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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15회)

 

들리세요? (15회)

 

 

1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열다섯 번째 방송이 나가는 오늘은

예수님이 태어난 크리스마스입니다.

신자도 아니고, 크리스마스에 기대할 것도 없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가슴은 조금 설렙니다.

물론,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가 흘러가겠지만요.

 

상업적인 상술이 판치는 날이라고 비판해보고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에 카톨릭과 기독교가 있었다고 애써 날을 세워보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통과의례라고 외면해보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캐럴이 들려오면

가슴이 살며시 설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 크리스마스가 올해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역시나 별 볼일 없이 보내실 분들이 많겠지만

살짝 기분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과 저의

외로움과 무기력과 자괴감과 아픔을

두 손에 올려놓고

살며시 손을 모아보세요.

그리고 눈을 감고

예수님에게 짧게 한 마디 전하는 거예요.

 

“이런 제가 감히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이종용의 ‘겨울아이’)

 

 

2

 

오늘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 근처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날씨가 풀려서 쌓인 눈들은 많이 녹았지만

그늘진 곳은 아직도 빙판이어서 미끄럽기에

길을 걸으면서도 사뿐사뿐 걸었습니다.

길을 걷는 것이 신경은 쓰였지만

여유로운 발걸음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날씨가 풀리니까 이런 여유를 갖게 되는구나 생각했지요.

 

그때 제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 가시던 아저씨가 휘청거리더니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저씨도 조심스럽게 가던 중이라서 크게 넘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보기에 조금 안쓰럽기는 했습니다.

그런 아저씨를 보면 저는 ‘다행이네’라며 그냥 지나치고 있었는데

어떤 학생 한 분이 아저씨가 넘어지는 걸 보고는

얼른 달려가서는 아저씨가 끌고 가던 리어카를 잡아주는 것이었습니다.

리어카에는 삽과 비닐포대 몇 개만이 실려 있어서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분은 넘어진 아저씨가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리어카를 잡아준 것이었습니다.

일어난 아저씨는 다시 리어카를 잡으면서 그 학생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그 학생 분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일까요?

 

 

꾸준히 사연을 보내주시는 한지은님의 사연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저도 한지은님처럼 행동했을 것 같은데

저까지 부끄러워지네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분명 이렇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돼버린 것일까요?

한지은님의 사연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마음 속으로 얘기해봅니다.

“착하게 살아야지.”

 

한지은님, 좋은 사연 자주 보내주셔서 얼마나 제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모릅니다.

시인과 촌장의 노래 ‘비둘기에게’를 답례로 보내드립니다.

 

 

그대는 나의 깊은 어둠을 흔들어 깨워

밝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 줘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 줘

 

부탁해~ 부탁해~

 

어린 횃불이 되고픈 나를

마음 속의 고향에서 잠자는 나를

천진난만하게 사는 나를

맥 빠진 눈을 가진 나를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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