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16회)

 

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16회)

 

 

 

1

 

매번 방송이 끝날 때마다 누군가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써 놓았지만, 사연을 없고 원하지 광고메일만 쌓이고 있어서 오랫동안 메일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래간만에 메일을 열어봤는데...

와~

믿기지 않겠지만, 몇 개의 사연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사연만으로 방송이 가능하겠더라고요.

꿈같은 일이지만, 오늘 방송은 여러분이 보내 주신 사연으로 꾸며봅니다.

야호!

 

어느 사연을 먼저 소개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글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글을 먼저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상상 속에서 멋있는 배경음악을 깔아놓고 사연을 들어주세요.

 

 

안녕하세요.

방송을 몇 번 보기는 했었는데, 사연을 보내는 것이 쑥스러워서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메일을 보내봅니다.

공중파도 아니고, 유명한 방송도 아니기는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분에게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보내는 게 많이 쑥스럽습니다. ^.^;;

쑥스럽지만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것은 세상에 막 소리를 치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무슨 심각한 문제가 생겼거나, 거창한 얘기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씩은 다 생기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제가 괜히 뜸을 들이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저는 서른 네 살의 여성인데요.

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히히히

이제야 첫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라서 더 설레고, 더 조심스럽고, 더 행복합니다.

철없는 아이처럼 세상을 향해서 막 자랑하고 싶어지는 요즘이지만, 마음만 그럴 뿐 주위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행복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완전히 밀봉해서 혼자만 간직했으면”하는 생각도 자주 하곤 합니다.

사랑을 하다보면 사랑의 고통과 아픔도 느낀다고 하던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저는 모든 게 다 즐거움과 기쁨뿐입니다.

그를 만나고 돌아선 다음에는 부풀어 오른 마음이 꺼지지 않도록 두 손을 잡고 얕게 심호흡을 하는 게 버릇이 되고 있습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면, 그 눈물에 행복이 묻어서 몸 밖으로 나갈 것 같아서 꾹 참습니다. 그럴 때면 발걸음마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다는 사랑의 감정을 뒤늦게 느끼고 있는 저는 이 행복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만, 좀 더 오래 행복을 간직하고 싶어서 저 혼자만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진행자님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 방송이 마음에 들어서 처음으로 제 사랑을 세상에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 이기적인 얘기지만, 저의 행복을 축하해주실래요?

 

 

제 마음이 설레게 하는 사연이었습니다.

이 뒤에 몇 줄이 더 있었는데, 비공개로 해달라고 해서 그 글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이름도 비공개로 해달라고 해서 ‘행복’님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행복’님과 사랑을 나누시는 분은 여성분이십니다.

‘행복’님이 자신의 사랑을 세상에 마음대로 자랑하지 못하시는 이유를 이해하시겠지요?

부러워서 샘이 날 정도로 축하해줘야 하는 사연을 접하면서, 그 사랑과 행복이 좀 더 오래갈 수 있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기를 기원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해봤습니다.

동성애가 전염병이나 범죄가 아닌데도 이 행복마저도 꼭꼭 숨겨야한다니...

 

작년에 ‘종로의 기적’이라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아주 유쾌하게 본 적이 있었고, 윤가브리엘이나는 뿐이 쓴 ‘하늘을 듣는다’라는 책을 보면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분들의 힘겨움에 눈물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종로의 기적’이나 ‘하늘을 듣는다’는 모두 남성 동성애자들의 얘기입니다.

요즘은 방송이나 영화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얘기들이 큰 거부감 없이 다뤄진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남성 동성애자들의 얘기입니다.

이성애자들의 사랑에서도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이 다른데, 동성애자들의 사랑은 남자의 사랑만이 조심스럽게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여자는 동성애자로서도 또 차별을 받고 있는 건가요?

 

‘행복’님, 너무 너무 부럽습니다.

