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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14회)
1
일찍 찾아온 더위야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오랫동안 내리지 않는 비는 좀 힘들어지는 요즘입니다. 그동안 받아 놓은 물이 있어서 농사짓는 데는 아직 큰 지장이 없겠지만, 사람들의 정서가 많이 메말라져서 짜증도 나고 힘들어지는 때입니다. 사소한 일로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질 때면, 심호흡 한 번 하시고,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이 최고입니다.
물을 많이 마십시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시즌1을 마치고 한동안 쉬었다가 지난달부터 시즌2가 시작됐는데, 정말 실망스러운 시즌2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바뀐 룰이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총 12팀의 가수가 나와서 두 개 조로 나눠서 두 번의 경연을 하고 1등 팀과 최하위 팀이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12팀 중에 중간 10팀에만 들어가면 계속 방송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가수들이 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상위권 6팀이 1등을 가리는 공연에서는 서로 1등을 하지 않으려고 힘을 빼서 세련된 테크닉으로만 노래를 부르는데 허탈한 웃음만 나오더라고요. 권력에 안주하면서 인기를 얻으려는 실력파 고참가수들의 얄팍한 잔머리가 짜증스러웠습니다.
“너무 앞서지도 말고, 너무 뒤처지지도 말고, 중간만 해라”는 쟁쟁한 가수들의 삶의 기술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국가스텐’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젊은 인디밴드가 나와서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을 불렀습니다. 특별히 세련된 편곡이나 화려한 게스트 없이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락 음악으로 편곡해서 신나게 불러 제꼈습니다. 난다 긴다 하는 선배들을 한 큐에 날려버리더군요. 정말 시원했습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가 노래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출연했던 가수들이 뜨기 시작하니까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세련된 계산으로 무장한 어른들에게 젊은 인디밴드가 “우리는 젊으니까 신나게 노래를 부를께요”라면서 순수한 열정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너무 오래 비가 오지 않아서 지치고 짜증나기 쉬운 오늘,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국카스텐의 ‘한 잔의 추억’을 들어보겠습니다.
늦은 밤 쓸쓸히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면은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취한 눈 크게 뜨고 바라보면은
반쯤 찬 술잔 위에 어리는 얼굴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예~에~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 지내며
소리 없는 흐느낌을 서로 달래며
마주치는 술잔 위에 흐르는 사연
흔들리는 불빛 위에 어리는 모습
그리운 그 얼굴을 술잔에 담네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아~~아~~
(여러분 같이 한 번 불러봐요)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한 잔의 추억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시자아~~아~~
마시자아~~
마시자아~~
마셔~버리자
2
세월의 풍파 속에 길들여진 나의 인생
화나도 참는다 슬퍼도 참는다 인생은 그런 거야
비겁하다 비웃지마 비정하다 욕하지마
내게도 한때는 용감했던 세월이 있었다
거칠은 들판 길을 달리는 한 마리 표범처럼
거리를 내달리던 겁 없던 나의 청춘
아무리 애타게 붙잡아도 세월은 흘러가고
어느새 현실에 묻혀버린 청춘의 기억
화나도 참아야해 슬퍼도 참아야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잖아
오늘도 내가 참는다
불속에 뛰어드는 겁 없는 한 마리 나방처럼
젊음을 불사르는 겁 없는 나의 청춘
아무리 애타게 붙잡아도 세월은 흘러가고
어느새 현실에 묻혀버린 청춘의 기억
화나도 참아야해 슬퍼도 참아야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잖아
오늘도 내가 참는다
하지만 화나도 참아야해 슬퍼도 참아야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잖아
오늘도 내가 참는다
국가스텐의 ‘한 잔의 추억’에 이어서 들은 노래는 배기성이 부른 ‘오늘도 참는다’였습니다.
이 노래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주유소를 털러온 양아치들에게 비굴하게 당하는 사장을 위한 주제곡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권위적이면서도 양아치 강도들에게는 비굴한 짠돌이 사장 역할을 했던 박영규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아마 40대 아저씨들이 노래방에 가면 아직도 애창하는 곡이 아닐까요?
얍삽하고 비굴하게 살아가면서도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게 인생이야”라며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하는 노래이지요.
국카스텐의 시원한 노래를 듣고 나서 이 노래가 제일 먼저 떠오른 이유를 이해하시겠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삶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살아남기 위해 비굴해지는 자신의 모습은 더욱 뚜렷해져만 갑니다.
마음속에서는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지만, 살아가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씁쓸하게 자신을 위로해보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젊은이들의 눈은 사납기만 합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젊었을 때, 그들이 어른들을 봤던 그런 눈초리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여자 앞에서 후카시 잔득 주고 가오 잡는 남자들
애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려 들기만 하는 어른들
눈 내리 깔고 아랫사람을 바라보는 상사들
자기보다 한 살이라도 어리다 싶으면 호시탐탐 말을 깔 기회를 노리는 선배들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실눈을 뜨고 막 머리를 눌리는 장사꾼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양아치 깡패들의 생리와 꼭 같습니다.
3
‘당신과 나의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지는 몇 년 됐는데, 그동안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야 보게 됐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각종 뉴스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생생한 영상을 통해서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니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감독의 연출력이 깔끔해서 이 투쟁의 전반적인 흐름과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잘 만들었더군요.
대중들의 가슴 속 깊이 담겨둔 얘기와 좀 더 가까이 다가간 호흡이 느껴지지 못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지옥과 같은 대한민국에서 벼랑 끝으로 몰린 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나 절박하고 처절한지를 제대로 전하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1시간 반 정도 상영되는 영화를 보면서 제 머리 속에 꽉 들어차있던 것은 ‘고립’이었습니다.
