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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19회)

 

들리세요? (19회)

 

 

1

 

지난 방송에서 ‘트리케라톱스’님이 도서관에서 그림책 보는 재미에 대해 얘기를 해주셔서

저도 그림책을 보러 도서관을 갔습니다.

어린이 그림책은 너무 많은데 그림책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꼬마인형’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꼬마인형’님이 그림책을 꽤 좋아하거든요.

‘꼬마인형’님이 추천해준 책들을 골라 들고 하나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건 정서에 안 맞아서 몇 장 보다 말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다 읽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앉아서

그림책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맑아지면서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순수한 기운을 맘껏 느낄 수 있었지요.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봤던 그림책 중에 마음 속 깊이 스며든 책이 있어서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한 번 읽어보세요.

여러분 마음 속에도 순수하고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 겁니다.

 

- 여우의 전화박스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가 둘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기 여우가 알 수 없는 병으로 죽고 맙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에 적어 있던 엄마 여우는 어느 산길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서 사람 소년이 엄마와 통화를 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 여우와 사람 소년의 교감이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일종의 판타지 동화인데 엄마 여우의 슬픔과 사람 소년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눈물을 흘리게 하는 가슴 찡한 동화입니다. 그림책이라기 보다는 동화책에 가깝지만, 중간 중간 삽화처럼 그려진 파스텔톤의 그림도 따뜻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 우리 할아버지 (정설희 그리고 씀) : 세상에서 손녀를 가장 귀여워하는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손녀도 할아버지가 좋아서 할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자꾸 정신을 깜박깜박 하더니 오랫동안 오시지를 않습니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엄마에게 할아버지 보러 가자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와 손녀는 요양병원에 가서 할아버지를 만나지만 할아버지는 손녀를 알아보기도 하고 몰라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손녀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자주 병원에 가고, 할아버지가 자신을 잊지 않도록 자기 그림을 그려서 할아버지 침대 위에 붙여 놓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표정 하나 하나가 살아 움직이는데 그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무슨 일이든 벌였다하면 손 크게 하는 할머니가 설날을 맞이해서 만두를 빚습니다. 그 소식에 신이 난 숲 속 동물들이 모두 몰려들어 할머니와 같이 만두를 빚기 시작하는데, 손 큰 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헛간 지붕을 뜯어 와서 만두소를 버무리고, 밀가루반죽은 마당을 지나 소나무 숲에 이를 정도입니다. 숲 속에 있는 모든 동물들이 모여서 며칠 동안 신나게 만두를 만들고 즐거운 설날을 맞이합니다. 내용은 별게 없는데, 만두를 만드는 과정이 참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어우러져서 만두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2

 

오래간만에 윤동주의 시를 읽었습니다.

참 순수하고 여린 사람이더군요.

오죽하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을까요.

그런데 그 속에 끈끈한 힘이 묻어 있었습니다.

겉은 부드러우면서도 속은 강한 외유내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겉은 여리고 속은 끈끈해서 쉽게 뽑히지 않는 풀과 같은 그런 것.

성민씨 생각이 나더군요.

이런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지요.

그럴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지요.

 

 

윤선생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겉이 부드럽든 여리든 강하든 뭐, 어떻든

속이 끈끈해야 하는 게 핵심이라는 말씀이겠지요?

음...

어려운 말씀이지만 가슴 속에 새겨두겠습니다.

윤선생님이 얘기하신 대로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네요.

지금은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으려고 합니다. 헤헤헤

 

짧지만 묵직한 사연을 소개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집니다.

차분하게 법능스님의 노래 한 곡 들을까요?

‘길’입니다.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은 

아무도 먼저 가지 않은 길

 

지금 당신이 걷는 그 길은

아무도 먼저 걷지 않은 길

 

저마다 길이 없는 곳에 태어나

동천 햇살 따라 서천 노을 따라

 

길 하나 만들고

음음음 음음

돌아간다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은

아무도 대신 가지 못할 길

 

지금 당신이 걷는 그 길은

아무도 대신 걷지 못할 길

 

저마다 굽이굽이 홀로 넘으며

동천 햇살 따라 서천 노을 따라

 

길 하나 만들고

음음음 음음

돌아간다

 

 

3

 

이번 겨울의 시작이 매서워서 그런지

요즘 들어 기온이 조금 포근해지니까

은근히 봄기운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겨울이 한창인 1월입니다.

앞으로 한 달은 더 추위를 견뎌야 한다는 얘기지요.

 

몸은 이미 추위에 적응이 돼서

추위를 견디는 거야 어려울 게 없지만

섣불리 봄기운을 품어버린 마음은

추위를 견디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마음 따라 앞서갔다간 감기 걸리기 십상이니

마음을 잘 다독이면서 좀 더 견뎌야지요.

하지만 내 마음이 봄을 품고 있어서

기분은 조금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상은의 ‘삶은 여행’ 들으면서 오늘 방송 기분 좋게 마칩니다.

여러분 기분도 살짝 밝아졌나요?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 피리

드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어제는 날아가 버린 새를 그려 새장 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눈물 잉크로 쓴 시

길을 잃은 멜로디

가슴과 영혼과 마음과 몸이 다 기억하고 있어

이제 다시 일어나 영원을 향한 여행 떠나리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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