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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50회)

~들리세요? (50회)

 


1


여름의 기운이 확실히 줄어들고 점점 가을로 넘어가는 요즘
저는 여름을 견뎌낸 수확의 재미가 쏠쏠치 않습니다.


지난 여름 그 뜨거운 햇살을 자양분으로 삼은 참깨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익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참깨를 다 베어내고 햇볕에 말리고 있습니다.
비를 맞으면 썩어버리는 참깨의 특성 때문에
계절이 바뀌면 비가 자주 오는 요즘은 온 신경이 날씨에 가 있습니다.
나름 정성을 들여 말리고 있는 참깨는 많이 여물어서
조금 있으면 깨를 털어야 합니다.
제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첫 수확이라서
살짝 긴장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참깨와 함께 지난 여름의 열기를 이겨낸 것은
종이접기 작품들입니다.
여름을 견딘다는 생각에 석 달 동안 열심히 접었더니
꽤 많이 쌓였습니다.
가까운 곳에 전교생이 100명 조금 넘는 초등학교가 두 곳 있는데
한 아름씩 싸들고 갖다 좋습니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반가워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수확의 기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줬습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라는 말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요즘은
행복합니다.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들어볼까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아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 거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 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점심을 함께 먹어야지 새로 연 그 가게에서
새 샴푸를 사러 가야지 아침 하늘빛의 민트향이면 어떨까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월요일도 화요일도 봄에도
겨울에도 해가 질 무렵에도
비둘기를 안은 아이같이
행복해줘 나를 위해서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랄라라라라~

 


2


밭 한쪽 구석에 호박과 고구마를 심어놓았는데
줄기가 엄청나게 뻗어서 황성한 생명력이 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박과 고구마를 수확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지만
여기저기 뻗어나간 줄기와 잎은 별미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착한 엄마의 밥상비법’은 호박잎과 고구마줄기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합니다.


호박잎으로는 아주 간단히 국을 끓일 수 있습니다.
연한 잎을 골라서 대 여섯 장 정도 따내고
까칠까칠한 줄기의 겉껍질을 살짝 벗겨냅니다.
그리고는 호박잎을 손으로 비벼서 물에 씻어준 후 적당한 크기로 찢어줍니다.
냄비에 물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호박잎을 넣고 멸치다시다로 간을 해줍니다.
다시 끓어오르면 밀가루 한 숟가락 정도를 물에 풀어서 냄비에 넣어주면 끝입니다.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의외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좋습니다.


고구마줄기로는 무침을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고구마줄기는 길게 뻗어나간 줄기가 아니라
옆으로 잎사귀를 달고 살짝살짝 빠져나온 줄기를 꺾습니다.
20마디 정도 꺾으면 한 번 먹을 분량이 나오는데
잎사귀를 때내고 줄기의 겉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이게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소금을 약간 넣은 후 다듬은 고구마 줄기를 넣어줍니다.
고구마 줄기를 넣고 강한 불로 5분 정도 푹 삶아준 후
찬물에 씻어주고 나서
양념 된장과 깨를 넣어서 버무려 주면 됩니다.


양념 된장은 예전에 한 번 소개해드렸는데요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 물엿을 함께 넣어서 버무려 주면 됩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고구마 줄기는 겉껍질을 벗겨서 팔고 있으니
껍질 벗기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3


요즘 제가 기르고 있는 개 ‘사랑이’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개를 직접 길러 본 것이 처음이라서 더 고민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큰 고민을 개를 묶어서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밭에서 기르기 때문에 웬만하면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다니고 하고 싶어서
제가 일을 할 때는 사랑이가 돌아다니며 작물을 좀 밟아도 놔둡니다.
그런데 밭 바로 옆으로 도로가 있어서 사랑이가 밖으로 나갈 때가 고민됩니다.
대문이 있어서 문을 닫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못하고
도로 쪽으로 나가지 못하게 훈련을 시키는 방법도 모르겠어서
아주 잠시만 풀어놓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묶어둡니다.
그러다보니 사랑이를 풀어주고 나서 다시 묶으려고 하면
사랑이가 눈치를 채고는 저에게 오려고 하지 않기도 하고
억지로 잡아서 끌고 가려고 하면 버티면서 저항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랑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가끔 풀어 줬을 때 밖으로 나가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때는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 하기도 합니다.
밖에서 차들이 경적을 울리는 소리만 들려도 신경이 날카로워지지요.
그래서 사랑이가 불쌍해도 웬만하면 묶어놓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또 다른 고민이 더 생겼습니다.
한 살이 다 되어가는 사랑이는 이제 더 이상 강아지가 아니라 개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부모님 집에도 백호라는 개를 키우는데 사랑이를 데리고 가서 둘이 놀게 놓아두었더니
서로 신나게 놀다가 어느 순간 사랑이가 발정을 해서 백호에게 올라타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사랑이를 붙들고 백호에게서 때어놓았습니다.
다시 사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줄에 묶고 몸을 쓰다듬어주니
순한 눈으로 가만히 저를 바라보는데
“개를 키우는 게 개한테 못할 짓 많이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짐승을 기른다는 게 사람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서 개의 입장을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고민스러워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딱히 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해줘서 오히려 마음만 불편해지는데
그럴 때면 개를 기르고 싶은 마음이 싹 없어집니다.
하지만 외딴 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제 입장에서 많이 의지가 되는 것이 사실이고
마을에서 동떨어진 외딴 집을 지키는 데도 유용한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개를 기르는 것은 참 이기적인 젓인가 봅니다.

 


안녕, 미미 너는 오늘도 행복했는지안녕, 미미 나는 오늘도 행복했는지
물기에 젖은 저녁의 바람과 강가에 앉은 사람의 휘파람
안녕, 미미 너는 오늘도 아름다웠겠지안녕, 미미 나는 오늘도 종일 꿈꿨어
안녕, 미미 부탁이 있어 행복한 네가 나를 구해줘안녕, 미미 부탁이 있어 행복한 네가
안녕, 미미 너는 오늘도 행복했는지안녕, 미미 나는 오늘도 행복했는지
물기에 젖은 저녁의 바람과 강가에 앉은 사람의 휘파람
안녕, 미미 너는 오늘도 아름다웠겠지안녕, 미미 나는 오늘도 종일 꿈꿨어


(자우림의 ‘안녕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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