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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47회)

~들리세요? (47회)

 


1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분의 블로그에 쓰여진 글을 읽게 됐습니다.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이었는데
몸이 아파서 힘들어하시는 것 같은데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는 것 같더군요.
사회운동 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자기 몸을 챙기지 못하면서
헌신적으로 활동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안쓰러우면서도 박수를 보내게 되지요.


그런데 저는 그 이후에 이들이 어떻게 되는 지를 이래저래 경험했습니다.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는데도 헌신성으로 버티던 분들 중에는
40~50대라는 한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병이 심각하게 돼서 어렵게 요양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심하게 망가진 상태에서 서서히 잊혀진 존재가 되어갑니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게 제가 경험한 진보운동의 현실이었습니다.


노동운동을 했던 저는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소리 높여 외쳐왔지만
정작 제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건강이 이상신호를 보낼 때는 무능했고
몸과 마음이 심하게 망가졌을 때는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이 방송을 보시는 분 중에 이와 비슷한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몸이 이상신호를 보낼 때 과감하게 결단하시길 바랍니다.
한 번 나빠지기 시작한 몸은 점점 나빠지고
몸이 병들면 마음도 병들게 됩니다.
병든 패잔병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습니다.


쏜애플의 ‘백치’ 듣겠습니다.

 


가지 말아요
나랑 좀 더 놀아줘요
빨간 해가 쏟아져도
어지러이 춤을 춰줘요
밤은 추워요
피를 좀 더 흘려줘요
내게 침을 뱉어줘요
앓고 있는 병을
내게 옮겨주세요
그대의 말투라든가 몸짓을
빠짐없이 흉내 내봐요
이로써 나는 한층 가벼워져
편안해져요


그러다 무심코 뒤돌아 보니
그림자가 없다
무시무시해
구해주세요
여긴 날씨가 나빠요
물이 자꾸 불어나요
누구보다 나를 먼저
건져내 줘요
그대의 버릇과 습관 따위가
나를 점점 옥죄어 와요
숨이 막히니 오늘 밤은
혼자 잠을 잘래요


그러다 무심코 뒤돌아 보니
너는 대체 누구?
무시무시해
어차피 이 지구에선 모두 외톨이
"나를 구해줘요" 따윈 모두 헛소리
서로서로 잡아먹는 짐승의 놀이
알면서도 계속하는 나는 멍청이
저기 혼자 네가 떠내려가네
손을 높이 들고 뭐라 말하네
어렴풋 알아들을 순 있지만
난 너를 구해주지 않을래
저기 건너편에 닿은 그대가
몸을 벌벌 떨며 뭐라 말하네
어떤 말을 해도 이제 우린 그저
너와 내가 되어버렸네

 


2


올해 광복 70주년이라고 임시 공휴일도 지정하고 난리인데
혼자서 조용히 농사짓고 지내는 저한테는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70주년이라는 숫자가 와 닿더군요.
작년에 저희 아버지 칠순이셨거든요.


아버지가 1944년생이시니 광복되기 한 해 전에 태어나셨고
어머니가 1948년생이시니 대한민국이 건국되던 해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제야 70년이라는 게
사람에게는 인생의 후반기이지만
국가로서는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젊은 시기입니다.


20년 전에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가 1906년생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민지시절과 해방과 전쟁과 군사정권과 민주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경험하셨지요.
저희 증조할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그 분은 조선시대에 태어나셨던 것입니다.


물론, 할머니들이나 부모님과 역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제 경험 속의 인물들의 손을 잡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길이를 가늠해보니
손끝에 가물가물 와 닿을 정도입니다.


역사라는 게 까마득히 멀리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가 요 모양 요 꼴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시에 그래서 그런지 참 역동적인 나라이기도 합니다.


광복 70주년을 맡아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식민지 시절에 발표되어 지금까지 불리는 노래 하나 들을까요.
남인수가 부릅니다.
‘애수의 소야곡’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오 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3


‘착한 엄마의 밥상 비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은 요즘 나는 것 중에 오징어와 단호박으로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제주도에는 한치가 많이 나서 한치를 생으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는데요
한기가 아니더라도 마트에 가면 오징어가 싸게 나왔을 겁니다.
마트에서 파는 오징어는 날 것으로 먹기는 그렇고 삶아서 먹으면 괜찮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건 대부분 손질이 됐을 테니 물에 깨끗이 씻어서
몸통과 다리를 잘라줍니다.
조금 큼지막한 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소금과 식초를 넣고 이어서 오징어를 넣어서 10분 정도 푹 삶아줍니다.
오징어 겉이 붉어지고 안에 먹물이 익을 정도의 시간 동안 삶아준 후
꺼내서 식힌 후에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초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으면 좋습니다.


