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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12회)
1
기와불사라고 아시죠?
사찰에 돈을 내고 기왓장에 자신의 소원을 써내는 거요.
누구나 그 앞에 가면 사람들이 무슨 소원을 써냈을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보게 됩니다.
사실 거의 다 비슷비슷하죠?
온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뭐, 이런 거요.
그런데, 그중에 이런 소원이 있습니다.
단 한줄...
"참회합니다."
살다보면... 그러니까, 우리 삶이 다하기 전에 꼭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죠.
그런데 그 기회를 놓쳐버릴 때도 있습니다.
아마 그 사람도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참회가 어떤 참회인지,
또 누구를 향한 참회인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참회가
그 누군가에게 들리기를.
더불어서,
나의 참회도
함께 빌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오늘 방송 시작이 너무 거창한가요? 히히히
이 방송도 표절했다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 먼저 이실직고를 해야겠군요.
위에 써 놓은 글은 제가 쓴 글이 아니라 오래 전에 끝난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를 빌려온 것입니다.
정은임이라는 분은 90년대에 MBC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아나운서였습니다.
주요 시간대 방송을 화려하게 진행했던 것은 아니고, 교양 프로그램이나 새벽 시간 음악방송을 진행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깊이 있는 멘트와 차분한 진행으로 은근히 팬들이 많았었는데, 2004년 방송국으로 출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 분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새벽 시간에 진행했던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들이 장난이 아닌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 하나를 빌려와서 제 방송을 시작해봤습니다.
이 멘트가 언제 적 방송에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10여 년은 지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상황에 꼭 필요한 얘기가 아닐까요?
중들이 호텔방에서 포커 치면서 지랄을 한 게 들통이 나니까
조계종 대빵이 “참회합니다”라고 요란하게 성명서를 발표했죠.
중들이 그렇게 설쳐대는 게 처음이 아니니까 신기할 것도 없지만
“참회합니다”라는 좋은 말을 중들이 하면 왜 아파트분양 광고지 문구처럼 들리는지...
“참회합니다”라는 말과 비슷한 말로 “책임을 통감합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참회합니다”라는 말은 주로 종교인들이 하는 말이고
“책임을 통감합니다”라는 말은 주로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지요.
우리 역사에서 무수한 정치인들이 “책임을 통감합니다”라고 얘기를 해왔는데
그들이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썩어빠진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것이 진보정당이었는데
요즘 이 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돈과 권력이 참 달콤하긴 한가 봅니다.
쩝~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올 가을에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2003년 10월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이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새벽 음악프로그램 진행자는 짧은 오프닝 멘트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강한 여운을 주는 멘트가 아직도 마음을 울컥하게 만듭니다.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배현진 아나운서가 장기파업 중인 노동조합을 탈퇴해서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지요.
MBC 아나운서라면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쁜 사람들인데
정은임과 배현진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요?
2
뻐국이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르는걸 보니 아카시아 꽃피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봄도다리 쑥국을 끓이고, 취나물 두릅나물이 밥상에 오르는 내 고향 소식을 보면서 또 한철이 지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고마움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선망하는 제주도 그중에서도 한적한 농촌에 계시니 그것만으로도 행복 아닐까요.
토착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수 있는 날들이 도래하길 바랍니다.
그 동네 그 사람이 좋아서 또 다시 가고 싶은 곳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저도 가볍게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우스워 보이냐”가 벌써 10회차 이오니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보는 라디오도 있다고 하던데 편지로 듣는 라디오라 더욱 의미 있고 감동입니다.
얼만 전까지만 하더라도 황정민의 FM대행진을 들을 수가 있었는데 교정방송으로 대체를 해서 아쉽기만 합니다.
대신 편지 라디오 즐겁게 듣겠습니다. 토속 제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소식이면 관심층도 넓어지지 않을까요...
제가 처음 제주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30년 전 일입니다. 목포역에서 기차 타고 입대를 하는데 모인 사람 절반이 제주 장정 이었습니다.
모두들 처음 기차를 타본다며 신기해하던 모습이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중 몇 명은 자대까지 함께 가는 인연이기도 했지요. 모두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갖고 있었어요. 서귀포에서 귤 농사하는 친구들이었는데 잘 지내고 있겠죠.
늘 산책하는 코스에는 초록이 짙어지고 있는지요.
제 마음은 삼복더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대비가 내리고 쇠창살도 녹여버릴 것 같은 여름 말입니다.
생과 사의 경계마저 허물어진 세상의 뒤편에서 절규하고 있는 동지들 곁으로 달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기보다 힘든 시간을 처절함을 양분삼아 연명하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면 이곳은 온실이고 전 나약한 화초임을 알고 있기에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하기만 합니다.
대한문 빈소에는 시민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합니다.
한 번에 몽땅 이루고야 말겠다는 이상보다는 희망의 빛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동지들의 소망을 함께 해 주시겠다니 강철대오의 연대보다 고마울 뿐입니다.
