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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투쟁 현장에서 쓴 가족들의 글

조합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방사1과 구재근씨의 안사람이자 두아이의 엄마입니다.
남편의 해고통지서를 받고 여기와서 몸 담은지 벌써 20여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공장을 들어섰을때는 매케한 냄새 때문에 머리가 띵하고 숨쉬기 조차 답답했었는데 저도 이제는 이곳 생활에 조금 적응이 되었는지 냄새가 나는 걸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해고 통지서를 받고 이곳에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며칠전 현장 패트롤을 도는 순간 미칠것 같았습니다.
기계돌아가는 소리에 고막이 터질 것 같고 약품 냄세에 코는 따갑고, 현장 온도는 높아서 숨이 탁탁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남편이 이런 곳에서 일을 했다니 그것도 야간까지 하면서 돈이 뭔지 이렇게 안하면 못 먹고 사는 건지 남편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제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자리에 있으면서 가대위 여러분은 물론 조합원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파업하기 전날 저는 시댁에 애들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큰 애 엄마 소리에 자다가 깬 11개월 된 작은 애 17일째 만에 본 엄마가 낯설었는지 할머니 품에서만 맴돌다가 한 두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지쳐서 잠든 제 곁에와서 볼을 비비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고 그러다가 잠이 들었더군요. 언제 엄마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채 새근새근 잠든 애들을 등뒤로 하고 오려니까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며칠전에 악몽을 저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지가 흔들려서 제몸을 제가 가눌수가 없었습니다.
미친개들처럼 날뛰고 있었습니다.
제정신으로 차마 못할 짓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다가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는지 살이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것 같아서 제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날의 부상자 정용준동지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대위에 방문했습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저들이 아직 공장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왔다고 하시면서 자신이 몸도 그렇게 불편하면서 혼자 병원에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옆에 동지들 잘 챙기고 끝까지 싸우자고 하시면서 눈시울을 적시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병원으로 돌리셨습니다. 그분을 뵐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힘드시더라도 참고 싸웁시다. 그분을 위해서라도 우리 끝까지 물러서지 맙시다.
-투쟁!!-

아빠께
아빠 저 지혜예요
많이 힘드시죠? 저는 아빠가 어버이날때 오시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어요
저는 아빠가 오시는 줄 알고 카네이션도 만들고 편지도 썼는데, 잊어버렸어요
그리고 작은 이모아기 못보셨죠? 딸이고 이름은 "엄인경"이예요, 그리고 추운곳에서 주무시고 깽패들이 아빠 회사 사람을 때리니 아빠 마음도 속상할 꺼예요
아빠 어떤일이 있더라도 꼭 힘내세요
전 아빠를 믿어요
그리고 이제부터 편지 많이 쓸게요
그리고 아빠 다른 사람 처럼 뼈뿌러지는 일 없도록 조심하세요
- 사랑하는 아빠께 지혜올림-

아빠
언제나 시간 맞춰서 들어 올때도 있고 안들어 올때도 있는 걸 보니 아빠가 힘들고 바쁜것 같아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아빠 투쟁 끝나면 집에 꼭 와줄 수 있겠죠? 싸워서 지지말라고 오빠야가 전해주래요. 아빠 사랑해요 -아란이가

선봉대 복장을 한 아빠를 보고 눈물을 터트리는 어린 자식, 걱정스러움이 그득한 부인들의 표정, 그러나 지금 파업투쟁의 승리가 우리 가족들이 바램이라는 것을 오늘은 같이 확인하는 매우 뿌듯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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