너무나 행복해서 그 행복이 주체하기 어렵고, 그 행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빠져나가 버릴까 두렵겠지만, 오랫동안 그 행복한 감정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행복’님의 사랑도 쉬운 사랑은 아니겠지만,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럴 때일수록 행복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불행한 삶이 더 힘겨워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너무 무겁고 어려운 부탁인가요? ㅋㅋㅋ

 

‘행복’님을 위해서 노래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정태춘과 박은옥이 부릅니다.

‘봉숭아’

 

 

초저녁 별빛은 초롱 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 터인데

그리운 내님은 어딜 가고

저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님은 어딜 갔나

 

별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별 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

 

 

2

 

다음 사연은 ‘나는 남자다’님이 보내 주신 내용입니다.

 

 

이 방송을 자주 보고 있는 애청자입니다.

(읽는 라디오라서 애독자라고 해야 합니까?)

방송에 나오는 얘기들이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잘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연을 보내는 건 누나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누나가 혼자 사는 저를 위해서 반찬들을 가득 보내주셨습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가지 반찬들을 보내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솔직히 누나는 좀 싱겁게 먹고, 저는 짜게 먹는 편이라서 입맛에 맞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나 같은 놈 신경 써서 챙겨주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성격이 다정하지 못해서 고맙다는 얘기도 못했습니다.

 

며칠 후면 누나 생일입니다.

쑥스러워서 직접 말은 못하겠고, 방송으로 축하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누나가 이 방송을 모르기 때문에

방송에 이 사연이 소개되면 제가 프린터로 뽑아서 전해줄 생각입니다.

 

누나가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좋아합니다.

그 노래 틀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좋은 방송 잘 하시기 바랍니다.

 

 

이 메일이 도착한 게 6월 27일이었는데, 혹시 누나 생일이 지났나요?

만약 생일이 지났더라도 사연과 신청곡은 들려드리니까 늦게라도 축하인사를 전합니다.

 

‘나는 남자다’님과 누나의 사이가 부럽습니다.

요즘 가족 간에도 이렇게 사소하게 서로를 챙겨주는 일이 많지 않거든요.

누군가 나를 위해 뭔가 챙겨준다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요?

또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챙겨줄 때가 가장 행복하기도 합니다.

그 즐거움과 행복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아무도 나를 생각해주지 않을 때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슬플 때가 있더군요.

나한테 있는 작은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은데, 그걸 나눠줄 사람이 없을 때입니다.

그래서 ‘나는 남자다’님이 더 부럽습니다.

 

신청하신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꺼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 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 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 주던 단 한 사람

 

커다란 어깨 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말아요

 

이 날을 언제나 기다렸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 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고

 

당신이 너무 좋아

 

 

3

 

이번 사연은 초등학생 분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제목이 ‘도와주세요’라고 돼 있어서 처음에는 스펨메일인줄 알고 지우려고 하다가 혹시나 해서 열어봤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오․탈자도 많고 앞뒤가 안 맞는 표현도 많아서 제가 문장을 약간 손봤습니다.

 

 

저는 9살이고, 5살 된 여동생과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서 자살하셨고, 엄마는 돈 벌러 여기저기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교도 가지 않고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제 동네에서 동생과 놀다가 길가에 곰돌이 인형이 버려진 것을 봤습니다.

동생이 얼른 달려가서는 예쁘다고 하면서 가져왔습니다.

털이 군데군데 빠지고 하얀 색이 누렇게 변했지만 동생은 목욕을 시키면 괜찮아질 거라면서 집에 와서 정성스럽게 인형을 목욕시켰습니다.

동생은 비누칠도 해주고, 샴푸로 머리도 정성스럽게 감겨줬습니다.

“우리 착한 곰돌이도 엄마 아빠가 없어서 목욕도 제대로 못했구나? 언니가 깨끗이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도 예쁘게 빗겨줄게.”

