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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39회)

~들리세요? (39회)

 


1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오래간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소설이었지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은근히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참 괜찮은 소설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요즘 프로야구의 열기가 한창이지요.
4년 연속 우승을 해낸 삼성은 역시나 강하고, 만년 하위팀이었던 한화는 김성근식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신생팀 kt는 저 멀리 떨어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전설적인 최하위팀 삼미 슈터스타즈에 대한 얘기를 읽는 재미는 색다릅니다.
프로가 되고 싶었지만 프로가 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색다른 아마추어의 철학을 읽어내는 박민규의 재치와 감성에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책 중간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언론은 연일 실직자들의 문제를 보도했다. 마치 하나의 샘플처럼-가족과 동반 자살한 40대 가장의 이야기, 노숙자로 전락한 대기업 간부의 이야기, 또 도산공원의 비둘기들 사이에 섞여 신문의 구인란을 뒤지는 실직자들의 인터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살길이 막막해요.” 모자이크로 처리한 얼굴, 변조된 음성이 계속해서 귀를 간질였다. 마치, 희생된 양의 울음 같다. 먹이 타는 냄새와 함께,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모자이크는 왜 한 거지?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 라고, 조성훈이 얘기했다. 부끄러운 거야. 라고, 내가 답했다. 왜? 놈이 다시 물었다. 나는 침묵했다. 왜 부끄러운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왜? 집요하게 놈이 다시 물었다. 진 거지니까. 결국 나는 그런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지면 어때?
조성훈이 얘기했다.

 


저도 프로야구를 좋아합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은 LG인데요, 요즘 아주 죽을 쓰고 있습니다.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는 경기가 많아서 야구 보는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 LG의 경기를 보면서 “지면 어때?”라고 태연하게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걸 보려는 거지 지는 걸 아무렇지 않게 보기는 싫거든요.
그래서 저의 요즘 전략은 “지면 어때?”가 아니라 “야구 안보면 되지”입니다. 크크크크


메르스 때문에 전국이 난리지만
바다 건너 섬에서 혼자 농사지으면 살고 있는 저는
그저 뉴스로만 소식을 접할 뿐입니다.
중부지방은 가뭄이 심각하다고 난리지만
1주일에 한 번씩 적당량의 비가 계속 내려주는 이곳은
한 달 전에 심은 씨앗들이 싹을 띄웠고 고사리도 풍작입니다.
이쯤 되면 도 닦는 사람처럼 초연한 자세로
“지면 어때?”라고 얘기해야 될 것 같은데
말을 아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적이 부른 ‘적(敵)’이라는 노래 들러보실래요?

 


하루에도 우린 몇 번씩 꼭 철천지원수를 만들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그 적들의 등에 저주를
사실 생각하면 작은 일인데
그저 나의 발을 밟은 것인데


나아아 나
조금씩 난 미쳐 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내 안에 자라는 증오는 또 무엇을 향한 것인지
이건 내 잘못이 아닌데 그 누군가가 나를 방해해
만인의 적들이 득실거릴 때 그때는 도리어 또렷했는데


나아아 나
조금씩 난 미쳐 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나 조금씩 날 잃어가고 있다


나나나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눈동자는 늙고 힘센 팔뚝 병들어
나 생의 변두리 흐느적거리며
똑같은 말만 뱉는다


나를 그대로 버리지마
조금씩 난 미쳐 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나 조금씩 날 잃어가고 있다
나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적 같은 건 내게 필요 없다

 


2


먹는 것에 대해 은근히 신경을 써야하는 여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오늘 ‘착한 엄마의 밥상비법’에서는 여름에 해 먹을 수 있는 음식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한 가지는 조금 어렵고, 한 가지는 비교적 쉽습니다.
저도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것만 먹고 직접 만들어 먹지는 못했지만
이번 여름에는 제가 직접 만들어 볼까합니다.


