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들리세요? (13회)

 

들리세요? (13회)

 

 

1

 

12월이 시작되자마자 1주일 동안 매섭게 추위가 몰아쳤습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겨울에 정신이 버쩍 들더군요.

이번 주는 날씨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긴장을 풀지 못하겠습니다.

 

일부 지방에는 눈도 많이 왔다고 하지요.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견뎌야 하는 분들이 많겠지요.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지는 장애인분들도 많을 테고

시설에 계신 분들은 그 나마의 산책도 어려워질 테고

가난한 분들은 난방비 걱정에 마음 졸이며 떨고 있을 테고

몸이 아프신 분들은 기온보다 더 차가운 몸과 마음을 견기고 계시겠지요.

이런 분들에게 노래 들려드릴게요.

장재남의 ‘빈 의자’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돼 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다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 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돼 드리리다

 

 

2

 

안녕하세요.  꼬마인형 도깨비님

 

제가 오늘 난생 처음.. 수영을 배우고 왔어요. 수영빤스도 사고.. 물안경도 사고.. 자그마치 아침 6시에 대녀왔어요. ㅠㅠ 시계 두어개 맞춰놓고 한 열시부터 잠을 잤어요. 초보반 강습을 받는데.. 남들은 수영장 가생이를 집고 다들 붕 뜨는데 저는 왜 계속 가라 앉았는거죠? 귀가 멍멍하니 정신도 못차리겠고.. 물속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슴다. 40넘어 하게되는 새로운 도전?인것 같아요. 내륙 도심서 살아온 제가 바다를 처음본건.. 고딩때였는데요. 목포까지 기차타고 제주도로 배타고 수학여행을 갔었었지요. 바다가 엄청컸고.. 수평선이 무척 신기했었죠. 음.. 지금 보면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이고 아는 만큼만 살게되는 것 같아요.

 

종교는 죽음 이후에 대해 머라 얘기하는 체계이고.. 인간의 죽음이 없다면 어설픈 넉두리 같다는 생각이 요즘 확실해졌습니다. 인간의 죽음없이 종교는 존재할 수 없단 생각이예요.  또 죽음없이는 현재의 삶 또한 무의미해지고요. 제가 지금 죽는다면요? 아마 꼬마인형님께 신청곡을 남기는게 제 인생의 마지막 행위가 되고.. 사후.. 주변에서 누군가 보기에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될거 같습니다. 음. 이러한 죽음이 나에게 언제 닥칠진 아무도 알 수 없는거구요. 허나 살아있는 동안은 건강히 살아보자는 의미로 제가 연구소에서 먼가를 고민하고 있기도 합니다만요.

 

아.. 얼른 자고 낼도 일찍 인나야겠어요. 벌써 두시가 넘었네요.

꼬마인형 도깨비님.. 저한테 붙은 담배귀신 좀 저 멀리 내쫓아 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범능스님의 끽다거란 노래도 들려주시고요.

성민 짝꿍님에게도 안부전해주세요.

그럼.. 건강하세요.

 

 

‘득명’님이 보내주신 사연이었습니다.

원래 이 사연은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렸어야 했는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 방송 내용이 조금 심각해서 소개해드리지 못했습니다.

한 주 늦게 꼬마인형이 아닌 성민이가 사연을 읽어드렸습니다.

사연 보내주신 ‘득명’님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사연 내용보다 신청해주신 노래 ‘끽다거’가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끽다거’의 말뜻과 범능스님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봤습니다.

‘끽다거’는 선문답이었고, 범능스님은 노래 부르는 스님이더군요.

 

득명님은 요즘 수영을 시작하셨나 보내요.

박수를 보냅니다.

나이 사십을 넘으면 건강 챙기셔야지요.

수영 열심히 하세요.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도 꼭 받으시고요.

담배도 끓으시길 바랍니다.

범능스님이 내주시는 차나 한 잔 마실까요.

 

 

여보게,

세상살이 다 내려놓고

차나 한 잔 드시게나

 

생이란

후생사는

본래가 허망한 것

맘 자락 편히 내려놓고

만상을 들쳐보게나

 

여보게,

세간살이 명리란 다 그런 것

있으나 없으나 모두

버리고 갈 유산인데

무에 그리 얽매이나

 

여보게,

세상살이 다 내려놓고

차나 한 잔 드시게나

 

 

3

 

지난 방송을 보고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저를 위해 정성스럽게 사연도 소개해주고 기운 나는 얘기도 해주셨는데

정작 이 방송을 진행하는 분들에게는 힘이 되지 못했나 봅니다.

꼬마인형님이 항상 밝게 진행을 하셔서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는데

정작 본인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상처가 있었군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조금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꼬마인형님,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성민님도 힘내세요.

 

 

한지은님의 사연이었습니다.

진심이 잔득 담겨 있는 따뜻한 사연 고맙습니다.

꼬마인형님이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겁니다.

아마 살짝 미소를 짓지 않을까요?

 

한지은님 사연에 이런 노래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싶어지네요.

쥬얼리가 부릅니다.

‘니가 참 좋아’

 

 

온종일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틈만 나면 니가 생각나

언제부터 내 안에 살았니 참 많이 웃게 돼 너 때문에

어느새 너의 모든 것들이 편해지나봐

부드러운 미소도 나지막한 목소리도

 

YOU 아직은 얘기할 수 없지만

나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사랑이라 말하긴 어설플지 몰라도

아주 솔직히 그냥 니가 참 좋아

 

친구들 속에 너와 함께일 때면 조심스레 행복해지고

어쩌다가 니 옆에 앉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드는 걸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괜스레 발끝만 보게 되고

조금씩 내 마음이 너에게 가고 있는 걸

이 세상에 두 사람 너랑 나만 몰랐나봐

 

YOU 얼마나 잘 할지는 몰라도

나 니 곁에 서고 싶어 정말

하루하루 점점 더 커져가는 이 느낌

다른 말보다 그냥 니가 참 좋아

 

손잡을 때는 어떨까 우리 둘이 입 맞춘다면

YOU 아직은 얘기할 수 없지만

나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사랑이라 말하긴 어설플지 몰라도

아주 솔직히 그냥 니가 참 좋아

 

 

4

 

‘목숨’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생의 마지막을 잘 정리하도록 돕는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말기 암 환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였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야만하는 환자와 그런 환자를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과 병원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무겁게 드리워져 있는 그곳에는 웃음과 갈등과 노래와 고통과 사랑과 고독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어가는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영화는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습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면서 영화를 보고

머리가 아니 가슴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40대 중반의 남성 환자가 있었습니다.

결혼해서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딸과 아들을 두고 있고, 부인이 그 곁에서 정성스럽게 간호를 하고 있지요.

말기 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환자 가족들 모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일말의 희망을 갖고 싶어서 항암치료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그런 환자에게 의사는 냉정하게 항암치료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얘기를 합니다.

헛된 희망이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지요.

그 얘기를 듣고 남편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아내는 등을 돌려 버립니다.

그 후 부인과 마음 속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눈 남편은 항암치료를 계속 받기로 결정합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운 남편은 차라리 생을 마치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하루라도 더 살아 숨 쉬는 남편과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남편이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고는 의미 없고 고통스럽기만 한 항암치료를 이어갑니다.

물론 두 달 후에 죽었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를 보여주더군요.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저를 다독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착하게 살자.”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외로운가요?

당신은 외로운가요?

아~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