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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 보이냐?’ (18회)
1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든데, 밤에는 열대야 때문에 잠까지 설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뉴스는 온통 살벌한 소식들로 넘쳐나고 있어서 정말 숨이 막히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쳐질 때는 오싹한 공포영화가 최고이기는 한데 막상 영화관에는 볼만한 공포영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방송은 더위도 잃게 하고 정신도 바짝 들 수 있는 무서운 얘기들로 채워보려고 합니다.
남량특집으로 진행되는 읽는 라디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흐흐흐
고등학교 시절 점심시간 뒤에 이어지는 5교시 수업시간은 선생이든 학생이든 서로가 힘든 시간입니다.
날씨는 더운데 천장에 달린 선풍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으로 더위를 견디다보면 어느새 눈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곤 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도 제대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요.
그 순간 선생이 분필을 내려놓고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라고 하면 꾸벅꾸벅 졸던 학생들의 눈이 말똥말똥해집니다.
“이건 옛날에 내가 직접 경험했던 일인데...”하면서 분위기를 잡고 서서히 얘기를 시작하면 범생이든 날날이든 모두 선생의 얘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귀신을 직접 본 적이 있으신가요?
지금부터 제가 봤던 귀신 얘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조금도 창작하지 않은 저의 백퍼 실화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제주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고2때부터 밤 10시까지 야자를 하고 집에 와야 했습니다.
당시 저희 집은 제주시에 있었는데, 지금처럼 교통편이 좋았던 시절이 아니라서 버스에서 내리면 20분 정도 걸어서 집에 와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어두운 밭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리저리 나있는 골목길을 좀 많이 걸어야 했습니다.
골목길이라고 해도 주변에 집들이 많고 가로등도 있어서 무서운 길은 아니었는데,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이 약간 문제였습니다.
마지막 100미터 정도 되는 그 곳은 비교적 넓은 골목길이었는데, 왼쪽으로는 집들이 이어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높은 축대만이 길게 이어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왼쪽 편에 있는 집에서 세어 나오는 불빛만으로 넓은 골목길이 다 커버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한상 그곳을 지날 때면 긴장을 하곤 했습니다.
7월의 어느 날 밤 평소처럼 야자를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면서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골목길 끝 지점이 다가오면서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제 앞에 어떤 여학생 두 명이 다정하게 걸아가고 있었습니다.
제 또래로 보이는 그 여학생들은 단발머리에 평범한 옷을 입고 뭔가 조용히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저보다 2미터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약간 긴장을 해야 하는 지점이었는데 앞에 사람이 두 명이나 있으니까 안심이 되더라고요.
또 앞에 걸어가는 이들이 여학생이라서 약간 의식되기도 했고요. 히히히
그렇게 30초 정도 걸어가다가 피곤으로 뻣뻣해진 목을 풀기 위해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는데...
제 바로 앞에서 걸어가던 여학생 두 명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그곳은 옆으로 빠지는 길이 있지도 않은 곳인데다가, 당시 그 여학생들과 저는 넓은 골목길 중간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왼쪽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려면 최소한 2초 정도는 걸리거든요.
그런데 거의 0.1초 만에 제 2미터 앞에 있던 두 명의 여학생이 사라진 것입니다.
순간 머리카락이 고슴도치 기시처럼 삐쭉삐쭉 해져서 집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갔습니다.
집에 가서도 그 여학생들의 뒷모습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그 후로 며칠 동안은 그 골목길을 가지 못하고 좀 멀지만 빙 돌아서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이게 제가 봤던 귀신 얘기입니다.
하하하하
너무 싱거운 가요?
그런데 여러분이 직접 그런 상황을 겪어보시면, 싱겁다고 웃어넘기시지 못할 겁니다.
2
여름철 공포영화 하면 단골로 나오는 것이 한국에서는 구미호이고, 미국에서는 드라큘라였습니다.
요즘에는 구미호라는 존재는 거의 잊혀져 가고 있고, 뱀파이어들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액션 로맨스영화의 소재로 변해 버려서 공포영화 주인공의 자리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구미호나 드라큘라보다 더 먼저 사라진 공포영화의 주인공 중에 프랑켄슈타인도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고전영화가 최고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공포영화의 주인공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국의 한 박사가 중세의 연금술과 근대의 과학기술을 총동원해서 생명체를 만들려고 합니다.
매일 밤바다 시체들의 일부를 떼어 와서 조금씩 붙이고, 강철 같은 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화학약품까지 동원하면서 거대한 거인을 만들어갑니다.
천둥번개가 치는 어느 날 자신이 만든 생명체가 깨어나는데, 막상 그 생명체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낀 박사는 자신의 괴물을 죽이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생명을 얻은 괴물은 살고 싶었기 때문에 박사의 위협을 피해 도망가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면서 박사를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그럴수록 박사는 더욱 괴물을 찾아서 죽이려하고, 그에 화가 난 괴물은 박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주변을 돌면서 사람들을 죽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괴물이 박사를 찾아가 “당신을 원망하지 않고 인간사회에서 떨어져서 조용히 살겠다. 그 대신 여자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제안합니다.
괴물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하던 박사는 괴물들이 번식을 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인간을 멸종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괴물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싸움을 결심합니다.
