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들리세요? (126회)


1


세상이 어수선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유난히 어수선한 요즘
아주 조금은 평화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백 이십 육회 방송을 시작합니다.
오늘 방송은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뜨거웠던 지난 연말의 열기는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 열기가 너무도 생생해서 그런지 1월의 촛불은 조금 추웠습니다.
기온이 떨어져서 추운거야 참을만 했지만
점점 줄어드는 촛불의 개수와 식어버린 열기는
보일러가 갑자기 고장난 자취방처럼 스산하기까지 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받아온 에너지로 1주일을 살아갔던 것에서
1주일 동안 모아놓은 에너지를 촛불집회에서 태우고 오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이미 나의 집회이고 중요한 일상이 되어버렸기에
약간의 의무감 비슷한 마음으로 매주 촛불을 밝혔습니다.


그렇게 2월이 됐고
정치인들은 선거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데
박근혜 최순실 일당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발악을 하고
그에 따라 세상은 또 혼탁해져가고
그런 모습에 마음만 심란해지는데...


다시 촛불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봄순이 쏫아오르듯이 여기저기서 조용히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온기가 다시 느껴지는 촛불을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감싸봅니다.


촛불집회의 매력중의 하나는 참으로 다양한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처럼 유명한 연애인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라는 곳에 너무도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실감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레퍼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생각외로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서 흥겨운 자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쳐보니 그 분의 영상이 몇 개 있더군요.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합니다.


박하재홍의 '하쿠나마타타'입니다.
피처링은 한정훈과 변재원이 참여했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닐하우스에 설치한 열풍기입니다.
작년에 냉해피해를 입어서 한해 농사를 망쳤던지라
큰 돈을 들여서 지난 가을에 설치 했습니다.


기계를 작동하는 것이 까다롭지는 않지만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서 미숙함이 많은데
기름을 너무 많이 소비해서 며칠 전에 온도설정을 다시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지난 금요일 강력한 추위가 몰아닥쳤습니다.
재설정한 것이 문제없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전날 저녁부터 수시로 온도를 확인하며 긴장 속에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이웃 마을에도 우리와 같은 시기에 열풍기를 설치하신 아버지 친구분이 있는데
이 분도 걱정이 되셔서 그날은 비닐하우스에서 주무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제게 연락이 와서 온도설정이 잘됐는지 확인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도 어설펐지만 기본적인 확인과 간단한 조절을 해주고 왔습니다.


바람과 함께 눈이 내리는 가운데 쉽게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 2시에 깨고말았습니다.
노파심에 비닐하우스에 가서 기계를 확인해보니
기계가 돌아가야할 온도인데도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어려워서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마음을 졸이며 수시로 비닐하우스를 드나들었습니다.
기계를 잘못 만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기계를 만지다가 수동 작동 버튼을 작동시켰더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도 기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려고 1시간을 더 보냈습니다.


새벽 5시에 변한 마음으로 잠이 들어서 7시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비닐하우스로 달려가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걸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습니다.
모든 걱정이 사라지자 그제야 아버님친구분이 걱정됐습니다.
좀 이른 시간이라서 연락할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새벽에 정상적으로 기계가 작동해서 잘 움직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걱정을 다 내려놓고 편하게 아침을 먹고나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서귀포에 있는 아버지 친구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 분은 오랫동안 감귤농사를 지으신 분인데 저희에게 열풍기를 소개해주신 분입니다.
지난 밤에 열풍기가 제대로 작동했냐고 확인하시는 전화였습니다.
그 전화를 받고났더니 지난 밤에 마음 졸였던 것이 모두 녹아버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더니 살포시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몇 번 가볍게 눈발만 날리기만 하고 쌓인 눈은 멀리 한라산에서만 구경했었는데
제주도에서는 이게 이번 겨울 첫눈입니다.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기분좋은 정취를 느낄만하게 적당히 내린 첫눈
작물에 큰 지장이 없으면서 기계작동 여부와 이웃에 대한 온기를 확인해준 적당한 추위
입춘이 지난 겨울 끝자락의 풍경입니다.

 

3


아는 분에게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밭에서 재배한 작물을 조금 보냈더니 고맙다며 보내온 것입니다.


택배 포장을 뜯어보니 길죽하게 생긴 술병이 나왔습니다.
징기스칸 얼굴이 그려져 있는 몽골술이었습니다.
인연이 닿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했던 몽골술이라니!
제게 선물을 보내주신 분이 이주민센터에서 활동하시는데
아마도 몽골출신의 이주민에게서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 맛이 궁금했지만 당분간 참기로 했습니다.
이런 술을 혼자 먹는 건 선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봄이 되면 제주도에 놀러온다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오면 개봉을 해야겠습니다.
선물이 이렇게 돌고 돌아서 몇 배의 즐거움을 안겨주내요.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

 


-----------------------------------------
광고 하나


성민이가 종이접기를 몇 년 전부터 취미로 하고 있는데
이제는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조카들을 제외하고는 나눠줄 사람이 딱히 없어서
접어놓은 것들이 쌓여가고 있네요.
블로그에 ‘종이접기’를 보시면
허접한 수준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성민이가 접어놓은 것들이 탐나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나눠드리겠습니다.


성민이 메일 smkim18@hanmail.net

 


-----------------------------------------
광고 둘

 

귀농해서 농사를 배워가고 있는 성민이가
첫해 농사로 울금을 수확했습니다.
꽤 많은 양을 수확해서 울금가루도 만들었습니다.
농사는 수확만이 아니라 판로도 고민 해야하는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울금의 효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으니
제주도 애월에서 수확한 울금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주십시오.
010-7696-4454 (판매는 저희 아버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
광고 셋

 

성민이가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습니다.
성민이 꿈은 ‘혁명 휴양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곳’이
‘치유 속에 혁명이 씨를 뿌릴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성민이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이 꿈을 이루려면 적어도 10년은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10년의 호흡으로 혁명 휴양소를 같이 만들어가실 분들이 있을까요?

 


-----------------------------------------
광고 넷

 

성민이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