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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35회)

~들리세요? (35회)


1

오늘 방송은 사연을 하나 소개하면서 시작하려는데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성민이님이십니다. 히히히
성민이가 보낸 사연을 성민이가 소개하는 건데요
뭐, 어차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방송이니
이런 컨셉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성민이와는 조금 다른
또 하나의 성민이님의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고향에 내려와서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요즘이 바쁜 때라서 약간 걱정했었는데
바쁜 일들은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신경을 많이 써줘서
적응도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은근히 걱정했었던 초기 적응이 순탄하게 잘 되다 보니
긴장이 살짝 풀리면서
밑에 가라앉아 있던 문제들이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주로 부모님과 관계된 문제들인데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이 식사문제입니다.

 

아버지는 돼지고기를 좋아하시는데 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저는 닭고기를 먹는데 어머니는 약을 드시기 때문에 닭고기를 먹으면 안 됩니다.
다행이 이곳이 바닷가 동네라서 다양한 생선으로 무난하게 고기 문제가 해결되지만
어머니는 체질상 날 것을 잘 드시지 못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양보하시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기가 아니라 양념입니다.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은 양념을 많이 넣어서 얼큰하게 드시는 걸 좋아하는데
위염에 있는 저는 자극적인 양념을 극도로 피합니다.
이 문제는 은근히 심각합니다.
고기야 생선으로 합의하거나 누구 한 사람이 양보한다고 쳐도
얼큰한 찌개나 반찬을 좋아하는 부모님과 담백한 채식을 즐기는 저의 차이는
매 번 식사를 같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결국 점심 정도만 같이 먹고 나머지는 따로 먹고 있지만
그나마 같이 먹는 점심도 시간이 지나면서 은근히 신경이 쓰이게 됩니다.
김치처럼 양념이 많이 들어간 반찬은 오래가기 때문에 자주 만들지 않아도 되지만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 채소 반찬들은 자주 만들어야 하는데
일이 바쁘고 어머니나 제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방 맵고 자극적인 반찬들로 밥상이 차려집니다.

 

이런 과정이 한 달을 넘기면서
위염을 앓고 있는 제 위는 살짝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에 비례해서 저는 식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했고
부모님과 완전히 식사를 따로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혼자 밥 먹는 거 지긋지긋해서 싫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가능하면 제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 하고
아버지도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예전에도 이런 문제로 제가 짜증을 많이 내서
밥상을 따로 차려서 먹었던 적이 있어서
웬만하면 잘 맞춰서 같이 먹으려고 하는데
제가 짜증이라도 내면 부모님은 제 눈치를 봅니다.

 

제 눈치를 살피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나이가 많아지시면서 기력도 약해지시고 자식들에게 의지고 싶어지시는 부모님에게
큰 도움을 되지 못해도 작은 위안이라도 되어드리고 싶었는데
한 달 만에 눈치를 보게 만들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사소하지만 심각한 먹는 문제에 대한 성민이님의 사연이었습니다.
뭐, 성민이님이 먹을 반찬은 본인이 만드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듯한데
사연 속에 잘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문제들도 있겠지요.

 

성민이님, 이제 겨우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잖아요.
마음을 편하게 가지도록 노력해보세요.

 

성민이님을 위해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 들려듭니다.

 

랄라 랄라 랄라 랄라~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랄라라~랄라 랄라 랄라~

 

문득 외롭다 느낄 때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아래 있어요 우리 하나예요~
마주치는 눈빛으로 만들어 가요
나즈막히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작은 가슴 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랄라라~ 랄라 랄라 랄라~

 

혼자 서는 이룰 수 없어 세상 무엇도
마주잡은 두 손으로 사랑을 키워요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처럼
서로를 곱게 감싸줘요 모두 여기 모여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
랄라 랄라 랄랄라라~ 랄라 랄라 랄라~

 

작은 가슴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
랄라 랄라 랄랄라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랄라 ~
랄라 랄라 랄랄라라~ 랄라 랄라 랄라~

 

2

 

앞에서 먹을거리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벌이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의 요리 솜씨를 전수받는 ‘착한 엄마의 밥상 비법’입니다.
후후후후, 그래도 저희 어머니 음식 솜씨는 좋거든요.

 

지난 주부터 이번 주까지 귤을 따느라 바쁘다보니
어머니에게 요리 비법을 써달라고 조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써놓았다가 소개 못한 것들을 골라서 소개해드립니다.

 

- 된장찌개 : 된장, 두부, 애호박, 팽이버섯
- 갈치조림 : 갈치, 양념간장, 마늘 다진 것 조금, 물 조금, 구추가루
- 어묵볶음 : 프라이팬에 물을 조금 넣고 끓이다가 어묵을 넣고 볶는다. 어묵이 살짝 익어 가면 양파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하면서 좀 더 볶아준다.
- 미역줄기볶음 : 미역줄기, 당근, 양파, 간장, 참기름, 참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어묵볶음에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묵이 이미 기름에 볶아진 것이기에 식용유 대신 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소개해드렸던 가지볶음도 기름이 아닌 물을 사용합니다.

 

덤으로, 며칠 전에 귤 따는 걸 도와주시려 오셨던 분이 알려주신
‘우유로 요플레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1. 슈퍼에서 우유를 사온다.
2. 우유 뚜껑을 열어서 그냥 놔둔다. 끝.