기쁜 소식, 승리의 소식, 먼저 간 아까운 동지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소식을 바다 건너 전할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꺾이지 않는 분들이 있기에 희망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노동자답게 살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애월읍에도 희망이 짙푸러지길 기원합니다.
건강하세요.
2012. 4. 29
화성옥에서 상균 書
이 방송을 시작한 후로 두 번째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교도소에 계신 관계로 시차가 조금 있는 사연이군요.
그래도 유일하게 이 방송에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이라서 기분은 죽입니다.
벌써 3년의 시간이 그 끝을 보이고 있군요.
‘벌써’라고 얘기하면 좀 실례인가요?
그곳에서 나와 봐야 고달픈 해고자 신세에다가 22명이나 죽어 가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숨 막히는 세상이겠지만...
갇혀서 혼자 있는 것보다는 같이 투쟁할 수 있는 동지들이 있는 곳이 훨씬 났겠지요.
아직 석 달 정도 남으신 것 같은데, 남아 있는 기간을 보내는 게 지금까지의 기간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 해봅니다.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봄이 스치듯 지나가버리는 요즘
다가오는 여름이 기다려지신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기온이 높아진다고 날자가 더 빨리 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높아지는 기온만큼 희망이 더 가까워진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군요.
빨리 봄이 가고 여름이 왔으면 하는 한상균 씨를 위해서 노래 하나 준비했습니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 상황에 어울리는 노래인지 모르겠지만...
워낙 유명한 노래라서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한상균 씨는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읽는 라디오의 최대의 장점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버전으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한영애의 걸쭉하고 독특한 목소리로 들어보려고 합니다.
‘봄날은 간다’ 듣겠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니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3
광고 하나 하겠습니다.
이 방송에 대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의뢰가 들어온 광고가 아니라 그냥 제가 알리고 싶어서 해보는 광고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제주에 있으면서도 가끔 집회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어서 요즘 그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지역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으로 추측만 할뿐이지요.
지역주민들이야 몇 년째 계속 싸움을 해오고 있어서 힘들지만 버티는 내공은 생겼을 텐데
작년부터 제주도로 날아와서 강정마을에 눌러앉아 싸우고 있는 이들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년 동안 경찰 투입과 강제 철거, 구럼비 해안 발파 등 큰 파도가 두 세 번 넘실거렸습니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들은 무수히 있었고, 구속되는 사람들도 무수히 있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계속되는 긴장으로 살아가다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어지기도 하겠지요.
물론, 투쟁이 힘든 일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속에서 새로운 활력도 얻어가고는 있겠지만, 그게 힘든 것을 모두 털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구럼비 해안은 계속 깨져나가고 있는데
도지사는 정치적 쑈만 하면서 공사를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선거 때 모두가 달려왔던 야당들은 선거가 끝나고 나니 강정마을을 잊기 시작했고
제주도민들도 강정마을에서 마음이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기온만큼 몸도 쳐지기 시작하는 요즘이
지치기 가장 좋은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때입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잘 버티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 분들이 잘 버티시라고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마음을 돈으로 표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ㅋㅋㅋ
만원씩만 이 분들에게 전해봤으면 합니다.
농협 351-0294-9968-13 강정마을회
농협 351-0366-8652-33 권영애 (삼거리 식당 후원)
농협 351-0394-4160-23 유가일 (평화활동가 후원)
4
언젠가 이 방송에서 칠레의 가수인 비올레타 파라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요, 오늘은 칠레의 또 다른 가수 빅토르 하라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비올레파 파라보다 15살 정도 어린 빅토르 하라는 1932년에 칠레의 어느 농촌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그런 조건에서의 삶이라는 게 뻔해서, 가난한 술꾼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근근이 버티면서 자랐습니다. 나중에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도시빈민으로 살아가지요.
빅토르 하라의 어머니가 노래에 소질이 있어서 가끔 잔치집 같은데 가서 노래를 불러주고 돈을 받아오기는 했지만, 빅토르 하라는 노래보다는 연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머니의 고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국립기술대학 연극교수가 되면서 삶이 풀리던 즈음에 비올레타 파라를 만나면서 노래를 본격적으로 하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의 정서를 노래했던 비올레타 파라의 영향을 받아서 빅토르 하라도 민중음악을 하게 되면서 점점 좌파운동에 참여하게 되지요.
1970년 대선에서 아옌테 민중연합정권이 들어서자 부인인 조안 하라와 함께 문화운동에 달라붙어서 대중 속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뛰어다닙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3년의 기간을 보내던 중 1973년 9월 11일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쿠데타가 일어난 그 날 아옌테 대통령이 국립기술대학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계엄령 속에 대학으로 들어간 그는 600여 명의 교수 학생들과 함께 그곳에 갇혀 버립니다. 빨갱이 소굴로 소문난 그 대학을 쿠데타 군이 포위해 버린 것이죠.
