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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33회)

~들리세요? (33회)


1

 

안녕하세요.
제 친구가 오래전에 소개해줬는데 오늘에야 들어와서 읽어보게 됐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되면 종종 들어와서 이런저런 읽을거리들도 살펴보고, 가능하면 제 의견도 몇 줄이나마 적어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이런 독특한 방송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신하기는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의 감성을 외로움으로 달래려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만, 나름 생각하신 바가 있어서 실행해보시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관심을 가져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으로 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이런 날씨를 확인하게 되면 보통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나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법이지만, 저는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는 가방을 짊어지고 도서관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해야만 했습니다.
청년 백수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새삼스럽게 나 혼자만 이런 것은 아니어서 특별히 신세한탄 할 일은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날 도서관에서 가서 취업 공부를 해야 하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마음은 더욱 어두워지고, 머리 속은 그에 비례해서 더더욱 무거워져가기만 하지만, 나의 발걸음을 평소의 습관을 놓치지 않고 도서관을 향해갔습니다.

 

오늘 같은 날 가족이나 연인이나 친구들과 같이 나들이 나가신 분들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즐겁게 봄을 즐기시고 돌아와서는 잠시나마 이런 날에도 도서관에서 무거운 책들을 더 무거운 머리 속에 집어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특한 방송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참여 속에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killme님이 보내주신 사연이었습니다.
생소한 방송을 찾아와 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사연까지 보내주셔서 두 배로 고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밭들이 많은데요
중간 중간 보리밭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농촌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서
보리밭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보리가 어떻게 생겼냐하면요,
가느다란 줄기가 허리 높이 정도로 곧게 뻗어 있고
그 끝에 가운데 손가락만한 길이로 보리이삭이 붙어 있고
이삭 주변으로 가느다란 수염 같은 것이 붙어 있습니다.
얼핏 강아지풀이랑 비슷하기는 한데
강아지풀보다는 더 곧고 빽빽합니다.
보리 줄기 하나하나의 모습은 세련되고 날렵한 느낌을 주는데
그 줄기들이 촘촘하게 들어차서 밭을 가득 채우면 꽉 찬 느낌을 주고요
거기에 바람이 불어 보리들이 살랑거리면 더없는 자유와 여유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영국 영화감독인 켄 로치의 영화 중에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아일랜드인들의 얘기를 다룬 영화인데요
잔인한 식민지 통치와 목숨을 걸고 그에 저항하는 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아일랜드인들의 절박함과 처절함으로 영화 전체를 물들여 놓았는데
왜 이런 영화의 제목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인지를 보리밭을 보면서 생각해봤습니다.

 

killme님이 보리밭을 보신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검색으로라도 한 번 찾아보세요.
그리고 마음 속으로라도 그런 보리밭 옆을 걸어보세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killme님에게 뭐라고 속삭일 겁니다.
들리세요?

 


내가 두 눈을 떴을 때
흰 것과 검은 것,
높은 하늘의 많은 별,
그리고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구별 할 수 있는 빛나는 두 눈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귀뚜라미와 까나리오 소리,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이런 소리들을 밤낮으로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청각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어머니, 친구, 형제
그리고 내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춰주는 빛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는 단어의 소리와 문자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도시와 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평원
그리고 너의 집과 너의 길,
너의 정원을 걸었던 그 피곤한 나의 다리로 행진을 하게한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인간의 지식의 결실을 볼 때
악에서 아주 먼 선을 볼 때
너의 맑은 두 눈의 깊이를 볼 때
그것을 알고 떨리는 심장
그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불행을
내가 구별하게 한 웃음과 울음을 내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웃음과 울음으로 내 노래는 만들어졌고
모든 이의 노래는 같은 노래이고
모든 이의 노래는 내 자신의 노래입니다.

(비올레타 파라의 ‘삶에 감사해’)

 


2

 

지난 방송부터 시작한 ‘착한 엄마의 밥상비법’ 두 번째 순서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조림과 볶음 종류로 소개해 그리겠습니다.
어머니께 가능하면 요즘에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적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으니
여러분도 한 번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 고등어 김치 조림 : 고등어 1마리, 김치, 마늘 다진 것 -> 약한 불에 20분 정도 조림
- 고등어 무 조림 : 고등어 1마리, 무 작은 것 1개, 양념간장, 고춧가루, 마늘 다진 것 -> 약한 불에 20분 정도 조림
- 가지 볶음 : 가지 2개, 양파 1개, 양념간장, 다진 마늘, 물 조금
- 닭고기 볶음 : 닭 1마리, 감자 2개, 당근 1개, 양념간장, 물 조금
- 멸치 볶음 : 식용유를 조금 넣고 멸치를 볶다가 불을 끄고 물엿과 참기름을 넣고 저어준다.

 

‘양념간장’에 대해서는 지난 방송에서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렸으니
궁금하신 분은 지난 방송을 확인해주세요.