동생은 1시간 동안 인형을 목욕시키고 나서 머리빗으로 털을 정리해주는데 털이 자꾸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젖었는데 빗질을 하니까 털이 빠지는 거야. 햇빛 있는 데서 잠시 말린 다음에 빗질을 하면 괜찮을 거야”라고 얘기를 하고는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곰돌이를 놓아두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동생은 곰돌이에게 옷을 입혀줘야겠다면서 낡아서 버려둔 원피스를 가위질하면서 옷을 만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서툰 바느질까지 하면서 곰돌이 원피스가 만들어지니까 동생이 예쁘다고 하면서 인형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창가에 두었던 곰돌이가 없어졌습니다.

“창밖으로 떨어졌나?” 해서 밖으로 나가서 살펴봤지만 밖에도 곰돌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울상이 된 동생 손을 잡고 집주변을 다 뒤져봤지만 곰돌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동생은 불쌍한 곰돌이가 보고 싶다고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제가 창가에 두지만 않았어도 곰돌이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동생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오늘 동생에게 예쁜 곰돌이 인형을 사주려고 인형가게에 갔더니 곰돌이 인형이 2만원이었습니다.

여기저기를 다 뒤져보아도 저희 집에는 5700원 밖에 없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들,

제 동생에게 예쁜 곰돌이 인형을 사주고 싶습니다.

조그만 도와주십시오.

 

 

이 사연을 보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몇 년 전에 신발 밑창이 떨어져서 지갑에 있는 돈 16,000원을 들고 마트에 갔는데, 제일 싼 신발이 2만원이어서 그냥 돌아온 적이 있었거든요.

아~

나이 사십이 넘은 제가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2만 원짜리 곰돌이 인형을 사기 위해서 14,300원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사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 계신다면 도와주시겠죠?

 

 

4

 

이번 사연은 ‘고발합니다’라는 매서운 제목으로 ‘동준이’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저는 엄마랑 둘이서 살고 있는 중1 학생입니다.

얼마 전까지 길음동에 살다가 엄마가 다니시던 회사를 옮기시는 바람에 망원동으로 살던 집을 옮겼습니다. 그 전에는 2층에 살았었는데 이사한 곳은 1층이라서 엄마가 나갈 때마다 문단속을 잘하라고 자주 얘기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공장에서 일을 하시는데 주야맞교대라서 한 주는 주간에 일을 하시고, 한 주는 야간에 일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야간을 나가시는 1주일 동안은 저 혼자서 집을 지켜야합니다. 중학생이라고 하지만 제가 겁이 많아서 엄마가 없을 때는 창문까지 다 잠그는데, 그래도 무서워서 TV를 켜놓고 잠을 잡니다. 물론, 엄마가 집에 있을 때는 창문도 조금 열어 놓기도 하고, 잠을 잘 때는 TV를 끕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잠을 자다가 새벽에 벨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무서운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벨소리가 또 울려서 문 앞에 가서 누구냐고 했더니 2층에 사는 아저씨였습니다. 웅웅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 소리 좀 줄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안하다고 얘기하고는 시간을 봤더니 새벽 3시였습니다.

짜증이 확 났습니다. TV도 그렇게 크게 틀어놓은 것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잠을 잘 때 TV를 켜지 못했는데, 신경이 쓰여서 잠을 쉽게 자지 못합니다. 그래서 머리 쪽에 라디오를 놓고 작은 소리로 들어보는데, 오히려 라디오 소리에 집중하게 돼서 잠을 더 자지 못하게 됩니다.

엄마한테 얘기하면 엄마가 괜히 신경 쓸 것 같아서 얘기는 하지 않고 있는데, 밤만 되면 무섭기도 하고 2층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 긴장도 됩니다.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조용히 하라고 하는 일은 있어도, 아래층 TV소리가 들린다고 조용히 하라고 하는 일은 별로 없잖아요? 소리를 크게 틀어놓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 아저씨 정신병자 아닐까요?

괜히 시비 걸려고 그러는지도 모르겠고요.

엄마랑 나랑 둘이서만 사는 걸 알고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살다보면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생기기도 하는데, ‘동준이’님 같은 경우는 더 어려운 문제이군요.