먹튀 자본과 막가파 자본의 공세 속에 노동조합은 휘청이며 고립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수의 살아남은 자들 속에 소수의 정리해고자들은 고립되어 버렸습니다.
경찰의 봉쇄 속에 현장 농성자들은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버렸습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무기력이 함께 하면서 계급 속에서도 고립되어 버렸습니다.
여론이 노조에 불리하지 않았지만 평택시민과 국민들 속에서도 고립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고립된 채 구석으로 몰린 이들이 할 수 있는 투쟁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9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과 그 이후 해고자들의 힘겨운 생활들을 함께 경험했던 저로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그 모습들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1998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절대 고립되지 않았습니다.
직장폐쇄 속에서도 매일 수 천 명의 조합원들이 모여서 집회를 같이 했고, 지역 주민들도 정문 앞 육교와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노조 집회를 매일 지켜봤습니다. 자본이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려고 무수히 노력했지만,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은 단결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단호한 의지를 제대로 받아 안지 못한 지도부의 배신으로 현대자동차가 정리해고 1호 사업장이 됩니다.
그 이후 만도기계가 경찰의 힘을 빌려 정리해고를 밀어붙였고, 금융노동자들에게 대규모 정리해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정리해고는 대세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정리해고가 도입되고 10여 년이 흐른 끝자락에 쌍용자동차에도 정리해고가 닥쳤고, 그들은 고립된 채 발버둥 쳐야 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왜 생명과 같은 현장에서 고립되어야만 했을까요?
대공장인 쌍용자동차지부는 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연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일까요?
평택지역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던 회사였는데도 왜 지역주민과 연대하지 못했을까요?
용산참사에 이은 투쟁이라서 여론이 노조에 동정적이었던 편인데도 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을까요?
현장 어용세력의 준동, 관료화 된 노조 지도부의 무기력, 지역 내 보수세력의 공세,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적 한계 등이 얘기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평택에서 벌어졌던 에바다학교 투쟁과 미군기지 반대투쟁은 광범위한 연대를 만들어냈는데, 가장 규모가 있는 쌍용자동차 투쟁은 고립되어 버린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요?
쌍용자동차투쟁이 패배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저지투쟁이 힘겨운 과정 속에서도 승리로 끝난 것은 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리에 떠올라서 많이 불편했습니다.
아직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뉴스거리가 돼서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22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절하게 몸부림치다가 길거리에 내팽겨 쳐진 사람들은 더 냉혹한 길거리에서 더 처절하게 몸부림쳐야 합니다.
그런 몸부림 끝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서 하게 되는 선택 중의 하나가 자살입니다.
자살을 결심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차갑거나 안타까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있어도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었겠죠.
가족도...
동지도...
4
작년 연초에 울산에서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해고자 생활 10년을 버티던 이가 나이 오십도 되지 않아서 병으로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질긴 놈이 먼저 죽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멍해졌습니다.
오래간만에 울산으로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술도 먹었습니다.
불편한 가운데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고 밤이 깊었습니다.
죽은 이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의 영전 앞에서 3백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풀린 다리를 지탱하기 어려워 자리에 누우니 긴장도 풀렸다.
조금 떨어진 옆에 모르는 여자가 자고 있었다.
그의 손을 만지려고 내 손을 뻗다가 들켜 버렸다.
새벽 일찍 영안실을 빠져나와서 제주도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휴대폰을 해지해버렸습니다.
3년 여 전에 만신창이가 돼서 제주도에 내려오게 된 원인 중의 하나도 성추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성추행을 하려다 걸려서 도망쳐 온 것이지요.
만약, 오늘 이 방송을 영화배우 이영애 씨가 보고 있다면
선글라스를 벋으면서 한마디 하겠지요.
“너나 잘하세요.”
5
지난 주 ‘나는 가수다’에서는 국카스텐이 시원하게 한 방을 날렸습니다.
이번 주에는 한영애가 새로운 가수로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국카스텐이 젊은 인디밴드의 폐기를 보여줬었는데
한영애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한영애의 ‘코뿔소’를 들으면서 오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코힘을 힝힝
뒷발을 힘차게 차고
달린다 코뿔소 응--
뒤돌아 볼 것 없어 지나간 일들은
이미 지난일 응--
저 멀리 봐 저 멀리 앞을 봐-- 응-- 코뿔소
코뿔손 넘어지지 않아
남들은 다리가 둘이어도
코뿔소는 다리가 넷! 넷!
코뿔소-- 응-- 코뿔소
이 험한 세상 오늘도 달려야해
우리는 코뿔소 응--
자신의 모든 문제
스스로 헤쳐서 밀고 가야해 응--
저 멀리 봐
저 멀리 끝까지-- 응-- 코뿔소
코뿔손 누울 수가 없어
한번 누워 버리며는
다시 일어설 수가 없어!
코뿔소-- 응-- 코뿔소
코뿔손 넘어지면 안 돼
아무도 일으켜주질 않아
이 세상 모두가 남! 남! 남!
코뿔소-- 응-- 코뿔소
언제인가 코뿔소가 누운 날
사람들은 '코뿔소가 누웠구나' 그냥 그러겠지
일어나! 코뿔소
모두가 남은 아냐! 내가 있잖아!
다시 해봐! 눈을 떠라! 코뿔소
응-- 나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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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송에도 누군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방송에 대한 의견도 좋고
전하고 싶은 얘기도 좋고
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도 됩니다.
아니면 쓸데없는 얘기 주절거려도 되고요. ㅋㅋㅋ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겠습니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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