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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공유합니다 - 3

“이 놈은 골수까지 빨간 놈이야!”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보면 고문에 완강하게 버티는 이를 향해 형사가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겉으로만 사회주의자인척 행동하는 사이비가 아니라

머리 깊숙이 붉은 물이 완전히 들어버린 꼴통을 말하는 것이리라.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한다.

내 피는 빨간데, 과연 골수까지 빨갈까?


사회주의자는 ‘사적 소유를 철폐하고, 사회적 공동소유를 지향한다’고 얘기한다.

사적 소유라는 것은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말하는 것이고

사적 소유의 철폐가 모든 개인적 소유의 철폐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관념적 급진주의일 뿐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능력도 별로 없는 나는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 가운데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책이다.

내가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책을 공유하려고 내놓고 있다.

이것도 관념적 급진성일까?


이런 행동이 관념적 급진성의 표현이든 아니든

나는 내 책들을 ‘공동소유한다’는 명목으로 누군가에게 전하면서

‘사적 소유의 철폐와 사회적 공동소유의 지향’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는 끝임 없이 내가 사회주의자임을 고민한다.

나의 사상과 행동이 일치하게 되면

나는 골수까지 빨간 놈이 되지 않을까?


아래 적어 놓은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메일을 주십시오.

보고 싶은 책과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성민 smkim18@hanmail.net


진보평론 2009년 봄호 (도서출판 메이데이, 2009년판) : ‘전교조 20년’을 특집으로 했습니다. 20년을 맞이한 전교조 운동이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에 대해 전교조 안팎에서 9명의 사람들이 다양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다양한 얘기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교육문제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고 있는데, 그 주체 중의 하나인 전교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나 봅니다. 나도 더 할 말이 많기는 한데...


타라스 불바 (민음사, 2009년판) : 러시아 소설가인 니콜라이 고골은 매우 쉽게 글을 쓰면서도 인물과 상황묘사에서 특징을 잡아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그래서 다른 고전 소설들보다 읽기가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카자크족의 몰락에 대한 역사적 서사인 ‘타라스 불바’는 고골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 있기는 하지만, 특유의 풍자와 비판의식은 민족의식에 갇혀 버립니다. 그래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란의 여성, 노동자, 이슬람주의 (책갈피, 2009년판) : 이란 출신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마르얌 포야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사회에서 여성들은 어떤 위치에 처해졌고, 어떻게 저항해 왔는지를 정리한 책입니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슬람사회에서의 여성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지은이가 오랜 기간 발품은 팔아가면서 정리해놓은 글이어서 그 노력이 보이기도 하지만, 이란 사회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어려움은 있습니다.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한겨레출판, 2009년판) : 이란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유달승 교수가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전후로 한 역사를 개괄적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한국에서는 드물게 이란에서 유학을 했고, 학문적으로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현지사정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정리한 이란현대사이기 때문에 아주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서유럽, 남미나 동아시아에 편중됐던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쉬운 대중용 개괄서이기는 하지만 너무 개괄적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한마당, 2004년판) : 유명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집입니다. 한때는 브레히트 관련한 책들이 넘쳐난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가 어렵더군요. 그래도 이 책은 꾸준히 팔리는지 개정판이 나오더군요. 나치 독일, 자본주의 미국, 사회주의 동독 그 어느 곳에서도 안착을 하지 못한 시인의 행적과 고민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왜 그의 시들이 칭송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 (문학과 지성사, 2008년판) : 16세기 프랑스에서 아주 인기가 많았던 프랑수아 라블레의 소설입니다. 러시아의 유명한 비평가인 바흐친이라는 사람이 민중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하도 떠들어서 한번 읽어봤습니다. 프랑스판 변강쇠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변강쇠보다는 덩치도 몇 배나 더 크고, 매우 지적입니다.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여러 지명이나 역사적 인물 이름들이 무수히 등장하는데, 그런 것들은 그냥 넘겨버리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민중과 유토피아 - 한국 근대 민중운동사 (역사비평사, 2009년판) : 재일 역사학자인 조경달이 쓴 근대 민중운동사입니다. 조선시대 말 민란에서부터 시작해서 갑오농민전쟁과 식민지시대 민중운동을 민중의 의식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계급투쟁사를 비판하면서 민중운동사를 주장하고 있는데, 기존 근대사와는 약간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대 민중운동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동학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민중주체의 역사를 새로운 틀로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유동하는 공포 (산책자, 2009년판) :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이 ‘공포는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주제로 쓴 책입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한 암울한 보고서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너무 암울해서 비관적이게 되기는 하지만, ‘억압적 현실에 억압적 의식을 부여함으로서 현실을 더욱 억압적이게 하라’는 맑스의 얘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나는 오늘도 길을 간다 (한길사, 2009년판) : 한국 불교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인 원효에 대해 대중적으로 풀어쓴 책입니다. 한국 불교와 원효에 대해 많은 책을 썼던 고영섭이 쓴 책인데, 원효에 대한 책 중에 그마나 대중적으로 많이 읽히는 책입니다. 복잡하고 갈래가 많은 불교이론을 큰 틀에서 모아내고, 민중 속에서 그 사상을 실천했던 원효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읽어봤습니다. 대중적인 책이기는 하지만 불교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이후, 2008년판) : 미국의 사회주의 학자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쓴 독특한 제국주의 비판서입니다. 자연현상인 엘니뇨가 제국주의와 결합해서 어떻게 제3세계 민중을 기아와 죽음으로 몰아가는 지를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섬득할 정도로 제국주의의 비인간적 형태들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는 점이 장점이기는 한데, 너무 자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 (창비, 2009년판) : 잉그리트 길혀홀타이라는 사람이 68혁명에 대해 쓴 책입니다. 베트남, 중국,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체코, 멕시코 등을 넘나들면서 당시 혁명적 상황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세계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운동들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 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파편적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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