 

멸치 볶음은 제가 한 번 해봤는데요
불을 약하게 하고 오래 볶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볶는 시간이 조금 길었더니 과자처럼 딱딱해져버리더군요.
아무래도 비법 메모만으로는 어렵고 숙련된 조교의 도움이 필요하더군요. 헤헤헤

 

어머니에게 간단한 요리비법을 배우는 와중에 어머니 친구분을 찾아갔습니다.
그 분은 집에서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잘 만든다고 해서 배워볼까 해서 갔는데
배운 건 많지 않은데 이것저것 먹을 것들만 잔득 얻어왔습니다.

 

그 분에게서 배운 두 가지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첫째는 ‘즉석 장아치’라고 이름을 붙이셨는데 제 눈에는 ‘야채 피클’이랑 비슷했습니다.
뭐, 이름이야 어떻든 상관없지요.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무, 당근, 양파, 고추를 작당한 크기로 썰어서 통에 넣습니다.
거기에 물 6컵, 설탕 3컵, 화이트식초 3컵, 왕소금 1컵, 간장 1/2컵을 넣어서 잘 저어줍니다.
이러면 끝입니다.
별도로 숙성시킬 필요 없이 적당한 그릇에 담아서 그대로 먹으면 됩니다.

 

두 번째는 ‘돼지감자 장아치’라는 것인데 저는 ‘돼지감자’라는 걸 처음 봤습니다.
우둘투둘하게 생긴 감자인데 껍질을 벗질 필요 없이 수세미로 겉을 깨끗이 씻어내서 잘게 썰어서 그릇에 담습니다.
거기에 왕소금을 조금 넣고 비벼준 후에 매실 엑기스를 넣어 주면 끝입니다.
덜 달게 먹고 싶으면 소주를 약간 넣어줘도 된다고 합니다.

 

이 요리의 핵심은 매실 엑기스인데요
매실 엑기스는 씨를 제거한 매실을 잘 씻어서 유리병(또는 항아리)에 넣고 설탕과 1:1의 비율로 저며서 3개월 이상 발효시키면 된다고 합니다.

 

워낙 고수의 가르침이라 아주 쉬워 보이기는 했습니다.
아직 제가 직접 만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한 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 맛이 제대로 날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히히히

 


3

 

어제 ‘리틀 포르세트’라는 일본 영화를 봤습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를 갖고
아주 깊은 산골마을로 들어가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그곳에서 나는 것들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어떤 여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영화 내용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해서
농사짓고 요리하고 그 요리를 나눠먹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시골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여러 가지 요리들이 맛깔스럽게 이어졌고
사람들의 모습이 소박하면서도 정겨웠습니다.
그런 모습들 중간 중간에 스쳐가듯이 도시에서의 상처가 살짝 드러나서
알싸한 향신료 같은 묘한 느낌이 마음 속에서 솟아올랐습니다.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다들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자연과 어우러진 요리에 정성이 들어가면 마음이 살찐다는 것도 느꼈고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성민이님도 떠올랐습니다.
거기다가 요리까지 배운다고 하니 제가 본 영화랑 너무 비슷한 상황인가요?

 

성민이님은 어떤 마음의 상처를 안고 고향으로 가셨는지 모르지만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런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자체가 부럽습니다.
아! 이런 얘기하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아무튼 오래간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화여서
성민이님과 이 방송을 보시는 다른 분들에게 소개해드립니다.

 

한지은님이 좋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혹시 파일을 갖고 계신다면 공유 부탁합니다.

 

그리고, 음...
이곳 생활이 그런 영화 속의 모습들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도시의 삭막함보다는 훨씬 났기는 하지만
여기도 똑같이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곳입니다.
도시의 삭막함과는 다른 결로 농촌의 완고함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아... 뭐...
한지은님이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저도 그런 얘기를 늘어놓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한지은님이 소개해주신 영화를 보지 못해서 영화에 대해 뭐하고 얘기 할 수는 없지만
이 방송이 그 영화와 비슷한 느낌의 방송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직접 어루만져주지는 못하더라도
“호~” 하고 입김은 살며시 불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제가 지금보다는 몇 배는 더 착해져야 되겠지요.
아자, 아자, 노력해봅시다!

 

국카스텐의 ‘스크래치’ 들으면서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더 던져도 돼 이 정도는 다쳐도 돼
댓츠 올라잇 서툴게 받아쳐줄게 온몸 가득하게

 

더 짖어도 돼 어차피 더 큰소리가 너의 뒤에 있어
숨가쁘게 꿋꿋하게 견디고 견뎌서 버틸게

 

다 가져도 돼 이 가방도 필요 없어
댓츠 올라잇 새롭게 모두 버릴게 나만 남겨두고

 

다 숨겨도 돼 어차피 내가 온 길을 외우진 않았어
씩씩하게 과감하게 견디고 견뎌서 버틸게

 

어림도 없어 아픔마저도 선택할 수 있어
언제나 언제나 나는
험한 이곳에 등을 밀어도 무서울게 없어
아무도 아무도

 

온몸에 가득히 물들은 상처 위에 꽃이 핀다
지쳐가는 그댄 어디 있었나
떠다니는 그댄 어디 있었나
어디도 없어 어디도 없어
넌 어디도 없어

 

어림도 없어 아픔마저도 선택할 수 있어
언제나 언제나 나는
험한 이곳에 등을 밀어도 무서울게 없어
아무도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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