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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54회)

~들리세요? (54회)

 


1


제가 사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끔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일가족을 다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지요.
그리고 이 새아빠라는 사람은 어린 딸에게 성적 괴롭힘을 일삼았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9년 동안 친아빠에게 성적 학대를 받으며 자라야했던 은수연씨가 떠올랐습니다.
또 다른 은수연이 책이 아니라 제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새아빠라는 사람에게서 제 얼굴이 살짝살짝 드러나는 듯도 합니다.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 과 동기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운동 하는 사람들은 왜 세상의 어두운 면만 보려고 하냐?”
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세상에 분명히 어두운 곳이 존재하는데, 아무도 그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잖아.”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누가 애써 외치지 않아도 우리는 세상이 살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에 대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요?

 


저무는 시대 싸늘한 신
쫓기는 너 어디 가니?
애매한 믿음 버려진 채
쫓기는 너 어디 가니?
노랗게 번지는 그대의 소리를 들어보네
사람과 사람의 사랑의 소리를 들어보네


서로의 시선 흩어지고
쫓기는 너 어디 가니?
달려가 잡은 떨리는 손
쫓기는 너 어디 가니?
노랗게 번지는 그대의 소리를 들어보네
사람과 사람의 사랑의 소리를 들어보네


가슴은 타고 있어
서로를 찾고 있어
끝없이 쏟아지는
빛으로 사라졌어


가슴은 타고 있어
서로를 찾고 있어
끝없이 쏟아지는
빛으로 사라졌어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대답이 없었던 차가운 신들과 쫓기는 우리의 하루는
다시는 절망을 부르지 않겠어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대답이 없었던 차가운 신들과 쫓기는 우리의 하루는
다시는 절망을 부르지 않겠어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쫓기는 너 달아나는 신


(허클베리핀의 ‘쫓기는 너’)

 


2


이어서 꼬마인형이 진행합니다.
오래간만에 한지은님에게서 사연이 왔어요.
읽어드릴게요.

 


긴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오래간만에 부모님 도와드린다고 일찍 내려갔더니 거의 1주일짜리 연휴가 됐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마음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저한테 관심을 많이 주실까요?
대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은 왜 그렇게도 많이 하는지...
부모님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는 순간, 참았던 화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폭발의 잔해를 채 치우지도 못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버렸습니다.


집안 청소를 하며 감정의 잔해도 함께 치우고 있었는데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오랜 투병생활로 고생하시던 선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집안 청소도 감정 정리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빈소를 찾았습니다.
헬쓱해진 선배의 모습을 보며 위로의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친한 선배라 마음이 더 안쓰러웠습니다.
저를 이뻐해 주시던 아버님의 얼굴이 떠올라 착잡해 지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심란하기만 했습니다.

 

 

한지은님, 제가 노래 하나 불러드릴게요.
‘선인장’이라는 노래거든요.
이 노래 듣고 힘내세요.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 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서 있을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봄에 서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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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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