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리끼리 나눈 우리야그 너네야그

우리끼리 나눈 우리야그 너네야그

참석자
나미선(동일여고 3학년) "책값 삥땅 없으면 살 수 없다. 착하게 살면 영화 한편 못본다...난 차번호판만 보면 돈많은 사람 안다. '서울52'는 강남번호판"
김수정(동일여고 3학년) "시간 많은 중학생들이 제일 재미있게 연애한다... 우리가 단군이래 최저학력이라고? 언론이 어떻게 그런 말을..."
이정아(덕원여고 3학년) "호프집에 왜 가냐고? 하도 가지 말라고 하니까... 머리는 귀밑 7센티, 열받네"
엄정웅(용산고교 2학년) "5·4·3-3·3·3 우리 머리가 축구장이냐. 담배값이 오르니까 삥땅 뜯는 녀석들이 늘어났다"
사회 : 정경섭 본기기자
일시 : 5월 13일
장소 : 계성여고 교정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들이 편하게 얘기하는 자리다. 청소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불만이나 하고 싶은 말은 다 해 보자. 먼저 어떤 말부터 해보는 것이 좋겠는가.

이정아 :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교에 대한 불만이 빠질 수는 없다. 내가 먼저 얘기하면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학교는 교칙에 '머리는 귀 밑 7센티까지'라고 되어 있었다. 열 받는다.

김수정 : 우리 학교도 귀밑 7센티였는데 전교조 선생님들이 나서서 더 길게 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나미선 : 수정이는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우리 학교가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허락한 것에는 사연이 있다.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설립대회를 한다고 했다. 우리 학교 인터넷게시판에 선생님들이 하는 설립대회에 우리도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학교는 내가 알고 있기로 합법적인 전교조 설립대회를 못하게 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다른 장소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전교조 선생님들을 지지하니까 학교에서 우리를 모으더니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두발자유화가 됐다. 아니, 학교는 법으로 정한걸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에게는 교칙을 지키라고 강요한다. 말이 안 된다.

엄정웅 : 남학교의 경우 귀밑 7센티가 아니라 무슨 축구전법 같은 말로 우리의 머리를 표현한다. 어느학교는 5·4·3(앞머리 5센티, 중간머리 4센티, 뒷머리 3센티 이하)이고 우리학교는 3·3·3이다. 창피해서 밖에 나갈 때는 꼭 모자를 쓴다. 우리 머리가 축구장인가.

△여러분들 중에 실제로 머리를 강제로 잘려본 사람이 있는가?

나 : 당연한 것 아니냐. 머리를 잘라도 꼭 방학 전에 자른다. 이건 진짜 열받는 거다. 방학 때라도 머리한번 길러보고 염색하는 것이 우리들 소원이다. 방학하기 직전에 자르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본격적으로 얘기해 보자. 어른들은 청소년이 문제가 많다고 한다. 청소년입장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문제점은 뭔가.

나 : 교사도 어른이니까 거기에 대해 말하겠다. 교사들이 너무 심하게 차별대우를 한다. 중학교 때 내가 겪은 일인데 잊혀지질 않는다. 내가 선도부라서 교무실에 들어갔을 때 공부 잘하는 애 부모가 담임과 면담을 하는데 담임이 아주 친절하게 상담을 했다. 날라리 학부모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안중에도 없었다. 날라리 애 부모와 담임이 면담을 하는데 막말을 하는 걸 들었다. 그때 선생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렸다.

김 : 교사들의 폭력도 문제다. 고막이 찢어지는 것도 봤다. 청소년 폭력이 심각하다고 뉴스에 나오지만 사실 과장된 것이 많다. 우리 학교에서 잘 나간다는 애들은 저희들끼리만 싸우지 상관없는 애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어른들의 폭력이 더 심하다.

△청소년 문화공간은 어떤가. 남는 시간에 주로 어디 가서 노는가?

이 : 문화공간이 어디 있는가. 갈 시간도 없다. 자율학습하고 나면 깜깜하다. 가끔 청소년들이 호프집 간다고 신문에 나는데 낮에 점심 먹으러 호프집에 가는 경우가 있다. 왜 분식점 안가고 호프집에 가서 밥먹는 줄 아나. 하도 못 가게 하니까 호기심에서 가보는 거다.

나 : 맞다. 너무 못하게 하는 것이 많으니까 더 하고 싶다. 교칙에는 머리핀도 검은 색으로 해야하고 2개 이상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큐픽으로 치장한 여선생님도 있는데 말이다.

김 : 맞다. 선생님도 학교에서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이 : 아니다. 차라리 선생님도 편하게 하고 다니고 우리도 편하게 하고 다니는 것이 더 좋다. 왜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우리에게 문화가 있나. 다 선생님이나 학교가 만들어 놓은 것에 맞춰 나가야 한다. 청소년 문화가 아니라 학교에서 만든 '하지마라문화'가 곧 청소년 문화다.

△청소년들만의 공간이 있을 것 같아 질문한 것이다.

나 : 우린 주로 떡볶이 먹으로 간다. 여고생이 떡볶이에 안 넘어가겠는가. 그런데 교칙이 또 문제다. 교칙에 의하면 교복입고 다니면서 무엇을 먹지 못하게 되어있다. 기가 막힌다. 우린 사람도 아닌가보다.

엄 : 교칙은 정말 문제가 많다. 잘 지켜지지 않는 교칙을 만들어서 무엇하겠나.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 교칙이다. 사회에서 만든 법도 쓸모 없는 것들이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법이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엄 : 솔직히 잘은 모른다. 그런데 여기 오다가 국가보안법 폐지하라고 데모하고 있었다. 그것도 교칙하고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 대통령이 북한에 다녀왔는데 무슨 국가보안법인가.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법을 지키라고 하지 않는가. 교칙도 말이 안 되는 데 계속 지키라고 한다.