자 그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여름철 냉국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냉국의 주재료는 여러분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를 취향에 맞게 썰어서 드시면 되니
여기서는 냉국 양념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된장, 고추장(또는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양파, 설탕을 넣어서 골고루 저어주기만 하면 냉국 양념이 만들어집니다.
저희 동생은 마늘과 양파를 다지지 않고 다른 양념과 함께 믹서로 갈아준 후 병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저희 어머니는 믹서로 갈면 맛이 별로라고 하더군요.
여러분 취향에 맞게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름이라고 차가운 것만 먹으면 안 되니까 이번에는 뜨거운 닭계장을 소개합니다.
닭계장은 조금 손이 많이 갑니다.
먼저 하루 전에 고사리를 물에 담가둬야 합니다.
하루 동안 물에 불린 고사리를 다시 20분 정도 삶습니다.
그리고 닭 1마리를 40분 정도 푹 삶고 뼈를 발라냅니다.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고사리와 고춧가루, 소고기 다시다를 넣어서 버무립니다.
이렇게 양념이 된 닭고기를 다시 냄비에 넣고 끓입니다.
중간에 소금으로 간을 하시고 다 끓었다 싶으면
대파와 밀가루를 냄비에 넣어서 잘 저어주고 불을 끕니다.
마지막에 넣어주는 밀가루는 그냥 넣지 마시고
컵에 밀가루 한 주저와 물을 약간 넣어서 저어준 후에 냄비에 넣어주면 됩니다.


닭계장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가지만
큰 솥으로 만들어두었다가 식힌 후에
비닐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간단한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3


메르스의 공포가 온 나라를 완전히 사로잡아 버린 요즘입니다.
메르스라는 전염병에 대해 차분하게 들어보면 살 떨리게 무서운 병은 아닌 것 같은데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을 막아내지 못하는 현실이 무서운 것이겠지요.
대통령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고
장관은 “괜찮아, 괜찮아, 걱정 마” 이러고만 있고
의사나 전문가들은 정부 욕만 하고 있고
자기 말에 책임감이 없는 언론들만 신나서 떠들어대고 있는데
뭐, 한 마디로 믿을 구석이 어느 한 군데도 없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각자가 알아서 잘 해라 이런 건데...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이 얼마나 허술한 나라인지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살벌한 정글의 법칙에 적응해야 하지요.
낙오되면 죽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장관만이 아니라 주위에도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바다 건너 남의 일을 보듯이
메르스에 대한 뉴스를 보며
“나는 누군가에게 믿을 만한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질문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전혀!”라는 답이 따라옵니다.


누군가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신뢰하고 사랑한다는 것이겠죠.


바다 건너 남의 일 보듯이 메르스 사태를 보며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중얼거려봅니다.


Simon and G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들으며 오늘 방송 마칩니다.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ll dry them all I'm on your side


Oh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When you're down and out
When you're on the street
When evening falls so hard
I will comfort you
I'll take your part


Oh when darkness comes
And pain is all ar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Sail on silver girl,
Sail on by
Your time has come to shine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See how they shine


Oh if you need a friend
I'm sailing right beh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ease your m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ease your mind.


당신이 의기소침에 있을 때나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주고 내가 당신 곁에 있어 주리라


오 고난이 몰아닥쳐
친구도 찾을 수 없을 때
거센 파도 위의 다리와도 같이
나 당신께 바치리라
거센 파도 위의 다리와도 같이
나 당신께 바치리라


당신이 궁색해져 있을 때나
당신이 거리에 나앉아 있을 때나
당신이 견디기 힘든 밤이 찾아들 때나
나 당신을 편안하게 해주리라
그 짐을 함께 나누리라


오 어둠이 찾아오고
고통이 나를 애워싸도
거센 파도 위의 다리와도 같이
나 당신께 바치리라
거센 파도 위의 다리와도 같이
나 당신께 바치리라


항해를 계속 해봐요 은빛 소녀여
항해를 계속 해봐요
당신의 미래가 밝아오고 있어요
당신의 모든 꿈들이 이뤄지고 있어요
저 미래와 꿈들이 얼마나 빛나는지 바라보아요


오 당신이 친구가 필요하면
나 그곳에 항해하리라
거센 파도 위의 다리와도 같이
나는 그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께요
거센 파도 위의 다리와도 같이
나는 그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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