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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83회 – 겸손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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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마침 사진을 한장 찍었어요.
선배가 보내준 무 꼬다리을 물에 담가서 키우고 있는데
꽃이 피었거든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여기저기서 봄이 오는게 물씬 느껴졌어요.
하하!
안녕하십니까, 성민입니다.
오늘은 ‘빈둥’님이 보내주신 사진 한 장으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무 꼬다리를 물에 담가놓으면 이렇게 꼬치 피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봄의 기운이 막 몰려오나 보군요.
제주도는 봄이 만개해서 이제 슬슬 여름 준비해야 하는데, 푸~흐
제가 쓰던 디지털카메라가 고장났습니다.
방송에 사진 올리는 게 불가능해진 상황이어서
제가 아는 분들에게 생활 속 사진 한 장만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빈둥’님이 이렇게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 덕분에 이 방송에도 봄의 기운이 전해지고
‘빈둥’님의 삶의 자취도 살짝 느낄 수 있어서 좋네요.
혜영아, 고마워.
2
노르웨이 디자이너가 고안한 ‘얼굴 없는 시계’입니다.
공식 명칭는 ‘행복을 알려주는 시계’라네요.
보시다시피 시계에는 어떤 표시도 없습니다.
단지 5분마다 진동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3년전쯤에 나와서 화제가 됐다는데 저는 얼마 전에야 알게 됐습니다.
이 시계를 보니 관심이 확 가더라고요.
농사지으며 혼자 지내는 삶이라
시간에 쫓길 일이 없는 삶인데도
괜히 시간에 얽메여 살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시계를 차고 있으면
시간에 얽메이는 대신
5분마다 깨어있음을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요.
3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됐습니다.
마지막 촛불집회는 흥겹게 진행됐습니다.
그저 tv로 지켜보기만 하며 자괴감을 느꼈던 촛불집회를
뜨거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참가했습니다.
상상 이상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됐고
아주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냈습니다.
해가 바뀌고 뚝뚝 떨어지는 기온과 함께 참가자도 뚝뚝 떨어지는데
친박들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즐거운 집회가 힘겨운 집회로 변한지 두 달만에
봄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공동의 가치를 위해 간절함을 가져봤습니다.
살아남으려고 혼자서 발더둥치던 내 마음 속에 ‘함께’라는 게 자리잡았습니다.
이제 광장의 문이 닫혔습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의 용광로에서 미친 듯이 날뛰다나
광장의 문이 닫힌 후
너무도 차갑고 살벌한 세상을 경험했었습니다.
이제 이 뜨겁고 간절했던 탄핵의 광장이 단히면
친박들은 격렬히 저항할 것이고
정치인들은 계산 속에 적당히 타협할 것이고
보수세력들은 조금씩 전열을 정비할 것이고
세상은 다시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을 만들어내겠지요.
파도가 거세가 밀려왔으면
다시 밀려나가기도 하는 법이니
뭐, 그냥 지켜봅시다.
제가 사는 이곳에는 봄이 되면서 서서히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올라가는 기온 속에 겨울농사는 마무리가 한창이고
새로운 농사를 위해 밭을 갈고 퇴비를 주는 이들도 분주합니다.
저도 막바지 부르콜리 수확을 즐겁게 하면서
여름 농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경운기도 고쳐야하고
잡초도 뽑아야 하고
울금의 판로도 고민해야 합니다.
귀농 3년차 농부는
이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고
계획 속에 힘과 마음을 조절 할 수도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따뜻하고 활기찬 봄의 기운을 흠뻑 호흡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가봅시다.
이 상황에 어울리는 노래인지 모르겠지만
배호의 ‘서울야곡’이 듣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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