단호박은 요즘 때가 약간 지나서 가격이 살짝 오르기는 했지만
뭔가 든든한 밑반찬을 원한다면 단호박 무침이 좋습니다.
단호박을 장만하는데 약간 손이 가는데요
먼저 단호박을 반으로 잘라서 속을 파냅니다.
그리고 칼로 겉껍질을 벗겨내야 합니다.
겉껍질을 벗겨내는 게 쉽지 않으니 조심조심 해서 벗겨내세요.
그렇게 속을 파내고 겉껍질까지 벗겨낸 단호박을 깍두기처럼 썰어줍니다.
냅비에 물이 끓으면 소금을 조금 넣고 썰어놓은 단호박을 넣어서 5분 정도 삶아줍니다.
너무 삶으면 으깨지기 때문에 옆에서 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상태를 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간에 하나를 건져내서 먹어보면 됩니다.
그렇게 익힌 단호박은 찬물에 식히지 말고 건져내서 그냥 식혀야 합니다.
식힌 단호박에 소금과 깨로 간을 하면 고소한 단호박 무침이 완성됩니다.

 


4


오늘 방송의 마지막은 꼬마인형이 진행할게요.
사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몸에 하나 둘씩 이상이 생기는 것은 익숙해졌는데
정신에 하나 둘씩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직 두렵습니다.


오랫동안 불면증으로 약을 드시고 있는 어머니가
어느 순간부터 깜박깜박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봤더니
아직 치매 증상은 없지만 기억력 감퇴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치매 예방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노파심에 이런 저런 운동도 권해보고
종이접기나 글쓰기 책읽기 그림그리기 같은 것도 권해보지만
평생 그런 것들을 해오시지 않은 어머니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저런 걱정들 때문에 몸은 쉼 없이 혹사를 합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내 뜻대로 잘 되지 않은 현실에 짜증을 내버리곤 합니다.
지금 부모님에게 가장 필요한 한 것은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임을 알면서도
저는 부모님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맙니다.


이런 날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부모님이 걱정돼서 하는 일이
오히려 걱정을 더 만들어버리니 말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연을 보내 주신 분은 ‘성민이’님입니다.
혹시 ‘성민이’가 그 성민이냐고요?
맞아요. 푸흐흐흐
아이~ 사연이 너무 안 들어와서 그냥 우리끼리 주고받고 그러는 거예요. 푸~으


에고, 조금 진지해야 하는데...
아, ‘성민이’님 부모님에 대해 걱정이 많으신가 봐요.
하긴 나이가 들어가면 애들처럼 이것저것 신경 쓰고 돌봐들려야 한다고 하니...
근데요, 이렇게 얘기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겁먹은 거 아니에요?
어머니보다 성민이님이 더 치매에 대해 걱정하고 긴장하고 그러는 거 같은데...


어느 스님이 쓴 책에 이런 말이 나와요.
남을 위한다고 하는 거의 모든 일은 사실은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고요.
부모님이 자식 위해 하는 것도 부모님이 원하는 인생을 위해서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우는 것도 내가 필요할 때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맞는 말인 거 같아요.


성민이님이 하는 걱정은 어머니의 걱정이 아니라 그냥 성민이님의 걱정일 뿐이에요.
자기 걱정을 어머니한테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푸~ 너무 과격했나? 헤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오늘 이 노래 땡기는데 한 번 들어볼래요?
클래지콰이의 ‘춤’

 


눈물을 닦아내지 않길 그의 길에 비가 되어 내리도록
미소를 환히 보여주길 그의 길에 빛이 되어 내리도록


어둠이 사라지면 구름이 지나가면
이제 눈물은 걷고 사랑스런 미소만
can you ever understand?
and you're always on my heart
put your arms around my soul till I get to you


dance now (hold your breath)
don't you cry
take my hand, hold your breath, the night is young
dance now (hold your breath)
show your smile
take my hand, hold your tears, the love is young


슬픔이 밀려오려 해도 take my hand, and dance with me, so you can see


뚜뚜 뚜루뚜...


dance now (hold your breath)
don't you cry
take my hand, hold your breath, the night is young
dance now (hold your breath)
show your smile
take my hand, hold your tears, the love is young


서로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그런 생각하며 후회하지는 말길
이제 때가 다가와 나의 여행 끝에서 to be with me so you can finally see


dance now
don't you cry
take my hand, hold your breath, the night is young
dance now
show your smile
take my hand, hold your tears, the love is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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