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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 필요하신 분 있으세요?

저에게는 책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생기는 문제들이 좀 있는데...

첫째, 이사 다닐 때 엄청나게 부담됩니다. 그래서 제주도에 내려와 있는 지금도 상당수 책은 일산 동생집에 그대로 있습니다.

둘째,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진열해서 관리하려면 책장 대여섯 개는 필요하고, 그만큼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꿈은 꾸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벽에다가 쌓아놓고 있는데, 보기도 영 그렇고, 관리도 개판입니다.

셋째, 한번 보고난 책은 쌓아두는 것 말고는 소용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논문을 쓸 것도 아니고, 이 책들로 나중에 개인 도서관을 만들 것도 아니고, 책이 많다는 것을 과시할 일도 없고... 암튼 그렇다보니 몇 권의 아주 감동적인 책을 제외하고는 보고나서 그냥 쌓아만 두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청소할 때 귀찮다거나, 방의 배치를 바꿀 때 어렵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들을 조금씩 방출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가장 좋았던 책들부터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쓸모없이 귀찮게 쌓여있는 책을 버리는 식으로 하면 책이 쓰레기 취급 받는 것 같아서 기분나빠할 겁니다. 물론, 그 책을 쓴 사람도 기분 나쁠 것이고, 책을 받는 사람도 유쾌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것을 나눠줄 때 ‘공유한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돈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고, 주위에 사람들도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 유일하게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들입니다. 누군가에게 내 소중한 무엇인가를 건낼 수 있다는 것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우선 1차로 아래의 책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보고 싶은 책 이름과 받아보실 주소를 알려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빅토르 세르주 평전 (실천문학사, 2006년판) : 러시아 혁명가들에 대한 책들은 매우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실천문학사 역사인물찾기 시리즈 중에 다소 독특한 혁명가에 대한 책이 나와서 읽어봤습니다. 혁명 전 인민주의자였다가, 혁명에서 볼세비키였다가, 혁명 후에는 좌익반대파였던 빅토르 세르주의 역정은 트로츠키를 비롯한 다른 이들과 다른 호흡입니다. 특히, 혁명 이후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매우 솔직한 고민들이 이어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 (메이데이, 2007년판) : 구로동맹파업 10년을 맞아서 그 중심에 있었던 9명의 얘기들을 듣고 모아놓은 책입니다. 요즘 여러 가지 형태로 르포문학이나 구술문학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제가 봐왔던 책들 중에 아주 완성도가 놓은 책입니다. 구로동맹파업이라는 커다란 경험을 전후로 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모아지고, 갈라져가는 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인생의 흐름을 보면서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몽실언니 (창작과 비평사, 2004년판) : 권정생 선생의 글들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읽인 소설입니다. 그 유명한 책을 너는 한참이 지난 2004년에야 읽었습니다. 이 책은 길게 소개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작위적이지 않은 민중적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볼줄 알았던 권정생 선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아주 작은 차이 (이프, 2002년판) :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이라는 것을 아주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론을 중심으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여러 사례를 단순히 나열한 것도 아닙니다.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얘기가 차분하고 진지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독일 얘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봄빛 (창비, 2008년판) : 정지아 소설가의 최근 소설집니다. ‘빨치산의 딸’로 유명한 작가여서 아직도 빨치산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얘기들이 식상하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호흡과 방식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소설이 갖고 있던 기승전결 식의 흐름과 다른 흐름입니다. 그냥 한 장의 사진을 보거나, 문밖에서 멍하게 하늘을 보면서 드는 생각을 스치듯 정리해놓은 듯은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가볍지 않은... 암튼, 빨치산에 대한 기억은 정지아 같은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 보존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외투, 코 (범우사, 2008년판) : 러시아 단편소설에서 유명한 작가인 고골리의 두 편의 단편소설을 문고판으로 펴낸 책입니다. 버스타고 가는 동안 읽을 가볍게 읽을 문고판을 뒤지다가 우연치 않게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대 초기 러시아 관료사회와 민중들의 삶이 정말 재미있게 나타납니다. ‘풍자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고 얘기하기 위해 쓰여진 소설같았습니다.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보리, 2006년판) : 비전향 장기수였던 허영철 선생의 삶을 구술로 정리한 책입니다. 제가 읽어봤던 구술서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책 중의 하나입니다. 해방과 북조선에서의 혁명 이후 그들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 남으로 내려왔을까? 그리고 상상하기 힘겨운 장기 복역을 견디고 난 후 인생의 끝자락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 분들의 얘기는 아직도 무겁고 깊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대한민군 상식사전 아고라 (여우와 두루미, 2008년판) : 2008년 시청과 광화문에서 번진 촛불의 거대한 용광로는 많은 이들을 즐겁게 했고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무수히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들은 그 현상을 분석하려고 하고, 대안을 내놓으려고 하더군요. 촛불의 정신 중의 하나는 같이 놀면서 세상을 꿔나가자는 것이었는데, 그 정신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아고라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놀고 즐겼는지를 정리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놀아봤어’라고 약간 으시대면서 지껄이는 거죠. 그게 어떤 심오한 해석보다도 더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열라 잼있씀다.