그런 박사의 태도에 엄청나게 화가 난 괴물이 박사를 죽이려하자, 박사는 도망 다니기 시작하고, 괴물은 박사를 쫓아서 북극까지 가서 그를 죽이고 자신도 죽고 맙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소원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태어났으니까 죽고 싶지 않았던 것이고, 인간들이 자신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니까 조용한 곳에서 연인과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사가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은 이유도 단순했습니다.
너무 흉하게 생긴 모습이 싫었고, 거대한 덩치와 힘이 무서웠던 것입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을 보면 사각형 얼굴형에 주걱턱과 뭉툭한 코와 넓은 이마에 흉터가 있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그 얼굴을 보면서 무서웠는데, 지금은 그 얼굴을 보면서 저를 떠올립니다.
얼굴은 길쭉한 사각형이고, 턱은 뛰어나오고, 아래턱과 윗턱은 맞지 않고, 머리카락이 별로 없어서 이미가 드러나 있는 제 모습은 영락없는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저도 죽고 싶지 않고, 연인과 사랑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3
일본영화 중에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아빠가 다른 네 명의 남매가 한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어렵게 아이들을 키우던 엄마는 새로운 남자가 생겨서 어느 날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버립니다.
어린 네 남매들은 엄마가 남기고간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일단 살아갑니다.
큰 아들은 겨우 열 살 정도인데, 학교도 다니지 않고 친구도 없습니다.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는 집에서 외로운 장남은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만화책과 게임기와 먹을거리를 사고 동네에서 노는 아이들을 집에 데려옵니다.
그렇게 외로움을 달래고 자유를 만끽해보지만, 돈은 금방 바닥이 납니다.
그래서 자기 아빠를 찾아간 아들은 사정을 얘기하지만, 재혼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아빠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아들의 손에 쥐어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돈이 떨어지니까 아이들의 집으로 놀러오던 동네아이들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습니다.
오직 네 명의 남매만이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데, 어느 날 막내가 사고로 죽게 됩니다.
막내의 시체를 여행 가방에 넣고 세 명의 남매는 막내의 소원인 비행기를 구경시켜주기 위해 공항근처로 가서 막내의 시체를 묻고 돌아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관심 없는 세 남매는 조용히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너무나 영화 같은 이 영화는 유감스럽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무섭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지요.
몇 년 전에 집에 쌓여있던 책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준 적이 있었습니다.
하는 일 없이 버려진 채 살아가는 나도 세상에서 뭔가 조금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개인적인 메일이 거의 오지 않는 메일함에 사람들의 메일이 오는 것도 기분 좋았고
반가움과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도 기분 좋았고
그런 과정에서 또 다른 시도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도 기분 좋았고
내 이름이 이곳저곳에서 불리어지는 것도 기분 좋았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책들을 나눠주다 보니까 책이 다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나눠주고 싶어서 인터넷에 안 읽는 책 좀 있으면 보내달라고 몇 번 호소를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의 호소를 냉담하게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엄청난 실망감 속에 책을 나눠주는 일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저의 책을 받아봤던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보수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외면당한 저는 진보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도 버림받았습니다.
4
영화 배트맨 시리즈가 개봉한 미국의 한 영화관에서 한 청년이 사람들에게 마구 총을 쏘아댔다고 합니다.
그 청년은 자기가 조커라고 소리쳤다고 하더군요.
배트맨 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커는 최고의 미치광이 악당인데, 그냥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었습니다.
부정과 불의로 썩을 데로 썩어 있는 고담시를 정화하기 위해 한 무리들의 사람들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리더는 고담시 전체를 없애 버려야 세상이 정의로워진다고 주장하고, 배트맨은 그런 극단적 주장에 반대하면서 대립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배트맨은 타락한 도시에 정의를 살리는 영웅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커라는 미치광이 악당이 나타나서 도시를 공포로 몰아갑니다.
조커는 “영웅아, 나와서 너의 정체를 밝혀라”라면서 살인과 테러를 서슴없이 저질러댑니다.
그러면서 배트맨에게 “이 타락한 도시를 살리기 위한 너 같은 영웅이 있기 때문에 나 같은 미치광이가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합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고 “우리가 99%다”라고 외쳐대는 시위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술잔을 들어 올렸던 부자들의 나라 미국에서 한 미치광이 청년이 “나는 조커다”라면서 총을 쏘아대는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 올레길에서 한 관광객이 마을주민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습니다.
통영에서는 한 어린이가 역시 마을주민에 의해 성추행당하고 살해됐습니다.
대도시에서만 아주 가끔 일어나던 엽기적인 살인사건들이 남쪽 바닷가 마을과 섬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치광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설쳐대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서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 여러분
프랑켄슈타인처럼 생긴 중년 남자가 올레길을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으면 조심해야합니다.
아마도 그 사람은 자신이 버려졌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을 아주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은 외지인들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을 갖고 해결되지 못하는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해 어떤 미치광이 짓을 할지 모릅니다.
존 레넌을 총을 쏴 죽였던 살인범의 손에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려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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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송에도 누군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방송에 대한 의견도 좋고
전하고 싶은 얘기도 좋고
광고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도 됩니다.
아니면 쓸데없는 얘기 주절거려도 되고요. ㅋㅋㅋ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문을 열어 놓고 있겠습니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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