 개인적으로 의회주의운동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의회주의자들이 런던광역시의회에서 이뤄졌던 상상력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원주민 (창비, 2008년판) : 만화가인 최규석이 그의 가족들의 얘기를 중심으로 미국의 거대한 힘이 이 땅에 들어온 이후 소외받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특유의 감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재치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사회비판적이면서도 자기 성찰적인 면을 보여주는 작가의 힘을 보여줍니다. 전작인 ‘습지생태보고서’ 보다는 삶에 짓눌리지 않는 생생한 활력이 약간 무디어진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역사와 현실을 끌어안는 힘은 그대로입니다. 만화가 주는 감동은 새로운 느낌입니다.


나는 정말 강성인가 (울산노동뉴스, 2006년판) : 제가 몸담고 있었던 인터넷신문인 울산노동뉴스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와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주노동자, 영세사업장 조합원, 대공장 현장활동가, 여성 비정규직 해고자, 청소용역과 간병노동자,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공무원노조 간부 등 다양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투쟁의 한복판에 있는 대중들은 막힘없고 간결하게 그들의 얘기를 말과 글로 합니다. 가장 뛰어난 선동가와 선전가는 바로 그들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레프트리뷰 1 (도서출판 길, 2009년판) : 대표적인 좌파인론지 중의 하나인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첫 호입니다. 격월간으로 발간되는 잡지를 한국어판은 1년에 한 번 추려서 발간하고 있습니다. 첫 호인 이 책은 2000년 이후 8년 동안 나왔던 뉴레프트피뷰 중 18편의 글들을 추려서 내놓았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지는 이론적 성과와 현실분석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론보다는 현실분석에 집중한 글들이 많아서 세계적 현상들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아빠, 제발 잡히지마 (삶이 보이는 창, 2009년판) : 이주노동자의 얘기를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알렸던 ‘말해요, 찬드라’를 썼던 이란주의 두 번째 책입니다. ‘말해요, 찬드라’가 이주노동자 1세대들의 얘기라면, 이 책은 이주노동자 2세대들의 얘기입니다. 더욱 교묘한 형태로 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정책과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 그들의 자녀들, 그리고 강제추방을 당해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들의 얘기가 들어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복잡해졌고, 그 만큼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목숨의 기억 (문학동네, 2006년판) : 폭력적인 현실에서 살아가는 비루한 사람들의 얘기를 줄기차게 쓰고 있는 최인석의 소설들은 매우 독특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현실에 짓눌리지 않고, 신화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신화의 세계로 도피하지 않습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서리쳐지는 현실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후마니타스, 2008년판) :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의 얘기를 오도엽씨가 듣고 정리한 책입니다. 검게 타들어간 아들의 시신을 부여안은 이후 아들 때문에 미쳐서 살아왔던 그 삶의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힘겹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중간에 책을 덮고 눈물을 닦아내고 심호흡을 해야 했습니다. 이 땅에 이런 분이 있다는 것이 지겹도록 고마웠습니다.


다윈 이후 (사인언스 북스, 2009년판) : 미국의 유명한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1977년 펴냈던 책을 30여 년이 지나서 번역됐습니다. 진화는 다양성의 증가라는 관점에서 창조론이나 인간중심의 진보론을 비판하는 이 책은 인간과 생명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글을 풀어가는 능력과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까지 다양하게 넘나드는 지적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예수 새로 보기 (한국신한연구소, 2004년판) : 진보적 신학자인 마커스 보그가 역사적 예수를 새로운 관점에서 정리한 책입니다. 성경책에 그려진 예수는 실제 어떤 역사 속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고, 지금 우리는 예수를 어떻게 다시 만나야 할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예수를 만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성찰하면서 세상을 변화시켜 가는 힘을 줍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내가 기독교인의 얘기를 듣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화과학 2008년 겨울호 (문화과학사, 2008년판) : 좌파 이론지인 문화과학에서 생태주의라는 주제를 다룬 책입니다. 맑스주의와 생태주의를 결합시키기 위한 이론적 모색이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론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태주의운동을 정리하고 있고, 여러 문화비평과 ‘동아시아와 미국’에 대한 글 등 다양한 내용들이 알차게 실려있습니다.


골리앗이 울고 있다 (노동자의 힘, 2002년판) : 현대중공업 노동자인 안윤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민주노조가 무너진 거대한 조선소에서 오십을 넘긴 늙은 노동자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요? 안윤길은 “생활이 절박할수록, 투쟁이 치열할수록 가슴에 와 닿는 시가 나오더라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한때 유행처럼 나타났다가 조용히 잊혀져갔던 노동자시인들은 아직도 시를 통해 투쟁과 희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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