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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방과 후 2월 8일(화)

밤톨과 함께 현수, 은비, 은수, 이지원, 준석이 학교로 들어온다. 아이들이 정문으로 들어와서는 강당 쪽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른 시간 학교로 온 아이들을 위해 강당에 난방기를 틀어 몸을 녹여주려했는데 한 녀석도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제 혼자 돌아가던 난방기를 껐다.


밤톨과 현관 앞에서 잠깐 이야기를 하는 동안 현수는 종을 치기 위해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저쪽 한 구석에서는 전 날 내가 영초와 사방치기를 하기 위해 그렸던 곳에서 은비와 은수가 논다.


밤톨이 출근한 후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밖에 나와 보니 어느새 철이와 현우가 캠핑카 앞에서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은비와 은수가 놀던 사방치기를 같이 하며 논다. 사람이 자꾸 많아지자 은비와 은수가 허수아비를 하기 위해 철봉대로 간다.


허수아비를 하기 위해 철봉대 아래 선을 그려야 하는데 모래가 굳어서 그리지 못하자 한쪽 구석에 굴러다니던 호수를 끌고 와 철봉대와 철봉대 사이를 둘둘 말아 선으로 사용한다. 아직도 손이 아프다는 현우와 준석이도 허수아비를 하기 위해 철봉대로 온다.


철이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단골손님이야! 단골손님? 어! 나 내일도 오거든. 넌 예약손님이야! 왜? 내일 온다고 예약했잖아!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더니 깡통 차기 술래잡기를 하잔다. 옆에서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깡통도 같이 하잔다. 나야 아이들과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결정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아이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니 깡통이 술래란다.


아이들과 깡통 차기 술래잡기를 하는 동안 민서와 민수가 도착했고, 홍지원도 도착했다. 10명의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오는 동안, 그러고도 한참 뒤까지 나는 술래였다. 얼굴을 봐야 한다고 해서 얼굴을 확인하고 깡통을 찜하러 달려오면 먼저 술래에게 잡힌 아이들이 깡통을 이리 들고 뛰고 저리 들고 뛴다. 또 다른 아이를 찾아 깡통으로 달려가면 이놈이 와서 길을 막고 저놈이 와서 길을 막는다. 결국 끝이 안 난다.


아이들과 11시쯤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아침 9시쯤부터 시작한 깡통 차기는 끝이 날 생각이 없다. 제대로 말하면 깡통이 술래를 벗어날 가망성이 보이지 않는다. 10시가 조금 넘어서자 중간에 물 마시러 가는 아이, 화장실 가는 아이, 하나 둘 놀이에서 타임을 외치며 빠져나간다.


대체적으로 놀이를 시작하면 끝마무리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나도 아이들처럼 놀이를 끝냈다. 산어린이학교 아이들은 방과 후에 놀다가 엄마나 아빠가 찾아오면 바로 놀이를 끝낸다. 함께 놀던 아이들은 계속 놀거나 다른 놀이를 한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분명하지 않다.


놀이에서 끝이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되기도 한다.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냥 아이들처럼 놀이를 끝내고 강당으로 가서 영화 볼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계속 물어본다. 오늘 뭘 볼 꺼야? 어떤 영화야? 어제 영화를 본다고 말했기 때문에 깡통 술래잡기를 할 때는 놀이에 빠져있던 아이들이 강당으로 하나 둘 들어오면서 물어본다.


내 계획은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 너무 많은 아이들이 그것을 봤단다.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미 본 준석이는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화면보다 먼저 풀어간다.


점심을 먹으려니 은비가 자기는 첫눈하고 점심을 먹는다고 말한다. 누룽지가 약간 석인 밥을 든 현우는 지금 먹는 밥은 2학년 들살이 때 한 밥이라고 말한다. 왜 그렇게 생각 하냐고 물으니 밥에서 탄내가 나기 때문이란다. 들살이 때 자신들이 한 밥에서 탄내가 났단다.


다른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책을 보던 은비는 수아가 부르자 강당을 나가고 아이들은 맛단지가 해 준 밥을 깔끔하게 먹는다.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각자 자기 놀이에 빠진다. 은수, 현수, 이지원은 캠핑카다가 노래방을 만들어 탬버리를 치며 노래와 춤에 빠졌다. 다른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놀거나, 강당에서 블록을 가지고 이 모양 저 모양 길을 만든다. 또 다른 구석에서는 공룡이 만들어진다. 준석이가 만든 공룡이 눈에 띈다.


야물이 와서 홍지원, 준석, 은수, 이지원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남은 5명의 아이들은 강당에서 논다.


고슴도치가 들어오더니 뒤이어 뿌까뿌까가 강당으로 들어온다. 같이 만나 왔다며 나보고 시냇물이 올 때까지 아이들과 있을 테니 먼저 가보란다. 두 사람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바로(?) 인사하고 학교를 나와 전 날 문제가 있었던 타이어를 바꾸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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