△정치 문제가 나온 것 같다. 여러분들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가?

이 : 고 2때는 논술에 대비하느라 신문을 꼭 봤다. 정치면이 제일 재미없다. 사설만 읽는데 매일 싸우는 얘기다. 국회의원 하면 생각나는 장면은 넥타이 잡고 싸우는 것뿐이 없다.

김 : 정치면은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해야한다. 우리가 성장하는데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다같이 : 웃음

나 : 맞는 말이다. 청소년들이 못 보는 거 무지 많다. 그런데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못 보게 한다. <친구>보고 싶어 죽겠다. 그것도 미성년자 관람불가다.

이 : 난 요즘은 신문을 잘 안 본다.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애들은 논술공부하지 말라고 한다. 논술이 좋아서 공부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건대까지만 논술이란다. 너흰 잘 가야 (지방)캠퍼스야, 공부할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

김 : 차라리 신문 안 보는 게 좋다. 지금 고3인 학생들은 다 아는 일이 있다. 어떤 신문에서 우리보고 '단군이래 최저학력'이라고 했다. 선생님들도 이 말을 듣고 너희들 사회에 나가면 바보취급 받을 거라고 놀린다. 신문이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 있나. 학기초에 학력평가시험 한번 잘못 본걸 가지고 '단군이래 최저학력'이 뭔가. 우리가 단군이래 가장 공부 못하는 고3이라는 거다.

나 : 지금 고3은 원래 별명이 많다. 이해찬 1세대, 교육부 희생양 등등.

△돈 씀씀이에 대해 얘기 좀 해보자.

나 : 난 용돈으로 한달에 3만원을 받는다. 돈이 없을 때와 있을 때는 마음가짐부터 틀리다. 없을 때는 불안해서 밖에 나가질 못한다. 용돈 받으면 하루에 천 원은 꼭 쓴다. 매점에서 우유, 빵, 과자 사먹어도 천원은 그냥 나간다.

엄 : 남자들은 주로 PC방에 간다. 아니면 몰래 술 사다 먹는 친구도 있긴 하다. 담배값이 올라서 타격이 큰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자꾸 삥땅 뜯으려는 놈들도 있다. 용돈은 대개 5만원 정도인데 담배 피는 놈들은 정말 기절할 지경일 것이다.

이 : 우리는 용돈 받는 날짜가 다 틀리다. 주로 아버지 월급날이 우리 용돈 받는 날이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한턱을 내는 식이다. 노래방도 가고 PC방도 가고. 가끔은 아르바이트도 한다. 방송국에 가서 방청석에 앉아있다 오는 아르바이트는 해 봤다.

김 : 가장 좋은 방법은 책값을 떼어먹거나 학원비 삥땅치는 거다. 학원비는 20만원까지 챙길 수 있다. 난 아직 학원비까지 삥땅치지는 않았다.

엄 : 삥땅의 위력은 엄청나다.

나 ; 책값 삥땅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착하게 살면 영화한편 못 본다.

김 : 어른들은 우리에게 용돈을 적게 주면 나쁜 길로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니다. 원조교제가 왜 생겼겠나. 원조교제를 하는 여학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자애들 노는 것 중에 돈 안 들어가는 것이 어디 있나. 남자라면 차라리 축구라도 할 수 있지. 우린 앉아서 수다떨려면 하다 못해 과자라도 사야한다. 용돈이 궁하니까 원조교제를 하는 거다. 그리고 원조교제라고 하니까 좀 이상한데 우리는 원조교제를 돈 있는 남자와 놀고는 싶은데 돈 없는 애가 만나는 그런 걸로 생각하지 막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 나도 차 번호판 보면 돈 있는 집인지 없는 집인지 다 안다. 무조건 강남애들 잡으면 된다고 그러는데 강남차는 번호가 '서울 52'로 시작한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이 뭔가.

나 : 남자친구와 돈이다.

△이성친구가 있나.

나 : 초등학생도 연애하는데 지금 남자친구가 없다면 말이 돼나. 내 남자친구는 군대에 가 있다.

김 : 한 반에서 30명 정도는 남자친구가 있다. 고등학생만 돼도 시간이 없어서 잘 못 만난다. 중학생들이 시간이 많아서 제일 재미있게 연애한다.

엄 : 우린 여자친구 있는 애들이 서로 새끼를 친다. 안 그러면 매장이다.

이 : 그게 제일 위험한 거다. 한 커플이 깨지면 나머지도 깨져버린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이 사회나 기성세대의 문제점을 말해달라.

이 : <진보정치>에서 나왔으니 정치 얘기하라는 건가. 국회의원이 가장 문제다. 법을 만드는 사람인데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국민이 원하면 그 뜻을 들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질 않나. 권력을 위해 일하는 것이 문제다.

엄 : 얼마 전에 안티 발렌타인데이 행사가 있었다. 초콜렛 값이 너무 비싸서 선물을 할 수 없다. 너무 돈만 벌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 : 어른들은 너무 발뺌을 잘한다. 뉴스에서 보면 "내 관할이 아니다"고 얘기하는 것이 많다. 잘못했으면 깨끗이 책임져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

김 : 일관성이 없다. 냄비현상이라고 하질 않는가. 교과서 문제도 좀 있으면 가라앉을 것이 뻔할 것 같다. 이제껏 우리 나라가 보여준 모습이 그렇질 않았나.

(정경섭jks@kdlpnews.org)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