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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방과 후 첫 날(2월 7일 월)

9시 30분 쯤 학교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8시 40분이었는데 아침부터 여러 일이 있어 늦었다. 학교에 들어가 먼저 화장실을 살폈다. 변기가 얼지 말라고 물을 모두 빼놓았기에 일단 물을 채운 뒤 물을 내렸다.


남자 변기에서는 얼었던 물이 녹으며 물이 폭포수다. 와따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해서 급한 대로 일자 드라이버로 흐르는 물의 양을 줄였다. 아빠들 일거리가 늘었다.


아이들이 이 교실 저 교실을 뛰어다니니 와따가 모두 불러 놓고 한 마디 한다. 방과 후엔 교실 모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일단 강당을 중심으로 놀아라. 아이들은 불만 없이 짐을 들고 강당으로 모인다.


현수, 우제, 철이, 현우, 홍지원, 민서, 민수, 준석, 영초 오늘 나와 함께 할 아이들은 9명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 조합이 잘 안 된다. 방과 후 첫 날부터 노는 모습이 조금 불안하다.


일부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어떤 아이는 책을 보고, 어떤 아이는 학교 주변을 맴돈다. 학교 안에 많은 아이들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9명의 아이들이 서로 달리 노니 이렇게 하다가는 엄마나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할 판이다.


아이들에게 부천남부 수자원 생태공원에 축구를 하러가겠다니 철이가 와따에게 색종이를 가지고 가겠다고 말한다. 자기는 축구를 하지 않겠단다. 와따와 맛단지에게 12시 30분이나 1시 쯤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아이들과 학교를 나갔다. 3학년인 준석이가 가장 큰 형이다. 준석이에게 아이들을 책임지도록 하고 차에 올랐다.


차에서 내리니 미니 축구장에 사람이 없다. 편을 나눈 뒤 5분씩 3회전으로 경기를 했다. 어제 넘어져서 팔이 아프다는 현우가 심판을 보겠다고 하더니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로 뛴다. 아픈 몸을 가지고도 열심이다.


현수와 민수는 서로 골키퍼가 되겠다고 해서 가위, 바위, 보를 해 민수가 2번, 현수가 1번 골키퍼를 하기로 했다. 경기 중 영초가 1골을 넣었다. 자기편 골대 근처에 서 있다가 상대편이 찬 공이 영초를 맞고 골대에 들어갔다. 골이 자기 때문에 들어간 탓인지 발이 아프다며 경기장 주변을 맴돈다.


종이접기를 하겠다는 철이도 나름 열심이다. 자기한테 공을 달라며 이리 뛰고 저리 뛰더니 조금은 지친 것 같다.


30분 쯤 놀다가 항동 철길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준석, 우제, 현우, 지원, 민수가 앞서 걷는다. 나는 현수와 영초와 걷고 조금 뒤에서 철이와 민서가 걷는다. 천천히 철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앞서간 아이들이 너무 많이 가려고 한다.


앞서가는 아이들에게 오른 쪽 철길로 건너가라고 말한 후 나는 현수와 영초와 오른 쪽 철길로 넘어갔다. 뒤 따르던 철이와 민서는 좀 더 앞으로 가겠다며 계속 앞으로 가더니 앞서가던 아이들이 건너 온 곳에서 자리를 옮긴다. 철길을 걸으며 아이들이 묻는다 여기 정말 기차가 다녀? 기차가 오면 어떻게 해?


학교에 돌아오니 12시 10분이 조금 넘었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아이들은 모여 앉아 철이가 하려던 종이 접기를 한다. 남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다들 공룡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식사 준비가 끝났건만 아이들이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하던 일을 끝내고 먹겠단다. 다른 아이들은 어느 정도 끝이 났는데 문제가 생겼다. 철이가 만들던 공룡이 순서가 잘못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철이가 답답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는 사람은 알기에 자세한 묘사는 하지 않겠다.


지켜보던 준석이가 처음부터 다시 빠르게 만들어준다. 다행히 준석이 손에 익은 공룡이었기 때문에 빨리 끝났다. 아이들은 맛있게 밥을 먹은 후 각자의 놀이에 빠진다. 어떤 아이들은 2학년 교실에서 만들기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강당에서 배구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삽을 들고 수돗가에 얼음을 깬다.


맛단지가 떡볶이를 했다고 아이들을 부를 때 야물이 도착했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동안 야물에게 우제가 같이 간다고 하더라고 말하니 아니란다. 노루귀에게 전화를 했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지금 출발하면 안 된단다. 우제는 집에 형이 있다고 했는데 큰일 날 뻔했다.


간식을 모두 먹은 후 캠핑카 앞에서 영초와 사방치기를 하고 있자니 야물과 지원이가 나온다. 영초는 야물을 따라 집으로 가고 7명의 아이들이 남았다. 고슴도치가 와서 집에 가지 않으려는 민수와 민서를 달래서 간다. 이제 남은 아이들은 5명이다. 현수가 묻는다 이게 전부야? 응 9명에서 4명이 갔으니 5명이 전부다.


축구를 한다고 강당으로 들어온 현우와 준석이에게 2학년 교실에서 놀던 것을 정리하고 오라고 했다. 2학년 교실에서 놀던 현우와 준석이가 강당으로 들어오고 철이는 교실에서 놀던 놀이를 계속한다.


뿌까뿌가가 도착해서 철이, 현우, 우제가 돌아가고 현수와 준석이가 남았다. 강당에서 놀 것인지 2학년 교실에서 놀 것인지 정하라고 하니 강당에 있겠다고 한다. 준석이는 책을 읽고 현수는 내게 읽어달라며 책을 한 권 들고 온다.


사람 몸에 대한 책인데 책을 읽자니 준석이가 묻는다. 아기는 어디서 나와? 많이 궁금한 것 같다. 아이를 낳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알려줬다. 자연스럽게 낳는 방법이 있고 엄마 배를 갈라서 아이를 꺼내고 다시 꼬매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준석이가 다시 묻는다. 실로 꼬매?
갈라진 살이 다시 붙게 하려고 꼬매.


그렇다면 엄마 배가 다른 사람하고 달라?
수술한 흔적이 있으면 꼬맨 자국이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계속 책을 읽고, 준석이는 읽던 책을 마저 읽는다.


시냇물이 도착해서 현수와 준석이가 집으로 돌아갔다. 현수가 내일은 6명이 아빠 차를 타고 온다고 말한다. 내일은 10명의 아이들과 뭘 하고 지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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