멀리 보이는 대통령궁은 공군기에 의해 폭격당하고, 대학 주변에서는 총소리가 수시로 들리는 극도의 공포 상황에서 빅토로 하라는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 상황을 이겨내려고 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군인들이 탱크를 몰고 대학으로 들어와서 교수와 학생들을 근처에 있는 복싱 경기장인 칠레 스타디움으로 끌고 갑니다. 유명 인사였던 빅토르 하라는 따로 수용된 후에 지하 고문실로 끌려갔습니다.
당시 수천 명이 있었던 그곳은 생지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수시로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나서 질질 끌려오고, 확성기에서는 온갖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몇몇 사람들은 바닥으로 몸을 던져서 자살하고, 무서워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기관총에 맞아서 죽어나갔습니다.
그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빅토르 하라는 종이와 연필을 구해서 노래를 적어나갑니다. 동료들이 그렇게 만든 노래를 외워서 세상에 그 노래를 알렸지만, 빅토르 하라는 다음날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그의 마지막 노래인 ‘칠레 스타디움’입니다.
인터넷에서 빅토르 하라의 노래를 검색해서 들어보면, 약간 거친 목소리로 기타를 치면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비올레타 파라와 같은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뛰어난 가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알고 그의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폼 잡고 적당히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가사 하나 하나가 삶 속에서 나온 진짜 노래라는 것이지요.
빅토르 하라의 목소리로는 들을 수 없는 노래 ‘칠레 스타디움’을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들 중 여섯이
별나라로 사라졌지.
한 명이 죽고, 한 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맞았지.
한 인간을 그렇게 때리는 것이 가능할까?
다른 네 명은 스스로
모든 두려움을 밀쳐버리고자 했지.
한 명은 허공으로 뛰어내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벽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그러나 그들 모두 죽음을 똑똑히 응시했다네.
파시즘의 얼굴이 자아내는 이 공포를 보라!
파시스트들은 그 어떤 것도 상관없다는 듯
교묘하고 정확하게 계획을 실행하네.
그들에게 피는 메달이고
학살은 영웅적 행동이지.
신이시여! 이곳이 당신이 만든 세상입니까?
경이로운 7일간의 일이 이것을 위한 것이었습니까?
이 네 개의 벽에는
멈춰진 숫자만이 하나 있네.
천천히 더 많은 죽음을 원할 테지.
그러나 갑자기 의식이 요동치더니
맥박 없는 이 물결과
타이프라이터 소리와
한껏 온화한 산타 얼굴을 한
군인들이 바라보네.
5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앞바다는 참 정겹습니다.
잔잔한 바다와 함께 걷고 있노라면 바다처럼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녹색 잡풀을 밟으면서 새파란 하늘과 맑은 쪽빛 바다가 만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그지없이 편안해집니다.
그 여유로운 바다 위에 조그만 배라도 한 척 떠있으면 내가 배가 되어 바다 위를 여유롭게 떠다니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여유로운 바다와 함께 걷고 있으면
때 이른 더위도 참을 만하고
깎아지를 듯이 서있는 벼랑도 편안하게 다가오고
가끔 분위기 잡치게 속도를 내며 달리는 차에도 미소를 보낼 수 있습니다.
바다는 그렇게 저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만듭니다.
좀 더 가까이 바다로 향해 봅니다.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이 향긋합니다.
발끝에 와 닿는 바다의 감촉이 상쾌합니다.
눈 속에 들어온 바다는 저를 빨아들입니다.
그지없이 맑고 깨끗한 바다가 저를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렇게 바다와 하나가 되면서 바다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지없이 맑고 깨끗하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말입니다.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으면 됩니다.
세상을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해지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말 단순해집니다.
거짓말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솔직하게 살아가다보면 그것이 거짓말 하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맑고 깨끗한 바다를 보면 제 마음도 맑고 깨끗해지듯이
제가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면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맑고 깨끗해지고
그러다보면 서로가 편안해지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동화 속의 세상이 아닙니다.
어른들은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그러다보면 거짓말이 늘게 되지요.
거짓말이 많아지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세상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서로 오해를 하기도 하고
작은 욕심 때문에 큰 상처를 주기도 하지요.
오해와 욕심이 만나면 서로의 관계는 훨씬 불편해집니다.
그 불편함이 힘들어서 사람들과 떨어져 있게 되면
점점 괴물이 되어갑니다.
맑고 깨끗한 바다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거기에 비친 제 얼굴이 보입니다.
그 얼굴이 그지없이 맑고 깨끗하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얼굴이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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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송에도 누군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방송에 대한 의견도 좋고
전하고 싶은 얘기도 좋고
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도 됩니다.
아니면 쓸데없는 얘기 주절거려도 되고요. ㅋㅋㅋ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겠습니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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