중학교 1학년이면 많이 예민할 시기인데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학교도 옮겼을 테고

공장에서 일하시는 엄마 때문에 고민도 많을 텐데

밤에 잠까지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으니...

 

‘동준이’님 사연을 보면서 저는 그 2층 아저씨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면 신경이 엄청 날카로운 사람이겠지요.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생활을 잘 못해서 외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외톨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밤이 되면 더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쉽게 잠을 자지 못하게 되고, 잠을 자지 못하다보면 작은 소리에 더 민감해집니다.

그래서 작은 TV소리가 신경을 콕콕 건드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새벽 3시에 ‘동준이’님 집의 벨을 눌렀다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질이 급한 사람이었다면 새벽 3시까지 참지 못하고 벌써 내려왔을 테니까요.

새벽 3시까지 작은 소리에 잠을 자지 못하고 견디다가 ‘동준이’님 잠을 깨웠을 그 사람은

정신병자가 아니라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1층의 ‘동준이’님과 힘들게 버티고 있는 2층의 아저씨가 함께 살아가는 그 건물에서는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 둘이 뒤척이고 있겠군요.

‘동준이’님 엄마는 공장에서 밤새 일을 하고 있을 것이고요.

아~

솔직히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5

 

이 방송을 즐겨서 보고 있는 팬입니다.

안녕하세요. 꾸벅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꾸미지 않고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방송이라서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방송입니다.

무겁고 힘든 얘기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면서

서로에게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방송

그런 방송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참여하는 사람 없이 혼자서 진행하시는 모습이 많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저처럼 이 방송을 보면서 같이 마음 아파하면서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혼자만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화이팅!

 

이상은의 ‘둥글게’를 신청합니다.

들려주실 거죠?

 

 

‘bluesea'님의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이 힘을 불끈 났습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세상에서 존재가 잊혀지고 있는 제가 발버둥 치면서 혼자만 떠드는 이 방송이 7개월째입니다.

그러면서 간절하다는 것이 뭔지를 더 간절하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외로울 때는 나보다 더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도 깨닫고 있습니다.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저 낮은 곳에서 나온다는 것도 다시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7개월 동안 방송을 진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저에게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심호흡을 해야 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지만

깊게 들이마시는 호흡에서

가볍게 뿜어내는 호흡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뭔가 꾸역꾸역 가슴 속에 담아내면서 버티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드러내면서 풀어내는 삶으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이 방송이 저한테 준 큰 변화입니다.

 

‘bluesea'님과 같은 분들이 저의 그런 변화를 만들어주고 계십니다.

그런 변화가 ‘bluesea'님을 비롯해서 이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에게도 함께 일어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bluesea’님이 신청하신 이상은의 ‘둥글게’를 들으면서 열여섯 번째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둥글게 모여 앉아 행복했던 작은 가게가 문 닫자

처음 눈물을 보인 너

나는 조금 놀라서 어색하게 웃었지

혹시 내가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그 사람이 너일지도 몰라서

 

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힘없는 것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을 치던 너와 부딪혔어

함께 웃음이 나왔어

하늘이 투명해서 너도 빛났지

혹시 내가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그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어

 

작은 빗방울이 세상을 푸르게 하듯이

부드러운 것이 세상을 강하게 하듯이

 

내 앞에 서있던 순간에 사랑이 축복이 시작된 걸까

잊지 않고 기억할께 난 영원에 가닿은 걸 거야.

 

작은 빗방울이 세상을 푸르게 하듯이

부드러운 것이 세상을 강하게 하듯이

 

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해

 

 

------------------------------------------------

방송을 보시면서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오늘 방송에 소개된 모든 사연은 제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언젠가는 이렇게 사연과 신청곡들로만 진행되는 날이 있겠지요?

-------------------------------------------------

이런 방송에도 누군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방송에 대한 의견도 좋고

전하고 싶은 얘기도 좋고

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도 됩니다.

아니면 쓸데없는 얘기 주절거려도 되고요. ㅋㅋㅋ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겠습니다.

 

성민이 mk102938@hanmail.net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95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