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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증 문제로 인터뷰하다... 쩝..

 

오늘 한 방송사에서 입양아동 의료급여증과 관련해 방송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 그 방송국 작가에게서 네이버로 인터뷰가 가능하냐는 연락을 받고 그렇게 하자고 해서 지난 월요일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실 찍으면서도 10초나 나오면 많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놀랐습니다. 오늘 아침에 방송이 나온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침부터 바쁘게 나가봐야 할 일이 있어 전화통화를 오래 못하고 그저 우린 TV 가 없어서 못봐라는 말만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대충 일을 마치고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슨 내용이 나왔나 동영상을 봤습니다. 뭐라 할까요... 방송이 제가 말하고, 나오기를 원했던 내용들과는 다르게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역시나 당황스럽게 나왔습니다. 전 처음부터 의료급여증에 관해서 제가 말하는 내용들은 전체 입양부모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의견들 중 단지 한 개인의 입장일 뿐이라고 말을 했는데 제 의견이 모든 입양 부모의 입장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들게끔 편집을 했더군요..... 그나마 동영상은 좀 나은데 동영상에 나오는 글들은 저를 많이 불편하게 하네요...


다음은 입양아동에 대한 의료급여증 세대주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이 내용은 방송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중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인터뷰 하신 분이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오신 것 같고 작가분도 나름 생각이 있어 방송이 편집되어 나온 것 같아 그저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적기 때문에 방송 내용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사실 아내와 전 고아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대화를 하다가도 고아원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요즘은 보육원이라고 한다라고 고쳐줍니다. 그리고 고아라는 단어보다는 부모가 없는 아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저는 의료급여증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그것이 어떤 것이라는 즉,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그 내용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의료급여증을 발급받기 전에 세대주가 부모 이름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전 당연하게 의료급여증에 제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하경이가 세대주로 나와 당황했던 것입니다. 하경이를 개명신청할 때까지 지역 의료보험에 가입했다가 개명까지 끝낸 후 의료급여를 신청했기 때문에 의료보험증과 의료급여증이 다르다는 사실도 잘 알았습니다.


처음 제공받은 의료급여증에 세대주가 하경이로 나와 세대주를 제 이름으로 바로 변경했습니다. 그것은 아이가 부모없는 아이로 낙인 찍히는 것 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하경이가 자라서 독립할 때까지는 세대주가 부모이름으로 나오기를 바라는 아빠의 바람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가족이 의료급여증에 이름을 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저 아빠만이라도 세대주로 이름을 올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어차피 의료급여 대상은 아동만 들어가기 때문에 가족 모두를 올려도 무리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방송에서 아이 진단서 문제로 발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황당했습니다. 하경이가 문제가 생겨 아내가 갔다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전 아마 폭발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방송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의료급여증 때문에 당황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단지 최근 전산상에는 아직도 아이가 세대주로 나온다는 말에 당황해서 가까운 병원과 약국에서 알아보니 전산상으로는 아직도 아이가 세대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고 마침 인터뷰 요청이 있어 인터뷰를 했습니다.


의료급여증과는 좀 다른 이야기일 수는 있겠는데 최근 하경이가 감기기운이 있을 때 아는 분에게 한의원에 가서 코에 뿌리는 것을 사다가 뿌려보라는 말을 듣고 가까운 한의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코에 뿌리는 것만 사오라고 말한 건데 제가 잘못 알아듣고 아이가 먹을 약을 사오라는 것으로 알고는 접수를 했습니다. 그날 아내가 바뻐서 제가 하경이를 데리고 갔거든요 그랬더니 한의원에서 아이 체질에 대해 알아보는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 중 부모님 키가 얼마나되셔요? 그래서 전 하경이 생부와 생모가 키가 컸다고 하는데 얼마나 큰지는 잘모르겠습니다. 하경이는 입양한 아이거든요라는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짧은 순간이지만 간호사들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간호사들은 하경이에게 잘 대해줬습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 한구석에는 뭔지 모를 찜찜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중에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입양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이상한 눈으로 보여지는 것을 부모로서 원치 않고 아이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하경이가 자라 혼자 의료급여증을 가지고 갔을 때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누군가 자신을 다른 눈으로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 방송국 관계자에게 공개 입양은 아이를 입양했다고 사방 팔방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고 아이에게 네가 낳아주신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없어 함께 할 부모님을 만나게 된 것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 공개 입양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하경이를 공개 입양하기로 결정했고 하경이가 자라면서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게 받아들일 때 잠시 혼란이 오겠지만 잘 받아들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경이를 호적에도 입양 아동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반대 의견도 있는 것 잘 압니다. 하경이를 입양 아동으로 호적 신고를 하려하자 공개 입양했지만 아이를 친자로 올린 분은 그것을 말리며 만약 아이가 자라서 취직이라도 할 때 호적등본을 제출하게 된다면 본인과는 무관하게 편견의 틀로 보여지는 것이 싫어 자신은 친자로 호적에 올렸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역시 그분의 말씀에 동의 하지만 전 하경이가 성장하는 그때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편견의 벽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나름 생각을 했고 행동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지극히 한 개인의 생각일 뿐이고 시간이 지난 후 하경이가 자라서 제게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지금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인터뷰 요청이 있을 때 제가 하는 말이 전체 입양 부모의 입장도 아니니 한국입양홍보회에 연락도 해보라고 말을 하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고 그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제 입장을 듣고 싶다고 해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방송을 보니 하경이가 예쁘게 나왔더군요 하지만 다음에는 방송 같은 것은 나오지 말자고 아내가 말을 합니다.


방송이 나올 때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입양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를 했는데 방송을 보고 나니 이번 방송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입양 아동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하경이는 제 딸이고 우리 부부와 같은 가족이라는 것이고 하경이는 계속해서 의료급여증을 사용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의료급여증에 대해서는 사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만 줄이겠습니다. 단지 의료급여증 문제는 입양아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다는 정도만 밝히겠습니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모두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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