 

푸흐흐흐. 정말 쉽지요?
이렇게 하루나 이틀 정도 상온에 놓아두면 자연발효가 일어나서 우유가 조금 묽어집니다.
그렇게 묽어진 우유 속에 유산균이 아주 활성화 되서 장 건강에 아주 좋은 무설탕 요플레가 되는 겁니다.
중간에 살짝 저어주면 더 좋고요, 더운 여름에는 저녁에 우유를 개봉해서 하루밤만 지나면 된다고 합니다.
발효가 된 후에는 냉장보관 하는 게 좋겠지요.

 

이 방법을 소개해주신 분의 얘기로는 지역에서 유통되는 우유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전국으로 유통되는 우유에는 변질문제 때문에 어떤 성분의 물질을 넣는데, 그런 우유로 발효해서 만들어진 유산균은 장까지 잘 이르지 못하고 도중에 많이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유통되는 우유를 사용해야 몸 속 생명력이 긴 유산균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플레는 먹어봤는데요
아무런 첨가물 없이 우유로만 만들어진 것이라서 상당히 밋밋합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있는 오미자차를 살짝 타서 먹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변색깔이 변하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변비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 정정합니다 : '우유로 요풀레 만들기'에서 우유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유에 유산균들이 들어가서 자연발효를 해야 합니다. 처음 만드실 때는 슈퍼에서 파는 요플레는 하나 사와서 우유에 넣고 상온에서 발효시키시면 됩니다. 그 이후부터는 그렇게 만들어진 요플레를 다른 우유에 조금씩 넣어서 발효시키면 된다고 합니다.

 

 

3

 

요즘 초등학생들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너무 맑고 깨끗한 글들이어서 제 마음이 맑아집니다.
여러분에게도 몇 개를 소개해드릴게요.

 


1982년 5월 13일 목요일
돈이 30원 있어서 그것으로 큰 풍선을 샀다. 그런데 불려니까 겁이 났다. 그래서 터지든 말든 우리 뒷집 아이에게 불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조금 물러나 귀를 꽉 막고 있었다. 한참 만에 고개를 들어 보니 아직 다 못 불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고개를 숙이려 하는데 ‘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게 망했구나 하며 땅바닥에 돼지코 아이가 풍선을 부는 것을 그려 놓고 뒷집 아이가 있는 쪽으로 화살표를 하여 “이게 너다, 이놈아.” 하고 써 놓았다.
(5학년 김미자)

 

1982년 9월 6일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올 때 갑자기 생각났다. ‘아차, 수첩.’ 하는 옆에 있는 문구사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100원짜리 수첩 주셔요.” “여기서 골라 봐라.” 나는 이리저리 골라 봤다. 그러나 수첩다운 수첩은 없었다. 수첩은 숙제나 과제물을 적으라고 나온 것인데 그림밖에 없다. “원, 이래서야 되겠나.” 나는 한참 동안 고르다가 적을 것이 많은 것을 찾아내었다.
(5학년 서향옥)

 

1982년 9월 7일 화요일
현숙이가 정아를 때렸다. 종명이가 지 동생이 내 동생한테 이긴다고 하였다. 삼일이도 그랬다. 나는 약이 올랐다.
“뭐야 내 동생이 가만히 있으니까 그렇지.”
삼일이는 아니라고 했다. 나는 내 머리에 뿔이 났다. 그래서 땅만 봤다.
(5학년 황재영)

 

1982년 9월 20일 월요일
나는 밤만 되면 꿈을 꾸는데, 그것도 무서운 꿈만 꾼다. 그래서 우리 형이랑 꼭 붙들고 잔다.
(5학년 우종우)

 

1982년 9월 27일 월요일
‘와.’ 내일이 바로 실습하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 숙제가 많아서 할 기운도 없다. 나는 “어휴, 학교에 가서 하자.” 하고 그냥 책가방만 싸 놓고 놀았다.
그러나저러나 선생님은 왜 이렇게 일기도 쓰게 하고 숙제도 자꾸 내 주는지 더욱더 선생님이 미워진다.
내일은 선생님한테 맛있는 샌드위치와 과일을 드려야지. 그리고 선생님한테 숙제 좀 많이 내 주지 말고 조금조금만 내 다라고 해야지.
(5학년 김미영)

 

1982년 9월 24일 금요일
아버지가 오늘 손을 다치셨다. 많이 다쳤는지 일곱 바늘을 꿰매었다. 돈도 없어서 무얼 산다고 하는 말이 입 밖에 나오지 않는다.
(5학년 송순호)

 

1982년 6월 9일 수요일
목욕탕 옆에 계시는 아저씨가 학교 다니는 2학년 아이를 데리고 놀러 왔다. 난 그때 속제를 하고 있었다. 2학년 아이가 아저씨보고 하드 사 달라는 걸 아저씨는 내가 공부하고 있다고 형 본 좀 받으라고 했다. 난 그때 얼굴이 빨개졌다.
(5학년 김현국)

 

1982년 6월 25일 맑음
수업이 끝낳고 집으로 가서 공을 차려고 하였다. 그런데, 중학교 있는 데서 어떤 아저씨가 쓸쓸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이상하게도 물 위에 떠 있는 오리만 보고 있었다.
집에서도 그 아저씨 생각이 났다.
(5학년 박광일)

 

어떠신가요?
순수함이 흘러넘치지요?
탄광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맑은 도랑물이 졸졸졸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1982년에 국민학교 5학년이었다면
지금은 제 나이와 비슷한 중년의 어른들이 됐을 겁니다.
그때 마음속에서 흐르던 맑은 도랑물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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