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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31회)

 

들리세요? (31회)

 

 

1

 

고향으로 내려온 후 가장 큰 변화는

비다운 비가 자주 내린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태풍 같은 바람까지 불어와서 과하기도 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건조함에 시달리다보니

비가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

더군다나 모종을 심어야 하는 요즘은 더없이 소중한 비이기도 합니다.

 

비가 적당한 양으로 시원하게 내리는 날

라디오에서 오래간만에 ‘비 오는 날의 수채화’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보통 때라면 너무 익숙해서 귓가로만 스쳐들었을 노래가

빗소리와 함께 귓속으로 파고 들어왔습니다.

이런 기분도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노래 중에 “세상사람 모두 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가사가 유독 가슴 속으로 깊이 흘러듭니다.

저의 20대에는 이 가사와 같은 감수정이 풍부했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그 감수성이 살아났습니다.

 

오래 전 노래가

오래간만에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오래전 감수성을 사려낸 날

이 기분을 여러분에게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곳에 계신 분이라면 물이라도 시원하게 마시면서

이 노래에 귀를 기울여 보시렵니까?

 

강인원, 권인하, 김현식이 부릅니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콜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 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콜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오오오 오오 오오 오오오 오~

 

 

 

2

 

지난 방송에서 윤 선생님이라는 분이 소개해 주신 동화작가분의 책을 읽었어.

내가 동화라면 사죽을 못 쓰잖아. 호호호

동화 혹 아이들은 물처럼 맑고 자유롭더라.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기분이 업되지.

그래서 동화를 좋아하는 거고.

 

어느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였는데

아이들이랑 친구처럼 어울리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거든.

 

“ ‘나이도 어린 것들이’ 또는 ‘되바라진 애는 싫어요’하고 말하는 히스테리 할멈은 부끄러워하는 마음만 자라고, 좋아하는 감정은 죽은 사람이야. 그렇기 때문에 항상 메마른 표정으로 아이들을 닦달하는 거지.”

 

어때? 나는 이 말이 참 좋던데.

나이 어린 사람만보면 닦달하려드는 사람들은

분명히 좋아하는 감정은 죽고 부끄러워하는 마음만 자라고 있을 거야.

그래서 내가 꼰대들을 싫어하는 거야.

 

이제 몇 년 지나면 쉰 살이 되시는 성민이 아저씨!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잡초처럼 뽑아버리시고

좋아하는 감정만 키워가세요.

 

 

꼬마인형님이 뜨끔하면서도 따뜻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꼬마인형님이 얘기하신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꼬마인형님, 감사, 감사.

 

 

3

 

임길택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요

주로 탄광마을이나 산골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아이들하고 잘 어울리셨는지 아이들 글모음집도 내시고, 본인 시집도 내시고 그러셨더라고요.

우연치 않게 그 분의 마지막 시집을 보게 됐습니다.

1997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암세포가 몸을 갉아먹는 와중에도 시를 쓰셨던 겁니다.

시들이 참 말고 깨끗했습니다.

몸이 많이 힘든 상황에서도 이런 시를 쓸 수 있었다니...

 

이 시집에는 그 분이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쓰신 시도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가 자신의 마지막 혼을 짜내서 쓴 시였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시가 나온다는 게 상상을 초월합니다.

 

세월호 사건 1주기를 맞이하는 날

이 시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착하게 살자.”

 

 

산골아이32 - 첫 봇도랑 물

 

임길택

 

봄이 왔다고

상순이 아버지가 열어놓은

봇도랑에 첫 물이 흐른다.

 

겨우내 바람들이 쌓아두었던

흙 먼지, 나무 조각, 종이 부스러기들

봄이 왔다고

랄랄라 나들이 간다.

 

올해는 누구네 논으로 들어가 나락을 키울까

랄랄라 노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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