라티 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까치, 2001년판) : 지구 반대편에 있는 라틴 아메리가의 역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과거 잉카문명과 마야문명에 대한 얘기도 그렇고, 콜롬버스를 시작으로 서구의 침략과 그에 맞선 오랜 저항의 역사도 그렇고, 독립 이후에는 미국에 맞선 저항과 혁명의 역사가 그렇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개괄적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중남미 역사와 정치에 대해서 여러 책을 많이 썼던 이성형 교수의 책입니다.


경성 트로이카 (사회평론, 2006년판) : 이 책은 형식상 소설이기는 하지만 저는 역사서로 읽었습니다. 일제시대 식민지 심장부에서 직접 대중을 조직하면서 혁명을 위해 달려갔던 이재유 그룹의 얘기입니다. 소설가인 안재성은 이 책 이후 이재유 그룹과 남노당으로 이어지는 여러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소설과 평전을 쉼 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안재성이 그렇게 열정적일 수 있는 것도 그 시대를 살면서 쓰러지지 않았던 그들의 열정을 느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말해요, 찬드라 (삶이 보이는 창, 2003년판) : 이제는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이주노동자문제는 심각해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 이 책을 보고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이주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란주 씨의 풍부한 경험과 쉬운 글쓰기가 어우러져 깊이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후속편인 ‘아빠, 제발 잡히지마’도 나왔는데, 그 책은 나중에 공유하지요.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녹색평론사, 2003년판) : 생태주의 관련한 책 중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일 것입니다. 뻔한 생태주의와 공동체주의에 대한 얘기려니 해서 관심을 두지 않다가 아주 뒤늦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난리지?’하는 생각에서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이 책은 생태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느냐, 정치적 입장으로 지지하느냐와는 상관없이 깊은 감동과 영혼의 울림을 줍니다. 그저, 남에게서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 만난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년판) : 과거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이니 하는 책들이 많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운동권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것과 함께 해서 이런 신학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우파 기독교세력들을 점점 세력을 확장해갔고, 좌파 사회주의자들의 영혼은 황폐해져 갔습니다. 다시 최근 들어 우파 기독교세력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좌익과 종교의 새로운 결합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습니다. 마커스 보그라는 진보적 신학자가 쓴 이 책은 하느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쓴 기독교인을 교리서입니다. 하지만 비기독교인들 역시 자신을 성찰하고, 민중과 함께 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창작과 비평사, 2003년판) : 최인석은 좀도둑, 창녀, 철거민 등 소위 사회적 소설에서 다뤘던 전통적 인물들을 지독하게 고집하는 소설가입니다. ‘아직도 그런 철지난 얘기를 소설로 쓰냐?’라는 얘기를 듣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글쓰기 방식도 전통적인 대중소설이나 리얼리즘적 방식도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서 철거민이 죽고 있는 이 나라에서 최인석의 소설은 절대 고루하지 않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남녀가 미군 기지촌에서 건달과 창녀가 돼서 살아가는 얘기가 철지난 고루함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이 끔찍한 세상의 밑바닥에서 바둥거리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나라에서 스파이가 다가옵니다. 그 스파이와 만나보십시오.


우리의 소중한 꿈을 응원해 줘 (후마니타스, 2008년판) : 이랜드 일반노조의 투쟁은 승리한 투쟁일까요? 실패한 투쟁일까요?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투쟁의 주변에서 안타까워했던 이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르포문학은 어떤 영웅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답을 찾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의 얘기를 진솔하고 다양하게 전하면서 생각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르포문학의 정신에 가장 충실한 책 중의 하나가 이 책입니다. 그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같은 고민과 다른 결론을 내려볼 수 있는 책입니다.


남미인권기행 (레디앙, 2009년판) : 남미에 대한 책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책들은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개론서이거나 주관적 상념을 풀어놓은 것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그 두 가지 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하영식 씨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니카라과, 쿠바 등의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한 책일 뿐입니다. 우리가 언론 등을 통해서 관심 있게 지켜봤거나, 얼듯얼듯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들 나라에서 최근에는 어떤 일들이 나타나고 있고, 무슨 고민들을 하고 있을까? 그곳의 활동가들은 무엇을 시도하고 있을까?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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