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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83회 – 겸손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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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우리 방송이 봄개편을 하려다가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성민이랑 엄청 싸웠거든요.
성민이가 갑자기 봄개편을 하자고 하더니
광고도 내리겠다고 하고, 사진코너도 없애겠다고 하고, 음악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하는 거에요.
이건 뭐, 상점 규모를 확 줄여서 구멍가게 만들겠다는 거잖아요. 어이가 없어서...
성민이의 논리는 어차피 사람들이 많이 찾지도 않는데 치렁치렁 달아놓기만 하면 지저분하다는 거에요.
쓸데없는 걸 과감하게 없애서 처음 시작했던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건데...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으니까 우리끼리만 속닥거리면서 놀자는 거잖아요.
아, 그럴거면 차라리 방송을 그만두면 되는 거잖아요.
제가 막 따졌어요.
광고를 내리겠다는 거는 종이접기 선물나누기를 포기하겠다는 거고, 혁명휴양소의 꿈을 포기하겠다는 거고, 울금농사도 줄이겠다는 거고, 민박에는 신경을 끄겠다는 거다.
사진 코너를 없애겠다는 거는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애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자포자기 하는 거 아니냐?
음악을 줄이겠다는 거는 그저 방송 분량을 줄이겠다는 것일 뿐이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많이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방송인데, 지금까지 잘 해오다가 갑자기 줄이겠다는 건 이해가 안된다.
그러니까 성민이가 제 의견에 근거를 대기는 했지만 납득이 안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쏘아붙여버렸어요.
“3년 정도 해보니까 여전히 메아리 없는 세상에 질린거냐?
현실의 벽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으려는 거 아니냐?
그런 식으로 도망가면 다시 어두운 방구석 밖에 없다.”
뭐, 이런 식으로 쏘아붙이니까 성민이가 댓구를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성민이가 진행한 지난 방송에서는 광고를 내렸고, 음악도 줄였습니다.
사진은 후배가 보내준 거랑 또 하나로 올리기는 했지만...
아~ 이 고집불통!
성질 같아서는 확 때려치우고 싶은데
예전에 그랬다가 살며시 돌아온 것도 미안하고
나마저 떠나버리면 성민이가 정말 외로울 것 같아서
속만 부글부글거린 채 오늘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싸우고 나서 봄개편에 대한 얘기는 아직도 정리를 못했습니다.
저도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누가 도와주실분 없을까요?
아마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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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농가 담벼락 모습입니다.
2017.3.18일 사드반대 민중대회에 참석해서 촬영
사드반대 집회에 참여하신 지역 어르신들의 비장한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윤선문님이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박근혜와 대선으로 온통 쏠려있는데
성주에서는 아직도 싸우고 있네요.
조용한 시골마을에 이런 모습이라니...
윤선문님 사진으로 잠시 잊고 있던 성주 주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됐습니다.
사진을 보내주신 윤선문님에게 감사드립니다.
3
앞에 사진을 보내주신 분은 성민이랑 친한 분이랍니다.
성민이가 그동안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 그만 고장이났데요.
헨드폰도 2G 폴더폰이랑 사진을 찍을 방법이 없어서 친한 분들에게 도움을 청했데요.
일상 생활 속에 찍은 사진 한 장씩만 보내달라고.
그랬더니 지난 주에 한 장, 이번 주에 한 장이 왔네요.
사진을 보내주신 두 분은 정말 고맙지만
솔직히 저는 화가 많이 났어요.
나름 성민이랑 친하고 이메일로 연락도 자주 하는 사람들이라서
이런 간단한 부탁쯤은 가볍게 들어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보시다시피...
올초에 성민이가 친한 분들에게 선물을 보낼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고 좋아했었거든요.
그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도와달라고 연락했더니 결과는 이렇습니다요.
성민이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랍니다.
몇 년 전에 지금 방송과 다른 형태의 읽는 라디오를 진행했었는데
그때도 1주년 특집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축하메시지 좀 보내달라고 메일을 보냈데요.
예상 하셨겠지만, 결과는 찬바람만 쌩쌩 불었다네요.
그때 성민이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엄청 힘들때였는데
1주년 특집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성민이가 자기한테 있는 책을 사람들에게 나눠준 적이 있었어요.
‘책을 공유합니다’라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전국에서 연락이 왔데요.
그렇게 수 백 권의 책을 나눠주면서 세상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네요.
나중에 교도소에 있는 양심수에게 책을 보내고 싶은데 성민이 책은 다 나눠줘버렸기 때문에 인터넷에 도와달라고 글을 몇 번 올렸데요.
그랬더니...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그대로!
성민이는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대중을 믿어야 한다고 해요.
4~5년 간격으로 이런 경험을 주기적으로 하면서도 대중을 믿으라는 말이 나올까요?
왜 어른들이 나이들어 가진 것 없으면 주위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그러잖아요.
그말이 이해가 되는 거 있죠.
세상이 다 그런건가요?
(Adele의 ‘Rolling in the D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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